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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불황의 전조

윤인수 윤인수 논설실장 발행일 2019-01-08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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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사히신문 2012년 3월 13일 '점(占) 중독 주의보'라는 제목으로 "점이라는 마법에 빠진 일본인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기불황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2012년은 '잃어버린 10년'으로 유명한 일본 장기불황이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지금 일본 경제는 100% 고용으로 불황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웠다.

한창 잘 나가던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질지 아무도 몰랐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지 또한 아무도 몰랐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경제순환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다. 각종 경제지표는 해석 차이 때문에 혼란만 부추긴다. 그렇다고 국민이 바보는 아니다. 매일 체감하는 생활지표를 통해 시장을 읽는다. 불행하게도 체감 지표가 모두 불황을 가리키고 있다.

불황을 예고하는 대표적인 전조현상이 보험해지 증가다. 중도에 해지하면 무조건 손해인 보험을 깬다는 건 서민경제가 그만큼 힘들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보험해지율이 8% 이상, 해지환급금이 18% 이상 늘었다니, 서민 가계는 이미 불황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저렴한 소주의 판매량 증가도 불황의 전조다. 지난해 연말 편의점 소주 판매량이 급증했단다.

이 뿐 아니다. 연초 부터 한 대형마트가 초저가 마케팅에 돌입했다. 이마트가 '국민가격' 프로젝트라며 990원 짜리 전복을 선 보였는데, 경쟁사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일 듯 싶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도 할인경쟁에 뛰어들었다. 백화점들도 불황형 매장인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를 잇따라 개장하고 있다. 백화점이 유명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헐값에 사들여 직접 판매하는 매장인데 명품을 90%까지 할인해주니 사람들이 몰린다. 연말 달력 품귀 현상도 예사롭지 않은 전조다. 인쇄 업체들은 사라진 달력특수에 울었단다.



불황의 전조를 나열하자니 영 내키지 않는다. 경제위기는 공포를 먹고 자란다는 격언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은 이미 불황을 체감하는 중이다. 청와대와 여당만 의연하다. 경제위기와 불황경제를 걱정하는 여론을 정권을 겨냥한 적대적 프레임으로 본다. 메신저가 아니라 메시지를 보기 바란다.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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