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줬다 뺏는 건' 무슨 심보?

최규원 최규원 발행일 2014-12-24 제12면

927847_489315_1310
▲ 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돈은 당장의 지하철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텐데 개념이 없는 사람들 같아요."

하남시의회 자유게시판이 뜨겁다. 2013년부터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해 온 하남시의회가 내년부터 '관외거주학생'에게 급식비를 50%만 지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치사하게 먹는 것 가지고 너무 한다' '어른이 대놓고 아이들에게 차별을 가르치고 있다' 등 학부모들의 반발이 하남시의회 게시판으로 향하고 있다.

당초 시의회는 고교 무상급식과 관련해 관내 학생 50% 삭감, 관외거주학생 100% 삭감키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그나마 관외거주 학생에 대해서만 50% 삭감 결정을 내렸다.

시의회는 삭감 이유를 '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 탓으로 돌렸다. 올해 8월 착공된 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에 시가 분담해야할 금액이 860억원에 달하고 완공시까지 매년 150억원 이상의 막대한 재정 투자가 계획돼 있다. 단기적으로 세입 증가가 미미해 지방채를 발생해야 하기때문에 부득불 관외 거주 고등학생 무상급식지원 예산을 50%로 축소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얼핏봐도 예산 삭감의 이유로 납득하기 어렵다. 차라리 그런 이유라면 학부모들에게 더좋은 하남을 위해 사업기간 동안 희생해 줄 것을 심정적으로 호소했으면 어땠을까? 이 방법 역시 학부모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겠지만, 더나은 미래를 위해 잠깐의 희생을 참을 수 있다는 공감대를 만들었다면 학부모들이 예산 삭감을 수긍했을 가능성도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해당 학교에 관외학생이 다닌다는 것은 유학생이 많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해당 학교가 좋기때문에 멀리서라도 그 학교를 가고싶다는 얘긴데, 이런 학교에 대한 지원은 커녕 유학생 급식비를 절반으로 줄인다. 그걸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어른들은 늘 말한다. 아이는 우리들의 미래라고. 과연 시의회의 이번 결정이 아이들을 위한 결정이었을까. 학생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어른들이 대놓고 차별을 가르치려하니 말이다. 아이들에게 잘못된 행동을 가르쳐주고 그를 똑같이 따라한다고 어른이 나무란다면 그 아이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있을까?

/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