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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인간다운 삶 위해 분투하는 이들 향한 희망가… 정세훈 시집 ‘고요한 노동’

박경호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입력 2024-11-05 16:48

■ 고요한 노동┃정세훈 지음. 푸른사상 펴냄. 136쪽. 1만2천원

힘없는 노동자 위한 투쟁의 노래

표제작 ‘고요한 노동’ 등 61편 수록

“시 짓기는 항상 현실 직시해야”

‘고요한 노동’ 표지.

‘고요한 노동’ 표지.

정세훈 시인의 시집 ‘고요한 노동’이 푸른사상 시선 198로 출간됐다.

현실의 불평등과 불의, 부조리함에 끊임없이 저행해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를 위한 투쟁의 노래를 부른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을 향한 공감과 연대가 한줄기 희망으로 다가온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됐다. 표제작 ‘고요한 노동’을 비롯해 ‘몸이 몸을 어루만진다’ ‘석기시대’ ‘골목’ ‘집안 청소’ ‘광장의 시’ ‘여전히, 님은 민주의 선봉입니다’ 등 61편이 수록됐다.

맹문재(문학평론가) 안양대 교수의 추천 글을 종합하면, 정세훈 시인은 17살 때 공장에서 작업하다가 안전사고로 참혹하게 즉사한 동갑내기 동료를 잊지 못한다. 소규모 공장들에서 일하다 진폐증으로 작업장을 떠난 시인은 시를 쓸 때마다 그 일에 대한 슬픔과 분노에 목이 멘다. 시인은 노동자를 살리지 못하는 시는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해직 노동자, 산업재해 노동자,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인이 쓴 시의 일부를 인용하자면 “늙은 국수공장 주인”처럼 “낡은 국수공장 기계를/ 눈물로/ 방울방울 어루만진다”(시 ‘몸이 몸을 어루만진다’ 중에서)고 하며, 또 위장 폐업으로 문을 닫고 철거한 공장의 공터에 등을 돌리지 않고 “노동을 하듯/ 꽃을 심는다”(시 ‘꽃을 심는다’ 중에서)고 연대의 힘을 준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출간하며 이렇게 말했다. “시 짓기는 항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현실의 불평등과 불의, 부조리함 등을 끌어안아 집요하게 발언해야 한다. 이는 시인과 시의 의무이자 목적이다.”

정세훈 시인.

정세훈 시인.

정세훈 시인은 195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7살부터 20여 년 동안 공장 노동자 생활을 했다. 1989년 ‘노동해방문학’과 1990년 ‘창작과비평’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 ‘맑은 하늘을 보면’ ‘부평4공단 여공’ ‘몸의 중심’ 등 다수의 시집을 냈다. 동시집 ‘공단마을 아이들’, 장편 소설 ‘훈이 엉아’ 등을 썼다. 제32회 기독교문화대상, 제1회 충남 올해의 예술인상, 제1회 효봉윤기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인천작가회의 회장, 한국작가회의 이사, 인천민예총 이사장,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충남 홍성에 있는 노동문학관 관장으로 있다.

고요한 노동

살기 위한, 고요한 노동

어린 들고양이
인적 끊긴 들녘 풀섶에
잔뜩 웅크린 자세로
숨죽인 진을 치고 앉아 있네
풀섶 가 가시덤불 속
들쥐의 동태를 숨죽여 응시하고 있네

죽이기 위한, 고요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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