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이규혁 '올림픽메달 없어 오히려 다행…더 많이 얻어'

연합뉴스 입력 2014-04-07 14:50:33

은퇴 기자회견 "이론적으로 공부해 후배 도움주고 싶다"

이3.jpg
▲ '빙속 전설' 이규혁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은퇴사를 하고 있다. 이규혁은 한국의 동·하계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6회 연속 출전의 대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올림픽 6회 출전의 위업을 남기고 은퇴한 '빙속 전설' 이규혁(36)은 "올림픽 메달이 없어 다행"이라며 후련하게 웃었다.
 
이규혁은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은퇴식을 열어 공식적으로 빙판에 작별을 고한 뒤 기자회견에서 "예전에는 올림픽 메달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일부"라며 "메달은 없지만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고 자신의 선수 인생을 돌아봤다.
 
그는 "메달이 없어 좌절했지만 그 덕에 여기까지 왔다"면서 "여기까지 오게 한 크고 작은 경기가 모두 기뻤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 공부를 해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가대표팀의 코치나 감독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2.jpg
▲ '빙속 전설' 이규혁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금빛 스케이트화 트로피를 들고 어머니 이인숙씨 등 참석 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규혁은 한국의 동·하계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6회 연속 출전의 대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다음은 이규혁과의 일문일답.
 
-- 공식 은퇴식을 치른 소감은.
 ▲ 이 자리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조촐히 할 줄 알았는데…. 많은 분이 격려해 주셔서 감사하다.
 
-- 은퇴식 도중 눈물을 보였는데.
 ▲ 그냥 울컥하더라. 영상을 보며 '내가 이럴 때가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시간에 아쉬움도 느꼈다.
 
-- 선수생활을 하며 가장 기쁘던 순간과 아쉽던 순간을 꼽자면.
 ▲ 예전에는 올림픽에서 실패하면 늘 슬프다고 생각했다. 메달이 없어 좌절했다. 그러나 지금 보면 그 시간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슬픔이나 아픔이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오게 만든 크고 작은 경기가 모두 기뻤다. 특별히 어느 대회를 꼽기보다는 오랜 시간 운동할 수 있었다는 게 중요하다.

-- 올림픽 메달이 없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 메달이 없었기에 계속 운동할 수 있었다. 올림픽을 마치고 다시 4년을 준비하곤 했다. 올림픽 메달이 없어서 다행이다. 메달은 없지만,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 어린 나이에 나선 첫 올림픽을 돌아보면 어떤가.
 ▲ 그땐 메달 후보로 꼽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컸다. 국가대표선수의 의미는 잘하는 선수 아니겠느냐. 잘해야한다는 긴장이 컸다.
 
-- 올림픽 6회 출전의 위업과 메달을 바꿀 수 있다면 바꾸겠나.
 ▲ 소치올림픽 전이었다면 무조건 바꾸겠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소치올림픽을 치르면서 달라졌다. 예전에는 올림픽 메달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일부다.
 
-- 메달이 없는데도 국민의 인정을 받고 성대한 은퇴식까지 치르게 됐다.
 ▲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안 돼도 다시 또 하고, 또 도전한 과정에 많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과정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그 부분에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 오랫동안 운동을 한 원동력을 꼽자면.
 ▲ 운동량이 많은 종목이지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버티면 우승이고, 우승의 희열을 알기 때문에 희망에 차서 힘든 훈련을 했다.
 
이.jpg
▲ '빙속 전설' 이규혁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빙상 선후배들이 준비한 금빛 스케이트화 트로피와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규혁은 한국의 동·하계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6회 연속 출전의 대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 지난 시즌이 힘들었다고 했다.
 ▲ 한국에서 나이 많은 선수가 운동하기 힘들다는 것을 작년에 느꼈다.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있더라.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내가 아는 스포츠는 정정당당한 것이다. 우리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실력이 있는데도 양보한다면 국제무대에서 성적 나오기 어렵다. 나는 끝까지 이기려 하고, 후배들은 이 도전을 버텨내는 것이 내가 아는 스포츠다. 그래도 작년에는 내게 혼나던후배들이 버텨줬다는 것(이 고맙다). 그동안 나는 주는 선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섭섭한 일이 있었지만 많이 배웠고 이제는 마음이 편해졌다.
 
-- 앞으로 계획은.
 ▲ 그동안 너무 운동에 전념하다가 다른 것은 못하고 살았다. 우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론적으로 공부도 해서 후배들을 위해, 평창에서 도움이 될 실력을 갖추고 싶다. 하지만 일단은 쉬고 싶다.
 
-- 지도자가 될 마음도 있나.
 ▲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 번은 국가대표팀의 코치나 감독을 하고 싶다. 선수 생활을 막 마감하고 보니 아직 느낌이 살아있어서 이것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꼭 코치나 감독 자리가 아니더라도 평창올림픽에서 후배들이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
 
-- 평창올림픽에서 지도자로 나서고 싶은 욕심이 있겠다.
 ▲ 욕심은 없다.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지만 억지로 뭔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다. /연합뉴스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