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발간 없어 주민 관심 하락
기자회견 아닌 보도자료 형식 발표
시간·형식에 묻어나는 경기도의 우려
화려했던 공약 어쩌다 뜨거운 감자로
경기도는 8일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로 화성시 화성호 간척지(화옹지구),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 등 3곳을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복수의 후보지가 나올 것이란 사실은 알려진대로였지만 눈길을 끈 건 ‘발표시간’과 ‘발표형식’이었습니다.
금요일 늦은 오후, 기자들이 퇴근을 앞둔 5시에 발표된 것입니다. 다음날(토요일)과 휴일(일요일)은 지역신문이 발간되지 않아 온라인으로만 기사를 송고해야 합니다.
발표가 오후 5시에 되면서 추가 취재를 하기에 시간이 부족하고 온라인 기사로만 보도되며 자연히 주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발표시간’은 경기도가 후보지 발표에 지역주민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발표형식’입니다.
원래 경기도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복수의 후보지를 발표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자회견이 돌연 지난 1일로 밀리더니 결국은 보도자료라는 형식을 통해 발표하기로 결정됐습니다. 기자회견이 열렸다면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갈 수 있는 반면, 보도자료는 정보 전달에 초점이 맞춰진 일방향 소통입니다.
기자회견은 “왜 여기인가”, “왜 3곳인가”, “어느 곳이 유력한가” 등의 질문을 건넬 수 있지만 보도자료는 3곳이 선정됐다는 사실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발표시간’과 ‘발표형식’은 경기도가 이 주제를 다루는데 극히 조심스러웠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공약으로 화려하게 시작한 경기국제공항이 어쩌다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일까요.
시작은 ‘수원 군공항 이전’과 함께… 이별 선언 후에도 이어지는 의심
경기국제공항의 시작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후보자 공약으로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사실 경기국제공항은 당시 김 지사만의 공약은 아니었습니다. 김 지사와 함께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도 먼저 공약으로 내세웠을 만큼 관심 받았던 논제입니다.
두 후보의 공약은 구체적으로는 차이가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수원 군 공항 이전, 국제공항 추진’을 내걸었습니다.
김 지사는 수원 군 공항과 성남 서울공항을 동시 이전하고 경기국제공항은 반도체 공항을 더해 건설하겠다고 했고, 김 후보는 수원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지자체 간 합의를 끌어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경기국제공항 태생의 배경에는 수원 군 공항 이전이 함께였던 것이죠.
수원 군 공항 이전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해묵은 갈등입니다. 수원 군 공항 이전을 위한 특별법은 2013년 제정돼 국방부가 2017년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선정했지만, 화성 지역사회의 반발로 여전히 표류 중입니다.
수원 군공항 이전을 위해선 지자체 간 협의가 필수적인데 두 지역 간 갈등만 깊어지고 있는 꼴입니다.
그러나 당선 이후 김 지사는 경기국제공항 건설에 있어서 수원 군 공항 이전과의 이별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김 지사는 “경기국제공항 추진은 수원 군공항 이전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검토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경기도 국제공항 유치 및 건설 촉진 지원 조례안’에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군공항은 제외한다’고 명시돼있습니다.
그럼에도 경기국제공항이 수원 군 공항 이전과 정말로 이별한 것인지를 두고는 의심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한 복수의 후보지 중에서도 화성 화옹지구가 가장 유력한 경기국제공항 후보지로 손꼽히는 이유죠.
엇갈리는 여론, 필요성도 의문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발표를 두고 지역 주민들의 여론이 벌써부터 들끓고 있습니다.
후보지로 포함된 평택의 한 지역민 커뮤니티를 보면 “바다와 인접한 위치 등으로 따져봤을 때 화성 화옹지구만한 곳이 없다”, “조건을 짜맞춰 결국 군 공항 후보지인 화성시로 발표하려는 계획인 듯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 경기 남부권 국제공항 건설의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한 의문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도민의 경우 김포공항과 인천공항, 그리고 최근 국제선 노선 신설로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는 청주공항까지의 접근성이 나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력 후보지인 화성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반발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경기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데에 이어 오는 12일에는 화성환경운동연합, 경기국제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등과 함께 5개 단체 엽합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입니다.
설득이라는 과제 안은 경기도
앞으로 경기도에 주어진 과제는 설득의 연속입니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와 정부까지 설득해야만 합니다.
경기도는 공항 배후지역 개발전략 수립을 위한 후속 연구용역과 주민 의견 수렴을 투트랙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특히 타운미팅 방식으로 포럼, 공청회 등을 열어 지역 주민의 우려사항을 충분히 들으려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하반기 공모를 유치하고 최종적으로는 국토교통부의 7차 공항개발계획에 담기도록 건의하는게 목표입니다.
이러한 타임라인을 맞추기 위해선 약속한대로 충분한 소통을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할겁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화성 화옹지구만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평택은 오산공군기지, 이천은 이천비행장과 가까이 있어 협의만 된다면 공역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내년 하반기에 국토부에 건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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