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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의 시간'이 다시 한번

안톤 숄츠 발행일 2012-08-31 제25면

부패 정치인 日과 영토분쟁 악용
무조건적 분노·맹신 이젠 버려야

   
▲ 안톤 숄츠 / 코리아컨설트 대표
'독도의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몇 년에 한 번씩 거의 아무도 살지않고 있는 바다 한가운데 몇 개의 돌들로 이루어진 이 섬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흥분하는 시간이 바로 내가 말하는 '독도의 시간'이다. 그렇다면 여러분들도 내가 말하는 독도의 시간에 대해 알게 됐다.

90년 중반부터 한국에 있어온 나는 이 특별한 시간을 몇 차례 경험했고 이는 보통 이 섬에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에 시민들의 격렬한 분노를 느끼면서 이 시간이 도래되곤 했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어떤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걸 좀더 설명하자면 국내 정치 단체인 당간의 내부적 문제들이 많은 시기에 이 독도의 시간이 인터넷상의 팝업창처럼 뜨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완전한 우연일까하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이 그런 느낌이 드는 시간이다. 대통령의 친족이 감옥에 가고 그의 몇몇 측근 사람들이 뇌물 수수 및 그 밖의 다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야당도 대통령 선거를 얼마 앞두고 실제론 끝나지 않는 내부 갈등으로 더좋은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지금 한국의 정치 현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이럴 때 제대로 쓸 수 있는 조커(카드 게임에서 바라는 카드로 대용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옷 소매에서 슬며시 독도 카드를 내밀어 부정과 부패 또는 무능력한 정치가들에 대한 모든 분노를 밖으로 향하게 돌려쓴다. 그리고 얼마나 자주 독도 카드를 쓰든 그 힘은 언제나 강력하다. 내부 문제들에 집중하지 않고 그 즉시 국민 모두가 뛰어들어 갈 수 있는 분노 집합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독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확실히 일본과의 관계는 뚱해지고 지난 나쁜 식민지의 이슈도 함께 불거진다. 과거 잘못에 대한 사죄 요구 등 일본과의 많은 문제들이 수면에 떠오른다. 나의 개인적 믿음은 한국의 대부분의 정치가들의 최대의 두려움은 아마도 일본이 언젠가 제대로 완전히 사과하는 일일 것이다. 일본이 만약 독도에 대한 억지 주장을 철회하고 더이상 교과서를 포함한 어떤 책에도 그들의 전쟁을 영광의 시대로 적지않고 전쟁을 일으키고 일본군 위안부에게 저지른 만행을 완전히 인정하고 사죄를 하고 보상도 한다면 말이다.



다시 독도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때로 거슬러 가 몇 년전 '독도의 시간'에 내 학생들에게 독도가 한국 땅임이 100% 확실한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당연히 그들 모두가 독도는 우리 땅임이 100% 확실하다고 대답했다. 그럼 일본이 독도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갑자기 조용한 침묵이 흘렀고 20명이 넘는 학생들 중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 내가 독도가 한국의 영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절대 오해하시지 않길 바란다. 다만 내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한국 사람들이 정치가들이나 미디어의 이야기에 옳고 그른지에 대한 아무런 의심이나 질문없이 기꺼이 믿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 전체 이슈에 대해 누군가는 솔직해야 하겠다. 독도 그 주변의 바다에는 어획량이 많고 잠재적인 기름과 가스가 숨어있는 보물 창고이다. 이 모두가 돈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만약 그런 보물이 바다에 없다면 독도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으로 그저 영해를 넓힐 수 있는 바위섬일게다. 그런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 적어도 누군가는 애국심 등으로 가리지 않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 독자 여러분이 이 무식한 외국인을 죽도록 두들겨 패기 전에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뉴욕타임스에 광고를 하거나 타임스퀘어에서 사인보드로 독도 이슈를 올리는 것은 이 문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주장을 무시하는 것이 독도가 한국인의 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태도는 아닐까? 그렇다면 항상 반복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것을 위해 한국 정치인에게 그리고 어쩌면 한국인의 정신 전체를 위해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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