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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문화유산을 찾아서·24] 경기도의 ‘불천위(不遷位)’를 찾아서

경인일보 발행일 2015-12-15 제17면

국가 공로 큰 사람, 영구히 사당에 모셔 ‘기제’

불천위
고양시에 위치한 이훈·이종학 부조묘. /경기문화재단 제공

제사 대수 넘어도 땅에 안묻고
돌아가신 날 제향 지낼수 있어
‘가문 최고의 영광’ 종가라 불려
도내 300여 곳 소재 ‘전국 최다’


고례(古禮)에 의하면 ‘제왕은 하늘을 제사지내고, 제후는 산천을 제사지내며, 사대부(士大夫)는 조상을 제사지낸다’고 했다. 제례는 조상에 제사를 지내는 의식절차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존재하게 한 근본에 보답해야 할 것(報本之禮)이고 그것이 효도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는 3품관 이상은 고조부모까지 4대를 제사지내고, 6품관 이상은 증조부모까지 3대, 7품관 이하 선비들은 조부모까지 2대, 서민들은 부모만 제사지낸다고 했다. 1894년 갑오경장으로 신분제도가 철폐되면서 효도하는 데 신분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풍조가 만연, 누구든지 고조부모까지 4대봉사(四代奉祀)를 하게 됐다.

현재는 가정의례준칙을 제정하면서 조부모까지만 제사를 지내도록 권장하고 있다. 돌아가신 조상을 살아계신 조상 섬기듯 모시기 위해 조상을 상징하는 표상이 필요했는데 이를 ‘위패(位牌)’라 하며 위패를 모시는 장소가 ‘가묘(家廟)’, 즉 사당이다.



불천위(不遷位) 제사란 4대봉사의 대수가 넘어가도 ‘체천(滯遷, 봉사손의 대수가 다한 신주를 자손 중 항렬이 가장 높은 연장자에게 차례로 옮기는 것)’하거나 그 위패를 땅에 묻지 않고 영구히 사당에 모시고 봉사하는 기제다. 이러한 불천위 위패를 모신 사당을 특별히 ‘부조묘(不 廟)’라고 한다.

본래 제사는 고조까지 4대를 봉사(奉祀)하게 돼 있고 그 위의 조상들은 시제(時祭) 때 모시게 돼 있으나, 불천위에 봉해지면 영원히 ‘기제(忌祭,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향)’를 지낼 수 있게 된다.

국가에 공로가 많은 인물들이 서거하면 국가에서 예장(禮葬)을 치르는데 이들의 위패가 영구히 사당에 모셔진다. 불천위는 가문과 지역의 최고 영광이었고 불천위 제사를 모시는 집안을 종가(宗家), 그 후손을 종손이라 일컫게 됐다.

불천위가 모셔진 부조묘는 문중과 지역의 의례공간이자 상징적 구심점 역할을 하는 장소였다. 불천위 제사는 가문의 영광과 권위를 드러내는 것으로 전통 사회의 구조와 지역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원천자료다.

지금까지 경기도 내 불천위 제사를 모시는 종가가 300여 곳 이상으로 파악되는데, 이번 경기문화재단에서 불천위 144위를 조사해 ‘경기도 불천위’ 책자(전 5권)를 발간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부조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마을 곳곳에 있는 사당들은 경기도의 위대한 선현들이 우리와 영원히 함께 살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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