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수인선 협궤열차 기관사 박수광씨 '24년간의 추억'

김주엽 김주엽 기자 발행일 2016-02-24 제11면

정다웠던 서민의 발… 잊을수 없는 마지막 여행

2016022301001478400077661

폐선 20년만에 이달 27일 송도~인천 개통
"인천·경기 추억 담긴 열차됐으면" 바람


앞사람 무릎이 닿을정도로 좁았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아… 인간미 넘치던 그리운 열차

"수인선은 수원과 인천을 잇는 교통수단을 넘어 서민들의 향수와 낭만을 간직한 소중한 추억입니다."

1995년 12월 31일. 1937년부터 58년 동안 수원과 인천을 이어주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던 수인선이 폐선됐다. 인천과 수원을 연결하는 도로들이 잇따라 개통되면서 이용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마지막 열차를 운전했던 기관사 박수광(70)씨는 "열차운행을 마치고, 경기도 수원에 있는 사무실에서 종단식을 하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섭섭했다"며 "나는 다른 노선 기관사로 옮기게 됐지만, 자식 같은 열차를 떠나 보내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박씨는 1971년부터 24년 동안 수인선 열차를 몰았다. 그는 수인선을 떠올리며 "수인선은 수원, 화성, 시흥, 안산, 인천 등 5개 지역을 이어주는 노선이었다"며 "통학생·보따리 상인·좌판 아주머니·회사원 등 서민들의 발이 돼준 소중한 열차"라고 설명했다.

협궤열차였던 수인선의 레일 간격은 762㎜로 국제 표준궤(1천435㎜)의 절반에 불과했고, 이에 따라 달리는 동력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언덕을 올라가는 경우나 비가 온 날이면 열차가 멈추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박씨는 "인하대학교에서 송도로 가는 고개가 있었는데 아침이면 레일에 이슬이 맺혀 열차가 올라가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이에 기관사들은 열차에 타고 있는 학생들에게 (열차에서) 내려 레일에 모래를 뿌리라고 시키고, 어른들은 뒤에서 열차를 밀어 언덕을 넘어갔다. 이용객과 기관사가 합심해서 열차를 운행했다"고 그때를 생각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의자에 앉으면 앞사람과의 무릎이 닿을 정도로 좁았지만, 누구도 짜증을 내거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지금은 지하철이든 버스든 조금만 스쳐도 짜증을 내지 않나. 수인선 안에서는 그렇게 그 안에서 다닥다닥 붙어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끝냈다. 인간미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열차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인선 송도∼인천구간이 오는 27일 개통된다. 내년 12월 한대앞~수원 구간이 완공되면 인천에서 수원까지 모두 52.8㎞ 길이의 수인선이 모두 개통되는 것이다.

박씨는 "열차가 폐선될 때에는 다른 전동차가 들어와 금방 운행을 다시 시작할 줄 알았는데 20년이나 걸렸다"며 "예전 수인선처럼 인천과 경기도 서민들의 추억이 담긴 열차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