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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용담 안점순 할머니 추모제]"새 세상, 예쁜 딸로 태어나 아름다운 여자의 삶 살길"

배재흥 배재흥 기자 입력 2018-03-31 21: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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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용담 안점순 할머니의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추모제 진행에 앞서 안 할머니를 기리기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다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던 할머니, 새로운 세상에 좋은 집, 예쁜 딸로 태어나 멋지고 아름다운 여자의 삶을 펼쳐보세요"

31일 오후 7시 30분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용담 안점순(90) 할머니의 추모제가 열렸다.

수원평화나비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주관으로 열린 이날 추모제에는 염태영 수원시장, 김진관 수원시의회 의장, 김진표(더·수원무)국회의원, 전해철(더·안산상록갑)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인과 종교계, 시민단체 등 시민 수백 여명이 참석했다.

안 할머니의 넋을 기리기 위한 '묵념'으로 시작된 추모제는 윤미향 정대협 대표의 약력보고, 안 할머니 추모 영상 상영, 추모사, 추모시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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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장례식장 한편에 용담 안점순 할머니의 사진전이 열렸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추모사에 나선 황의숙 수원평화나비 공동대표는 "할머니는 우리에게 큰 언니고, 어머니고, 친구였다. 그러던 할머니께서 우리 곁을 떠나 이제는 나비가 되어 훨훨 떠나갔다"며 "그토록 소원했던 일본의 사죄 한 마디를 끝내 못 듣고 이렇게 가셨다는 생각에 말문이 막혀 뜨거운 눈물만 토해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종철 수원시민단체협의회 대표는 "마지막 소원조차도 이루지 못한 할머니의 한을 풀어줘야 하는 것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땅에 다시는 전쟁으로 나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할머니의 외침, 반드시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장례식장 한편에는 안 할머니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전도 진행됐다. 시민들은 벽에 걸린 안 할머니의 사진 옆에 마음을 담은 편지를 작성해 붙여 놓기도 했다. 또, 시민들이 자유롭게 안 할머니께 전달하고 싶은 편지를 쓸 수 있는 방명록에는 "함께하겠다" 라는 내용의 편지가 잇따랐다.

용인에 사는 이진(29·여)씨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할 때마다 장례식장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29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앞으로는 기회가 많지 않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찾게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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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용담 안점순 할머니의 추모제가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직장인 한승현(30·여)씨는 "평소 위안부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오늘 추모제에 와서 할머니가 살아오신 삶을 듣고,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할머니들의 투쟁과 활동에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1928년 태어난 안 할머니는 1941년 14세 때 서울 마포구 복사골에서 연행, 내몽고로 추정되는 곳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다. 지난 1992년 수원으로 거주지를 옮긴 안 할머니는 이듬해 위안부 피해자로 신고를 한 뒤, 일본 측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활동 등을 해오다 지난 30일 구순의 나이로 별세했다.

안 할머니의 발인은 4월 1일 오전 8시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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