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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5] 철책앞에선 산산이 '조각그림'

김도현 김도현 기자 발행일 2006-02-03 제0면

5. 군사보호구역 같은 인천남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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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과 함께 동북아 물류 중심 도시 인천의 동력 축인 인천항 주변 해안가도 철책선이 가득했다. 마치 인천항이 군사보호구역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일대는 으레 시민이 가서는 안되는 지역으로 변해 버린 지 오래다.

2일 오후 1시께 인천시 중구 항동 제 2경인고속도로 종점을 지나 옛 백주년기념탑 사거리로 접어들자 '해안'이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오는 6월 공사가 마무리 되는 이 길은 송도 경제자유구역과 연결되는 주 간선도로다. 비포장 구간을 지나 조성공사가 한창인 남항 매립지를 옆에 끼고 차를 몰자 목적지인 용현 갯골수로 펌프장이 나타났다. 분명히 바닷가지만 얼마전 새단장을 한 듯한 철책이 '해변'으로의 접근을 막았다.

2군데 설치돼 있는 2층 높이의 군 경계초소는 자물통이 채워진 채 '예상 침투로'가 아니라 송도 경제자유구역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해안구조상 어쩔 수 없어 보였지만 경계 대상이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침 썰물이라 철책 너머 맨살을 드러낸 갯벌에는 철새 떼가 먹이사냥에 한창이었다. 갯벌에 반사되는 석양과 어우러지면서 멋들어진 풍경을 연출했지만 철책은 가만 내버려둘 수 없다는 듯 한폭의 동양화를 조각그림으로 바꿔 놓았다.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철새 떼를 보려고 한발 더 다가서자 철책은 이번에는 '내가 동물원에 갇혀 있나'라는 착각을 하게끔 만들어 버렸다.

철책을 따라 들어서 있는 원목 야적장에서 3년째 중장비 대여업을 한다는 김영환(58)씨는 철책 때문에 불편한 게 없느냐는 질문에 “철책이 없으면 낚시라도 해서 매운탕이라도 끓여 먹을 수 있지…”라며 혀를 끌끌 찼다.



해안 경계 임무를 맡은 군부대 막사를 지나자 남항 준설토 투기장 공사장 정문 출입구가 나타났다. 공사장 경비원 윤광주(66)씨는 철책을 걷어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묻자 손사래부터 쳤다. “이곳은 수심이 깊어요. 철책이 없어지면 분명히 낚시꾼들이 몰려올텐데. 위험합니다. 철책은 철거해서는 안됩니다.”

10년째 철책 가까이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윤씨는 철책을 군사용이 아니라 위험방지를 위한 안전장치쯤으로 여기는 듯 했다.
용현갯골수로 펌프장부터 준설토 투기장을 지나 모래부두까지 연결돼 있는 철책은 1.7㎞. 인천시는 거참도로 이전을 추진중인 모래부두 개발계획(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연계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데크 등을 설치하기로 하고 조만간 국방부 및 관할 부대와 철책 철거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만 쌍용양회 인천사업소 전면 1.2㎞ 철책 구간도 내년까지 계획돼 있는 남항 주변 도로정비계획에 맞춰 철책을 정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국방부와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시대 상황이 많이 바뀐 만큼 철책을 바라보는 국방부 및 관할부대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기대하고 있다. 차를 몰아 연안부두 회센터로 향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월미도 및 소래포구와 함께 인천의 3대 가볼만한 곳으로 손꼽히던 이곳은 그러나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건립 등으로 바다가 매립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20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허옥자(46·여)씨는 전했다. 경쟁 상대였던 월미도는 철책이 철거(89년 12월. 0.7㎞)되고 문화의 거리가 조성된 반면, 연안부두의 앞바다는 매립에 이은 여객터미널과 역무선 부두로 인해 막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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