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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을 찾아서]수원 정자동 '어머니의 반찬가게'

황성규 황성규 기자 발행일 2017-11-30 제17면

터질듯 말듯 가득 말린 재료
마음까지 배부른 '소울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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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한줄 눌러담은 내용물
입안 가득 풍미 '웃음꽃'
젓가락 대신 비닐장갑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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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는 가격과 혁신에 가까운 조리시간 단축. 이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대표 음식이 바로 김밥이다. 수원 '어머니의 반찬가게'는 '김밥이 다 거기서 거기지, 얼마나 맛있겠어'라는 의구심을 품는 이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는 김밥 맛집이다.

이곳은 상호처럼 본래 반찬을 파는 곳이지만,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김밥이 입소문을 타면서 오히려 반찬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게 됐다.

김밥에 특제 소스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한약재를 담은 육수를 펄펄 우려내 재료를 만드는 일은 더더욱 없다. 그저 많이 담아내는 것, 속을 한가득 채워 엄청난 크기의 김밥을 말아내는 게 문전성시의 비결이다.



보통의 가게에서 김밥을 주문하면 순식간에 한 줄이 완성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패스트푸드를 기대하면 안 된다. 내용물의 양이 실로 어마어마해, 행여 터질세라 꼭꼭 눌러가며 조심스레 말기 때문이다. 기본 메뉴는 '엄마김밥'이다.

김을 넓게 펼치고 모락모락 밥을 올린 뒤 형형색색의 온갖 재료를 산처럼 포개는 광경을 보고 있자면 '과연 무사히 봉합이 될까', '저렇게 해서 남는 게 있나' 싶은 안 해도 될 걱정까지 하게 된다.

재료를 조금만 덜 담는다면 말기도 쉬울 테고 손님 기다리는 시간도 줄어들거니와 무엇보다 재료비를 낮출 수 있을 테지만, 주인장은 "재료는 아껴선 안 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여전히 '메가톤급 소울푸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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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혀와 마주한 김밥의 맛은 '대박'이다. 입안 가득 햄·계란지단·어묵의 부드러움과 오이·당근·우엉 등 채소의 아삭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가운데, 상큼한 단무지가 그 안에서 중심을 잡아 기가 막힌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김밥의 진리인 '참치김밥'도 맛보길 권한다.

역시 풍성한 재료에 고소한 참치마요네즈가 가미돼 먹는 내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매콤함을 느끼고 싶다면 '제육김밥'도 좋다.

'어머니의 반찬가게'는 포장만 가능하다. 포장할 때 젓가락 대신 비닐장갑을 준다. 닭발도 아닌 김밥을 먹으면서 번거롭게 비닐장갑을 낄 필요가 있겠는가. 그래도 껴야 한다.

내용물이 워낙 많다 보니 젓가락 각도가 조금만 틀어지거나, 들어 올릴 때 힘 조절에 실패할 경우 곧바로 김밥 옆구리가 터지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삐죽삐죽 터지려는 부위를 단단히 움켜쥔 채 한입에 쏙 넣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엄마김밥 2천500원 / 참치·제육김밥 3천500원 / 소고기김밥 3천800원. 수원시 장안구 이목로 24. (031)268-0602.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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