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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전전반측(輾轉反側)

고재경 발행일 2018-07-30 제22면

어떤 이는 이별로 잠 못 이루고
어떤 이는 사모의 연정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그나저나 요즘 뜨거운 열대야로
잠 못 청하는 이가 많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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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전전반측(輾轉反側)은 걱정거리가 많거나 슬픔에 겨워 누워서 밤새도록 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함을 뜻한다. 그러나 이성 사이에 서로 사모하여 항상 마음에 그리다 잠 못 드는 상황을 말할 때 더 많이 사용한다.

씨앤블루(CN BLUE)가 부른 '잠 못 드는 밤'(작사·작곡:이종현·Heaven Light) 노랫말에는 전전반측의 예가 확연히 드러난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름도 모르는 너를 보던 날 기억이나/신비한 미소가 아직 선명해/날 설레게 해'. 화자의 마음속에는 남은 등불인 잔등(殘燈)이 다 타고 수탉이 울 때까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리운 님의 '신비한 미소'가 기억으로 뚜렷이 남아있다. 찬란한 해 솟는 바다처럼 화자의 가슴은 기쁨에 겨워 한없이 설렌다. '바람에 흩날리듯 번진 꽃향기처럼 스며든' 님을 그리는 애타는 심정을 과연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싶다. 보고픈 이를 향해서 사모의 정념에 불타는 화자의 심장은 뜨거워져 두근거린다. 그렇게 불면의 밤은 끝없이 지나간다: '두근거려 잠 못 드는 밤 널 그리는 밤 Endless night'.

화자는 끓는 피에 뛰노는 가슴을 부여안는다. 그가 밤새워 연인에게 '들려줄' 그리고 '전해줄' 사랑 이야기는 달콤함 그것 자체이다. 연인의 '아이 같은 눈빛'은 별빛처럼 그의 깊은 두 눈 속에 빨려 들어간다. 또한 그의 '늘 같은 자리에 늘 같은 곳' 따뜻한 심장 한가운데에서 연인의 눈빛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뭇별처럼 밝게 빛난다. '뒤척이다 잠 못 드는 밤'을 하얗게 지새고 함께 영원히 곁에 있고 싶은 연인을 향한 그의 가슴은 애가 탄다. 애태울 정도로 연인에 대한 그의 정열은 태양처럼 뜨겁다. 이처럼 오매불망 자나 깨나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은 채 연인을 향한 연정이 활활 불타고 있다. 이처럼 화자의 전전반측 심정은 너무나 간절하고 애달프기만 하다.



김건모가 부른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작사·작곡:김창환)에는 비 내리는 밤에 화자의 전전반측 심경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내 맘 속에 잠들어 있는 네가/다시 나를 찾아와/나는 긴 긴 밤을 잠 못 들것 같아'. 화자의 가슴에는 자신의 연인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 지금은 연인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하기만 하다. 그런데 갑자기 처량하기 짝이 없는 비 오는 밤이 은밀하게 찾아온다. 그때 그 연인이 화자의 심장 속으로 스멀스멀 다시 다가온다. 화자는 연애 시절 비 내리는 밤에 자신의 연인이 '즐겨 듣던' 노래를 '우두커니 창가에 기대어 앉아' 기타를 치며 불러주곤 했다. 이러한 아련한 추억이 그의 귓전에 남아 자신의 연인을 문득 떠오르게 한다.

창밖을 보면 화자는 '괜시리' 울울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눈을 가만히 감고 잠을 청하려 해도 몸을 뒤척이다 '긴 긴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비 오는 소리에' 화자의 마음은 오직 연인 생각에 흠뻑 젖어든다. 공연히 답답한 마음이 더욱 쓸쓸하고 울적하고 심란하다. 게다가 화자의 '마음속에 가득' 남아있는 연인의 애처로운 '미소만이' 그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룩주룩 비 내리는 밤에 잠 못 이루며 '지친 그리움'으로 사무친 상념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만 간다. 가슴 저미는 생각에 잠기면 잠길수록 화자는 더욱 더 연인과의 극적인 재회 의지에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난 너를 찾아 떠나갈 거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샘은 아내와 사별 후 슬픔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다반사이다. 거의 매일 이리저리 뒤척이고 자신의 마음을 제어할 수 없어서 몹시 힘들어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이는 어찌할 수 없는 슬픈 이별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또한 어떤 이는 이글이글 불타는 사모의 연정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그나저나 요즘 뜨거운 여름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 청하는 이가 많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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