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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잔재인 ‘송도’ 지명은 철회되어야 한다

경인일보 발행일 2005-06-29 제0면

 인천광역시는 최근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얻어 연수동 앞 개펄을 매립하여 조성중인 신도시의 법정동 명칭을 ‘송도동’으로 확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시는 그 명분으로 첨단도시로서의 브랜드 가치와 대내·외적인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불러왔던 ‘송도(松島)’라는 지명을 그대로 쓰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지명은 일본제국주의 식민통치의 대표적인 의식잔재이다. ‘마쓰시마’라는 일본말의 한자명인 ‘송도(松島)’는 일제가 조선을 강점한 이후 의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언어의 쇠말뚝’에 다름 아니다.
 
이 지명의 연원인 ‘마쓰시마(松島)’는 일본 미야기현 중부 센다이만 연안에 산재한 크고 작은 260여개의 섬들을 총칭하는 명칭이다. 계절에 따라 그 아름다움이 변화무쌍하여 일본 삼경(三景)의 하나로 꼽히는 ‘마쓰시마’는 이를테면 우리나라의 금강산과 같은 일본의 명소 중 하나인 것이다. 이곳에는 일본 선종 사찰의 하나인 ‘즈이간지’절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국보와 중요문화재가 산재하고 있으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유적까지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명승의 지명을 따서 새로 건설되는 동북아의 신도시에 갖다 붙일 수 있는가.

 조선시대의 고지도나 읍지를 찾아보아도 인천지역의 지명에 ‘송도(松島)’란 지명은 없다. 특히 현재 ‘송도’라고 불리는 지역은 섬도 아닌 뭍에다 붙인 억지 지명인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세력은 조선을 강점한 이후 저들의 명승지인 ‘송도’라는 지명을 여러 곳에 마구 갖다 붙였다. 1913년 부산에서 일본거류민들이 ‘송도유원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부산시 서구 진정산 동쪽 해변을 송도해수욕장으로 개발하면서 이 명칭이 처음 사용되었다. 포항에서는 일본인 지주 대내치랑(大內治郞)이 분도(分島)의 백사장을 대여 받아 소나무를 심어 놓고 분도라는 고유지명 대신에 아예 ‘송도’로 지명을 바꾸었으니 오늘의 포항 송도해수욕장이 그것이다.

 인천의 송도유원지도 마찬가지다. 국내 처음으로 인공백사장을 만들어 이름이 높았던 송도유원지는 1937년 경기도의 미곡을 수탈하기 위해 개통된 수인선 개통 이후 새로 개장한 유원지로, 역시 일본 자본인 ‘송도유원주식회사’에 의해 개발되었다. 그러나 인천의 ‘송도’라는 지명은 총독부의 행정기관인 인천부까지 나서서 심어놓은 더 노골적인 ‘언어의 쇠말뚝’이었다. 1936년 10월 인천부의 행정구역을 확장하면서 문학면의 일부였던 옥련리를 인천부에 편입시키고 그 지명을 ‘송도정(松島町)’이라 바꾼 것이다. 개통한 수인선의 인근 역명이 ‘송도역’으로 되었음은 물론이다.

 ‘송도’라는 지명에 얽힌 역사적 실상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오욕의 지명을 새로 조성하는 국제도시의 법정동 명칭으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절대 안될 말이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2월 22일을 ‘다케시마(竹島)의 날’로 정하고 일본 위정자들까지 나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판국이다. 이런 판국에 그들이 심어놓은 ‘언어의 쇠말뚝’을 대한민국의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경제자유구역’의 법정동 명칭으로 사용하겠다니, 일본인들이 코웃음칠 일이요, 국가적 망신인 것이다.



 인천시는 과연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도 신도시의 법정동 명칭으로 ‘송도동’을 고집할 것인가. 이제라도 인천시는 지명위원회를 거쳐 우리 고유의 지명을 되살려 쓰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행자부 또한 당장 ‘송도동’ 승인을 철회하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진행하는 친일잔재 청산노력에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역사청산은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차제에 일제가 박아놓은 ‘언어의 쇠말뚝’을 뽑아내는 일을 인천시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전개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이희환(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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