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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에게 길을묻다·1]프롤로그 - 혜초의 길

전상천 전상천 기자 발행일 2010-11-12 제9면

한민족 최초 세계인… 동·서 문명과 '通' 하다

   
▲ 실크로드에서 죽음의 사막으로 불리는 '타클라마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도로 저편, 뻘건 노을이 지고 있다. 경인일보 취재진이 지난 10월 중국 호탄에서 쿠차로 가던 도중 맞닥뜨린 석양 무렵은 아름답기가 그지 없었다. 그러나 고대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들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목숨을 담보로 살갗을 파고드는 사막의 모래바람을 뚫고 저 멀리, 존재하지도 않을 '오아시스 도시' 쿠차 등을 향해 무작정 길을 가기도 했다. 문명은 피를 담보로 피어난 것이다.
1천300년 전 인도 등지로 구법순례에 나섰던 신라 고승 혜초도 생명조차 살 수 없는 사막 등을 가로지르며 수도없이 맞닥뜨린 생(生)의 끝에서 끊이지 않는 고통스런 순간을 딛고 다시 일어섰으리라.

[경인일보=글 ┃전상천기자]최근 중앙아시아를 뛰어넘어 유럽을 잇는 新실크로드 복원 프로젝트 논의가 뜨겁다.

특히 新실크로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대륙을 잇는 전통적인 개념에서 탈피해 대한민국을 동단으로 연결하는 신개념으로 새롭게 정립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이 유럽과 아시아를 묶는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인 실크로드 선점에 실패하면 역사발전에서 퇴보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경인일보는 新실크로드 대장정 '혜초에게 길을 묻다'에서 동서문명교류의 전도사인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인 '혜초'가 걸었던 실크로드를 뒤쫓아가 우리 민족이 가야 할 새로운 길을 10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 서역기행중인 혜초(慧超·704~787)의 복원도.

'한국인 최초의 세계인'인 신라 고승 혜초(704~787).

그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구법순례에 나서 서역 등 세계와 처음으로 마주 선 도전가다.

1천300여년 전 불과 16세의 어린 나이에 차가운 바다로 나가 세상의 문을 열었다. 신라 경주에서 뱃길로 중국 광저우로 가 남인도의 밀교승 금강지에게 불법을 배운 지 5년 만에 인도로 건너가 육로로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당나라 수도 장안에 이르는 5만리(약 2만㎞) 길을 홀로 걸었다.

특히 혜초는 전쟁터였던 인도와 죽음의 사막인 중앙아시아내 타클라마칸, 투르크어로 '돌아올 수 없는 땅'을 가로질러 갔던 탐험가이기도 하다.

세인의 기억에서 잊혔던 '창조적 기록가'인 혜초는 100년 전 다시 깨어나 세계사를 다시 쓰게 하는 전기를 제공했다.

1908년 프랑스 탐험가 폴 펠리오가 중국 간쑤성 둔황 석굴을 발견, 촛불을 켜고 7만여 권의 사경(寫經) 틈에서 천년 세월의 긴 잠을 자던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찾아내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양중심의 세계역사가 다시 쓰인 것이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보다 무려 500년이나 앞선 세계 4대 여행기 중 하나인 '왕오천축국전'이 우리나라, 신라 승려인 혜초가 지은 것이라는 사실에 중국 등 세계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

1천300년 전 중국과 중앙아시아, 인도의 정세와 풍습을 알려주는 세계 유일한 동서문명교류 사료인 '왕오천축국전'은 불교를 중심으로 정세·지리·풍습·언어 등을 기록한 한국 문학사상 최초의 기행문이자 불교유적순례기의 시원이 돼 우리네 가슴에 살아있는 별로 '각인'된 것.

   

최근 혜초는 또다시 '반전(反轉)'의 꿈을 꾸고 있다. 중국을 비롯, 세계사에서 혜초 지우기가 계속되고 있다. 천축을 다녀온 뒤 남은 여생 50년간을 인도불경 번역 등에 전념, 중국 역사 그 자체가 됐것만 실크로드에서 그의 존재를 찾기는 쉽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혜초는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재건되고 있는 新실크로드에서 내일의 한국을 본다.

'혜초에게 길을 묻는' 취재진에게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돼 新실크로드 재건사업의 3분의 1이 추진되는 중국 서부개발 무대인 신장지구와 내륙개발의 시원점인 란저우, 시안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여줬다.

문명충돌로 소용돌이 치고 있는 실크로드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한류 등으로 대변된 우리네 문명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경제가 어디를 향해 가야할지…. 新실크로드 대장정이란 도전의 역사를 한국 중심으로 다시 써야 한다고 설파했다.

   
▲ 중국 4대 석굴인 쿠차의 천불동 인근 사막에서 지역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낙타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 경인일보 취재팀 新실크로드 로드맵

경인일보가 중국 대륙의 심장부인 시안을 비롯, 1만㎞의 실크로드 대장정에 나섰다.

대한민국은 60년이 넘도록 분단된 반쪽 땅이어서 북한이 가로막고 있는 대륙을 통해 실크로드를 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대륙과 바다로 열린 창을 통해 세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다. 중국 웨이하이에서 우루무치까지 거리가 4천㎞를 넘는 점을 감안할 때, 수원에서 출발, 평택을 거쳐 중국 서내륙인 우루무치~카슈가르~호탄~쿠차~둔황~란저우~시안 등을 가로지르는 실크로드는 1만여㎞ 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경인일보 취재진은 10월14일부터 25일까지 11박12일간의 일정으로 실크로드 탐사에 올랐다. 수원서 출발한 취재진은 지난달 14일 밤 평택서 웨이하이교동이 운영하는 페리에 몸을 싣고 다음날 오전 중국 웨이하이로 입국했다.

   
▲ 개발 붐이 한창 일고 있는 중국 신장지구내 한 도시의 아침 출근길 전경.

둘째날인 15일 웨이하이서 중국 항공을 이용해 수원과 자매결연도시인 지난시, 오산시와 결연을 맺고 있는 신장지구 최대 도시 우루무치로 갔다. 16일 천산천지 등 우루무치 시내를 둘러본 뒤 밤 비행기로 카슈가르로 날아갔다. 17일은 현대차를 렌트, 옥의 도시 호탄으로 이동했고, 18일은 죽음의 사막 타클라마칸을 하루를 달려 오아시스의 도시 쿠차로 갔다. 19일 쿠차서 천불동 등을 둘러본 뒤 야간열차로 20일 투루판, 21일 산산, 22일 둔황을 잇따라 찾아갔다.

23일 야간열차로 황허강이 관통하는 란저우에 도착, 병령사 석굴을 둘러본 뒤 밤늦게 항공편으로 시안에 도착했다.

24일 혜초기념비 등을 취재한 뒤 25일 오후 시안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며 대장정을 끝마쳤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시를 읊었던 혜초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사진┃조형기편집위원 hyungphoto@naver.com

※ 지역신문 발전기금지원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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