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진짜 캠핑을 알려 주마

박인하 발행일 2014-07-07 제13면

- 하야세 준 '두근두근 캠핑로드'(1-6)

875354_436331_4126
▲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
경기도의 한적한 동네에 살고 있다. 10년 전 신도시의 아파트를 떠나 이곳으로 이사왔을 때만 해도 2차선 도로 옆은 대부분 논·밭이었다. 매년 논·밭이 메워지더니 창고와 공장이 들어섰다. 얼마 전 논이었던 자리가 또 메워졌다. 공장과 창고가 들어서는 건가라고 답답해 할 무렵 '오토캠핑장'이라는 간판이 붙었다. 캠핑이라면 설악산이나 지리산 같은 곳을 떠올리던 나에게, 내가 사는 동네에 캠핑장이 생긴 건 충격이었다.

토요일 저녁이면 캠핑장에 차와 텐트가 가득 들어찬다. (특별한 연휴나 휴가 기간이 아님에도)가끔 근방을 지날 때면, 멀찌감치 차를 세우고 텐트를 구경하기도 한다. 텐트에도 유행이 있는지 볼 때마다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기본 구성은 비슷하다. 자동차와 커다란 텐트를 함께 세우고, 멋진 조리대에 식탁도 보인다. 밤이 되면 한쪽에 스크린을 세우고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 밤이 지나고 나면 바로 철수준비를 한다. 어제, 가족을 위해 텐트를 설치했던 아빠는 오늘, 복귀를 위해 텐트와 장비를 정리한다.

휴일 서울 근교의 캠핑장에서 대자연의 호젓함을 찾는 건, 서울 가서 김서방 찾는 정도의 난이도다. 간격없이 붙은 텐트는 자연스럽게 장비경쟁을 하게 만든다. 간단한 장비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캠핑을 즐길 수 있음에도, 지난주 본 옆 텐트의 장비를 떠올리며 내 장비를 탓한다. 어느 순간 캠핑의 목적이 애매해진다. 드디어 '글램핑'이란 난생 처음 들어보는 말도 등장했다. 화려한 캠핑이란 뜻이라는데, 호텔의 정원 등에 완벽하게 준비된 텐트가 마련되고, 요리사가 음식을 준비해 주기도 한다.

캠핑의 열풍 속에 진짜 캠핑이 뭔가 좀 애매하다면, 하야세 준의 '두근두근 캠핑로드'를 보자. 이 만화는 1998년 '야외로 나가자!'는 제목으로 5권까지 출간된 뒤 절판된 만화를 완결권인 6권까지 새로 출간된 만화다.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건 1996년이다. 90년대는 일본에 중년층을 중심으로 100대 명산 투어 같은 제2차 아웃도어 붐이 불었던 때다. 1998년 초판이 나올 때 이 만화에서 이야기한 '캠핑'은 뭔가 판타지 같은 느낌이었는데, 2014년에는 어느덧 현실이 되었다.



32세의 회사원 노부와 20세의 전업주부 메구미는 이사한 맨션에서 우연히 주민들의 바비큐 파티에 참여하게 된다. 노부의 "이러고 있으니 캠핑할 때 생각이 나는군요"라는 말을 들은 젊은 아내 메구미는 "나도 캠핑 가고 싶어! 멋진 데 좀 데려다 줘"라고 조르게 되고, 결국 캠핑을 그만둔 노부는 아내와 캠핑 라이프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 아내와 나선 첫 캠핑. 캠핑장에는 텐트가 가득하다. 메구미는 "완전 하루주쿠 같아"라며 캠핑의 첫 감상을 말한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뭐든 경험해 보고 싶은 메구미의 욕망과 캠핑 고수 노부의 노하우가 결합하며 산·바다·계곡·동네 하천 등으로 새로운 캠핑 장소를 넓혀 나간다.

많은 일본만화가 그렇듯, '두근두근 캠핑로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살아있는 만화다. 가족의 갈등, 이혼한 엄마와 혼자 사는 아이, 홀로 부임한 샐러리맨 같은 사람들의 갈등과 고민을 캠핑을 통해 풀어간다. 이 만화의 원제인 '야외로 나가자'처럼, 이 만화에서 이야기하는 '캠핑'은 개인의 야외활동이다. 인공적이고 화려한 캠핑이 아니라 자연의 맛을 느끼는 캠핑이 궁금하다면, 이 만화가 제격이다. 꼭 이대로 캠핑을 하지 않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으니까 딱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만화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