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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섬 풍광, 대충 찍어도 인생샷… 두번은 와야 할 '대청·소청도' [떠나자, 인천섬으로·(4)]

김성호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입력 2024-10-28 21:40 수정 2024-10-28 21:56

# 나무 많아 '때고 남는' 대청도


'한국의 사하라 사막' 옥죽동 사구, 이국적인 매력
농여해변 '썰물 풀등' 파도 소리 들으며 러닝 재미

# 황금어장 '쓰고 남는' 소청도

시루떡 세운듯 해안 지형… 주민 100명·대중교통 없어
분바위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남한서 가장 오래된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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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 매바위에서 본 매 지형.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가까운 인천 섬에 이런 멋진 풍경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어요. 꼭 다시 찾아와 제대로 섬을 느끼고 싶네요."



지난 25~26일 대청도·소청도를 다녀온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 참가자 15명에게서 1박 2일 내내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다. "여행이 어땠냐"는 기자의 짧은 질문에 마치 준비라도 한 것처럼 참가자들이 저마다 긴 대답을 쏟아냈을 정도로, 제대로 알고 감상할 필요가 있는 섬이 바로 대청도와 소청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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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의 청은 '푸를 청(靑)'자를 쓴다. 예로부터 소나무 숲이 무성해 푸른섬으로 불렸다고 한다. 전체면적은 15.56㎢로 전반적으로 자연이 잘 보존된 섬이다. 지금도 나무가 많다.

'먹고 남는 백령도, 때고 남는 대청도, 쓰고 남는 소청도'라는 말이 있다. 농업이 주를 이루는 백령도에는 곡식이 남아돌고, 나무가 많은 대청도는 땔감이 풍부하고, 황금 어장에서 어획고를 올리는 소청도 어민들은 돈을 쓰고 남는다는 얘기다. 대청도가 푸른 섬으로 불린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인천항에서 지난 25일 오전 8시30분 출항하는 배를 타고 3시간30분정도 지나 대청도 선진포항에 도착했다. 선진포항은 국내 최대 홍어 집산지다. 흑산도 홍어가 유명한데 사실 홍어는 대청도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과거엔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명성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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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 옥죽동 사구.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선진포항에 도착하자마자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옥죽동 사구(砂丘) 먼저 들렀다. 대청도에는 "옥죽동 모래 서 말을 먹어야 시집을 간다"라는 말이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곳으로 유명했다. 대청도의 거센 바람 때문에 옥죽동 사구가 만들어졌다.

'한국의 사하라 사막'으로도 불렸다. 사하라사막만큼은 아니어도 이국적 풍경인 것은 분명하다. 해발 40m 높이에 축구장 60개 정도의 면적(66만㎡)이라고 하는데 점차 크기가 줄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모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1980년대 후반부터 해안가에 소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러자 모래로 인한 피해는 줄었지만, 사구 형상의 사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인천섬유산연구소 소속 해설사로 이번 여행에 동행한 정영선 인천남중 교장은 "방풍림 때문에 모래가 점점 유실되자 모래를 인위적으로 퍼서 나른,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며 "해안 사구는 바람을 타고 날아온 모래가 쌓여 생긴 지형인데, 조가비 따위가 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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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 나이테바위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 참가자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일행은 버스를 타고 농여해변으로 이동했다. 밋밋한 풍경의 단조로운 해안이 아니다. 백령·대청 지질공원 명성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나무 나이테처럼 보이는 바위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다. 수평으로 쌓인 퇴적층이 강한 지각 변동을 받아 수직으로 세워졌다. '사층리' 경사를 잘 살펴보면 바다 쪽의 암석이 먼저 퇴적됐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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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 농여해변을 러닝하고 있는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 참가자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농여해변 앞바다는 썰물 때 풀등이 펼쳐진다. 이번 동행에는 러닝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지니코치'(이진이)가 동행했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러닝크루' 몇몇도 함께했다. 유튜브 채널 '지니코치'의 구독자는 11만명이다. 농여해변 입구에서 지니코치의 설명에 따라 모든 참가자들이 가볍게 몸풀기 체조를 함께했다. 몸풀기를 마치고 바다 위로 드러난 풀등 위를 1㎞를 7분30초에 달리는 속도로 2㎞를 뛰었다.

지니코치는 "대청도는 첫 방문이다. 특히 인천의 섬에서 그것도 파도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 풀등에서의 러닝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며 "많은 분들이 인천 섬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보시길, 추억도 만들어 가시길 권해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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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 매바위 전망대에 세워져 있는 매 조형물.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대청도는 송골매의 일종인 천연기념물 해동청의 채집 장소였다고 전해진다. 대청도 서내동에는 '매막골'이라는 지명도 남아있다. 매막은 매를 기르고 훈련시키는 시설이다.

고려시대 귀족층 사이에서는 매사냥이 성행했다. 고려 충렬왕은 매 사육과 매사냥을 담당하는 응방이라는 관청을 두기도 했다. 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삼각산 정상에는 매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매바위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남쪽 바다를 바라보면, 모래울 해변은 매의 오른편 날개처럼 보이고 수리봉은 매 머리 형상이다. 마치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바다 위를 오른쪽 방향으로 활공하는 매의 형상을 본뜬 것같은 지형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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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 서풍받이 언덕.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매바위 전망대에서 산책길을 따라 이동하면 아름답다는 말로 설명이 부족한 '서풍받이'가 나타난다. 산책길을 따라 이동하다 갑자기 나타나는 서풍받이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는 이들은 대부분 탄성을 지른다.

서풍받이는 서해를 거쳐 불어오는 강한 북서풍을 막아주는 바위라는 의미다.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돌출된 해안과 웅장한 해안 절벽을 이룬 기암괴석이 절경이다.

조각바위 역시 서풍받이와 함께 유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조각바위 언덕은 100m가 넘는 금빛병풍 바위가 햇빛을 받아 사방으로 반사되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빛이 난다고 한다. 천혜의 절경을 눈에 담아갈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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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도 유일의 마을상점.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번 여행 둘째날 소청도로 향했다. 선진포항에서 출발한 배가 답동포구에 도착하니 해안가에 시루떡을 세워 놓은 것과 같은 지층이 기울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청도는 마을 주민 100여명이 전부로 섬 내에 대중교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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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으로 평가 받는 소청도 분바위 스트로마톨라이트.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답동포구에서 걸어서 분바위로 향했다. 분바위는 그 색이 하얗기 때문에 마치 바위에 분을 바른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밤에 바다에서 바라보았을 때 흰색의 기다란 띠가 섬을 둘러싸고 있는 것 같다고 해 '월띠'라고도 불린다.

이 분바위 층 사이사이에는 굴 껍데기처럼 생긴 암석층이 있다. 지질시대 활동한 남조류 박테리아 흔적이 굳어져 만들어진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다. 소청도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으로 평가받는다.

예동마을에서는 소청도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일제가 전쟁 중 설치한 기뢰가 1945년 10월 소청도 해안가로 밀려왔고 그중 한 기가 자연 폭발했다. 남은 두 기 가운데 한 기는 마을 주민이 해체해 연료로 사용했는데, 나머지 한 기를 해체하던 중 기뢰가 폭발해 5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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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도 김대건 신부 동상.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번 여행에 함께한 이들은 꼭 다시 찾아오겠다고 다짐했다. 

 

남편과 함께 이번 여행에 동행한 오선희(54)씨는 "그동안 게으름 때문에 못 찾아왔구나, 아침에 조금만 부지런을 떤다면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 인천 섬이 곁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꼭 다시 찾아와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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