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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원 애니·4천원 영화… 극장가 황금시간대 뚫은 '숏폼'

유혜연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입력 2024-10-23 19:17

OTT 활황속 오프라인 상영공식 뒤집어
'밤낚시' 관람후 다른 영화 감상 이어져
가볍게 즐기는 '팝콘 무비' 머물 가능성


'집이 없어-악연의 시작'
웹툰 원작의 애니메이션 영화 '집이 없어-악연의 시작'.

'토요일 18:35, 좌석번호 E7, 총 금액 1천원.'

25일 CGV에서 단독 개봉하는 웹툰 원작의 애니메이션 영화 '집이 없어-악연의 시작'. 예매를 완료하자 턱없이 낮은 결제금액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관 황금 시간대로 불리는 주말 오후임에도 티켓 가격은 1만5천원이 아닌 '1천원'이었다.

러닝타임이 기존 영화에 비해 월등히 짧은, 이른바 '숏폼 영화'가 극장가에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상영 시간이 최소 60분 이상이던 기존의 극장 상영 공식을 뒤집은 새로운 시도다.



CGV는 러닝타임이 8분인 '집이 없어-악연의 시작'을 가장 많은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는 시간대인 오후 7시 전후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롯데시네마도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러닝타임 44분짜리 공포 영화 '4분 44초'의 티켓을 4천원에 판매한다.

영화 '4분 44초'
러닝타임 44분짜리 공포 영화 '4분 44초'.

실제 이런 마케팅의 효과는 눈에 띄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앞서 지난 6월 개봉한 배우 손석구 주연의 13분짜리 단편 영화 '밤낚시'(티켓 가격 1천원)는 4만6천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CGV에 따르면 '밤낚시'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의 19%가량이 다른 영화도 함께 감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극장가에 등장한 저렴한 가격대의 '숏폼 영화'는 OTT의 활황 속에서 오프라인으로 관객을 모을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간 비싼 티켓 가격이 영화관 침체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됐는데, '숏폼 영화'의 상영은 업계와 소비자의 입장이 각각 반영된 일부 절충안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영화 '밤낚시'
배우 손석구 주연의 13분짜리 단편 영화 '밤낚시'.

다만, 여전히 국내외 영화 제작의 본류는 장편이라는 점에서 '영화=극장 관람'이라는 문화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 저렴한 티켓 가격을 내세운 '숏폼 영화'는 킬러 콘텐츠가 되기보단, 쉽고 가볍게 즐기는 '팝콘 무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블록버스터 위주의 상영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화를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으나, 본질적으로 업황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폭발력이 아직은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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