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삼일절 되새겨볼 우리 영화]끝나지 않은 역사와의 싸움… 이름 없는 영웅들의 울림

공지영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8-03-01 제13면

영화 암살
암살

윤동주·송몽규 삶 담아낸 '동주'
항일청년 당당한 재판기 '박열'
잊혀진 독립군 활약하는 '암살'

위안부 문제 '귀향'·'아이 캔 스피크'
피해자 조명하며 폭넓은 공감대


올해 3·1절은 99번째 기념일을 맞는다. 100주년을 한 해 앞두고, 문득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버려 가끔은 삼일절이 3월의 '휴일' 정도로 치부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 땅의 독립을 위해 목숨 지키기에 연연하지 않았던 선열을 기리는 것이 3·1절의 제정 취지다.



서슬퍼런 일제 치하의 36년간, 치열했던 선열들의 투쟁을 영화로나마 돌아보며 99번째 3·1절을 보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은 아닐까.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는 불행하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전쟁은 끝났는데, 소녀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해방을 맞은 지 73년이 지나도록 할머니의 마음과 몸에 남겨진 그 날들의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못하고 있다.

가장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우리가 반드시 이야기 해야 하는 이 문제는 실제로 다양한 내용의 영화로 제작돼 국민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귀향
귀향(좌)·아이 캔 스피크(우)

먼저 조정래 감독의 '귀향(2016)'은 조선의 소녀들이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혹은 돈 벌게 해준다는 말에 속아서 전장에 끌려가 군인들에게 유린당하던 당시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지라 투자를 받지 못해 번번이 무산되길 반복했다.

다행히 클라우드 펀딩으로 국민의 성원을 받아 제작비를 마련, 어렵게 개봉했다. 영화의 기법상 일부러 넣을 법한 신파적 요소가 거의 없음에도, 영화 속에 사실적으로 묘사된 소녀들의 잔혹한 현실이 손이 떨릴 만큼의 분노를 자아낸다.

위안부 문제를 독특한 형식으로 다룬 '아이 캔 스피크(2017)'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평생 고통을 가슴에 얹고 꿋꿋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베테랑 배우 나문희의 호연과 이제훈의 건강함이 어우러져 위안부 문제의 세대적 공감대를 넓히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그린 대작들도 볼 만하다. 이미 천만 관객을 동원한 '암살(2015)'은 여성 독립운동가인 안옥윤을 비롯해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배우지 못한 숨겨진 독립군을 이야기한다.

후대에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독립군들은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동주
동주(좌)·박열(우)

일제 시대를 살았던 '인물'에 집중한 영화들도 감동을 전달한다.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동주(2015)'와 '박열(2016)'은 그 시대를 살았던 한 인물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계기를 선물한다.

동주는 '별 헤는 밤'으로 잘 알려진 윤동주 시인과 그의 사촌형이자 동지인 송몽규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는 시대의 비극에 분노하는 젊은 청년들의 상반된 반응을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 핵심이다.

식민지배에 분노하면서 타고난 재능으로 시를 쓰는 윤동주와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을 펼치는 송몽규의 삶은 누구도 그 시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오히려 증명한다.

박열은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6천여 명의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된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 청년 '박열'을 대역사건의 배후로 지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열은 민족의 자긍심을 위해 사형까지 무릅쓰며 일본 역사상 가장 건방진 피고인이 된다. 이전의 영화들이 식민지 사회의 우울함이 가득했다면, 박열의 당당한 모습은 관객에게 통쾌함을 선사할 것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