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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지사 대권행보에 놀아나는 경기도 연정

서진웅 발행일 2016-07-15 제12면

사본_-서진웅
서진웅 경기도의원(더·부천4)
최근 실시한 경기도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경필 도지사의 시책 중 경기 연정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또 연정과 관련된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야당 인사를 사회통합부지사로 임명한 것이라고 한다.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며 필자는 민생은 없고 대권을 위한 여론몰이에만 연정을 이용하는 남 지사의 행보가 마냥 불편하기만 하다. 사실 남 지사가 처음 연정을 제안했을 때 많은 고민이 있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주장하던 연정을 국회에서 그토록 반대했던 남 지사가 왜 생각을 바꿔 연정을 주창하는 것일까, 남 지사의 제안을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될까, 법과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는 상황에서 의회의 기능과 역할이 축소되지 않게 하면서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희망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상생의 정치를 위해 20개의 우선 합의 사항 실행과 생활임금 조례 등 집행부가 제소한 조례의 공포, 인사청문회 시행 등에 합의했고 1기 연정은 시작됐다.

1기 연정이 마무리되는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성과가 있었는가 하는 반성이 더 큰 게 사실이다. 성과라고는 집행부가 대법원에 제소한 4개 조례의 공포를 통해 올해 예산 60억원을 편성한 것에 불과하다. 20개 항의 합의 사항은 아직도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인사청문회 역시 부적절한 인사에 대해 호된 질책만 할 뿐 임용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올해 연정 사업은 신규 16개 사업에 261억원이 편성됐고 계속 사업은 75개뿐이다. 의회 자율 편성 예산을 제외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신규 4개 사업엔 31억원, 기존 11개 계속 사업엔 불과 113억원이 반영돼 20조가 넘는 경기도 살림에 비췄을 때 거창한 '연정'의 명칭을 달기엔 창피한 수준이다.

현실은 이럴 진대 경기 연정이라는 꽃가마에 올라탄 남지사는 도정은 뒤로 한 채 오직 대권 행보를 위한 대외활동에만 매진하는 모습을 보며 필자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앞으로 2기 연정을 추진한다면 도민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진정한 민생연정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심한 사회적 양극화에 직면해 있고, 포용적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 서민 주거 복지 정책,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남북협력사업과 통일정책, 보육과 교육협력 정책 등 해결해야 할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를 위해 세부적인 정책 연정 실행 합의서를 작성하고 이 사업의 주관 부서인 도청 경제실과 교육협력국을 사회통합부지사실로 이관해 얼굴마담이 아닌 실권형 사회통합부지사를 만들어 의회와 합의한 정책을 그 책임 하에 집행하게 함으로써 도민에게 성과를 명확히 보여주는 진정한 연정을 하는 것이 남 지사의 역할이자 책임일 것이다.



필자는 남 지사에게 요청한다. 성과가 미미한, 무늬만 연정인 경기 연정을 예로 들어 협치형 정치 모델의 코리안 스탠더드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지 말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나 대권 행보를 위한 보여주기식 수단이 아닌 민생 연정을 만들어야 한다. 실질적 지방자치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법과 제도의 틀을 개선해 나가는 데 노력해야 할 때다. 지금과 같이 의회와 소통하지 않고 오직 정치적 목적을 갖고 앞서나가는 지방장관제,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할 시·군과 논의조차 하지 않고 발표해버린 경기도형 버스 준공영제 등 연정을 빌미로 여론을 호도하는 정치를 그만두기를 바란다. 끝으로 2014년 7월 남 지사가 한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남 지사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정부에 매일 했다고 한 말이다. "왜 정부는 마음대로 정해서 국회에 던지기만 하냐" 필자는 남 지사에게 그 말을 그대로 전하고 싶다. "왜 남 지사는 마음대로 정해서 의회에 던지기만 하는가" 소통하는 도지사를 원한다.

/서진웅 경기도의원(더·부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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