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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익신고 재갈 물리는 풍토와 제도 척결해야

경인일보 발행일 2018-10-01 제23면

대한민국 공직자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무수행 중 공익침해행위를 인지하면 이를 조사기관, 수사기관 또는 관련위원회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또한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자 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정책수립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민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의 확립을 위한 공익신고의 가치를 인정하고 공익신고자 보호 의지의 법적 선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상당수의 공익신고자가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혀 공직에서 쫓겨나고 생계까지 상실하는 엄청난 보복을 홀로 감당하는 경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경인일보가 최근 보도한 공익신고자 피해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경인지방병무청 계약직 공무원 A씨는 7개월에 걸쳐 직장 상사의 갑질에 대해 병무청장과 본청 감사기구에 공익신고를 제기했지만 조직내에서 내부고발자라는 낙인만 찍혔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본청 감사실은 그의 신고내용을 조사하기는커녕 잔여 계약기간을 거론하며 압박했다고 한다. 경기도 교육청에 학교 운영비리를 제보한 공익제보자는 교직원 사이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엄청난 심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군포시 한 어린이집의 위법사항을 공익신고한 교사는 시청 공무원이 신고내용을 원장에게 누설하는 바람에 해고됐다. 이 교사는 신고자로 낙인찍혀 다른 어린이집 취업이 불가능해진 치명적 피해를 당했다.

해군본부의 입찰비리를 고발했다 전역당한 김영수 전 해군소령은 "재산이 많거나 생존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섣불리 공익제보를 하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국가는 공익제보를 권장하고 법은 이를 보호하도록 강제하지만, 나라를 위해 큰 결단을 내린 공익제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공익신고 내용 보다는 내부고발 원천봉쇄에 주목하는 병무청, 공익신고자의 신원보호에 소홀한 경기도교육청, 아예 공익신고 내용을 누설한 군포시 공무원은 역설적으로 공익신고의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귀중한가를 보여준다. 공익신고의 이익은 국가와 사회가 챙기고, 공익신고에 따른 피해와 희생은 신고자 개인이 감수해야 한다면 이는 명백히 정의에 위배된다. 정부는 공익신고자 보호를 위한 관계법령의 그물코를 촘촘히 손질하는 한편 공익신고에 대한 보복행위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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