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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병상에 누운 장용석 전 경장 13년째 지키는 사람들

신선미·권준우 신선미·권준우 기자 발행일 2017-02-22 제9면

돈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아빠 노릇' 동료들이 나섰다

인터뷰 공강 장용석카페 수원중부경찰서3
지난 2004년 현장에서 다쳐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는 장용석 전 경장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고기철 전 수원중부경찰서장(경기남부지방경찰청 형사과장), 조상만 수원중부경찰서 경리계장, 이영희 복지담당 행정관이 수원중부경찰서 내에 마련된 장용석 카페에서 장 전 경장의 투철한 직업 의식을 되새기며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인터뷰 공강 장용석카페 수원중부경찰서9
천차만별의 직업 중 위험한 일이 여럿 있다. 경찰 직업도 그중 하나다. 한때 '권위'의 상징이었고 지금도 그런 면이 없진 않지만 갈수록 '치안 서비스'가 강조되면서 경찰은 어느덧 위험 직종이 돼 버렸다.

9천519명. 최근 5년간 근무 중 부상당한 경찰관의 숫자다. 이 중 피의자 등의 피습으로 인한 부상자가 2천730명에 달하고, 각종 안전사고에 의한 부상자는 4천224명이나 된다.

장용석(47) 전 경장은 13년전 현장에 출동했다가 의식을 잃었고 지금도 병상에 누워있다. 그 사이 3살이었던 그의 아들은 지난 10일 중학교를 졸업했다. 장 전 경장도 그렇지만 그의 가족이 꿋꿋이 삶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경찰 동료들의 지원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료들은 장 전 경장을 잊지 말자며 그의 이름을 단 '장용석 카페'를 열었고 '아빠 역할'도 대신하고 있다. 동료들은 늘 장 경장의 상태가 호전됐는지에 관심을 두고, 아들의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딸의 생일이 언제인지를 줄줄이 꿰고 있다.



물론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일에 쫓기며 그를 잠시 잊기도 했다. 하지만 장 경장이 병상에 누운 지 만 10년이 되던 해, 수원중부경찰서장으로 부임한 고기철 서장의 의지와 직원들의 마음이 더해지면서 다시 그가 동료들의 곁에 왔고, 그들의 내민 손길은 따뜻하다 못해 그야말로 뜨겁다.

장 경장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만났다. 고기철 전 서장과 조상만 수원중부서 경리계장, 이영희 복지담당 행정관이 20일 오전 수원중부경찰서 내에 있는 '장용석 카페'로 모였다.

-장 경장이 부상당했을 때 상황은.

조상만(이하 조) : 2004년 당시에는 서호파출소가 지금의 수원서부경찰서가 아닌 수원중부서 관내였다. 장 경장이 서호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중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떠밀려 넘어졌다. 하필이면 인도 경계석에 머리를 부딪히는 바람에 곧바로 의식을 잃었고,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지만 회복이 어려웠다.

이영희(이하 이) : 당시 동료들이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들었다. 그 현장에 장 경장이 아니었다면 본인이 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잊혔던 장 경장을 다시 돕게 된 계기가 있다면.

고기철(이하 고) : 2014년에 발령받아 수원중부서에 왔는데, 경찰의 날에 보도된 장 경장의 부인 인터뷰를 읽었다. 서장으로 부임 전에도 직원들이 장 경장에게 간헐적으로 도움을 주긴 했지만, 금전적인 도움보다도 가장의 빈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자녀가 있는 상황에서 장 경장의 아이들이 상실감 없이 자랄 수 있도록 '아빠 노릇'을 대신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조 : 당시 실무 담당자였는데, 상조회 정관에 장 경장의 지원안이 추가돼 공식적이면서도 정기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다. 아이들의 생일 등 경조사를 챙기고, 입학과 졸업 등 부모가 동행해야 하는 각종 행사에 정복을 입고 찾아갔다. 장 경장의 딸 혜리(14) 초등학교 졸업식에 갔을 때 걱정도 됐는데 혜리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뭉클하면서도 뿌듯했다. 매년 상조회에서 그 해 장 경장을 도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또 어떤 도움들을 줬나.

고 : 'S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장 경장을 돕기 위해서는 우선 장 경장을 바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 직원에게 알리기도 하고 병문안도 권장하며 그의 상황에 공감(sympathy)하자는 의미의 'S'자다. 또 1년 동안의 평가를 통해 수원중부서가 S등급을 받으면 그 성과급의 일부를 장 경장을 위한 기금으로 나누자(share)는 의미의 '3S'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실제로 S등급을 받아 장 경장 이외에도 불우한 상황의 동료 경찰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 : 장 경장은 병상에 있고 부인은 일을 해야 해 아이들 학업이 걱정스러웠다. 의무경찰로 군 복무 중인 친구들 중 일부가 교육봉사로 매주 토요일에 혜리 과외 공부를 시켰는데, 자신감도 생기고 학업에도 흥미를 갖게 된 것 같았다. 과외는 혜리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지속됐다.

조 : 장 경장의 아들 연호(16)의 꿈이 축구선수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주말에 야구, 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kt 위즈파크 개막전에서 시구도 하고 수원FC 경기에 시축하는 기회도 지원했고, 연호의 경우 수원FC 축구단 훈련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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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석 카페에 대한 동료들의 호응이 좋다는데.

조 : 장 경장의 투철한 사명감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1월 1일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 작게나마 현판식도 가졌는데, 장 경장의 가족들이 참석해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잠깐 쉬기도 하고 민원인도 만날 수 있는 데다 커피도 맛있어 직원들이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것 같다.

이 : 운영은 경찰서 복지위원회가 하는데 수익금은 주로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쓰인다. 식대로도 지원하고, 장 경장이나 동료 경찰을 도울 일이 있을 때 그에 대한 자원으로 쓰이기도 한다. 수원중부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장용석 카페는 영원할 것이다.

-만약 장 경장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지.

고 : 당시 파출소에 근무했는데, 지금쯤이면 최소한 출동 팀장이었을 것 같다. 부인 말로는 장 경장이 원래 생일이 아닌 경찰의 날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경찰이라는 직업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아마 '열혈 경찰'로 다양한 활동을 했을 것 같다.

조 : 장 경장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예전에는 누가 병문안을 가도 표정변화가 없었다면, 요즘은 아는 이의 얼굴이 보이면 티가 나도록 웃는다.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일 텐데 가족들과 주변 동료들의 진심이 장 경장에게 큰 힘이 됐으면 한다.

-상태가 많이 호전된 장 경장과 가족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한다면.

이 : 연호와 혜리 둘 다 착하고 바르게 크고 있어서 참 감사한 일이다. 장 경장의 뒤를 이어 자녀들이 경찰이 되는 상상도 해봤는데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장 경장의 부인께도 같은 여자이자 엄마로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말 전하고 싶다.

조 : 수원중부서에 장용석 경장을 모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모든 동료들에게 귀감이 되는 동시에 직원들도 장 경장에게 항상 관심을 갖고 있으니 이 같은 관심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

고 : 좋은 일, 궂은 일을 하다가 어려움을 당한 의인들도 가족의 입장에서는 큰 시련이다. 하지만 장 경장의 사연은 모든 경찰관에게 자신의 사연이나 다름 없을 만큼 공감을 얻고 있다. 동료들이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으니 아이들도 자랑스러운 아버지와 함께 따뜻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글/신선미·권준우기자 ssunmi@kyeongin.com·사진/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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