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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사회개혁은 정치개혁에서 출발해야

최창렬 발행일 2019-01-09 제23면

국민들 국회의원수 늘리는데 부정적 입장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한 변화 인식 낮아
기득권동맹 방치땐 지속가능한 발전 불가능
선거제 획기적 개혁만이 한국 바꿀 수 있어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올해 정치의 키워드는 내년 총선과 한반도 평화 의제, 경제 등이다. 여권으로서는 경제지표의 개선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않으면 위기는 깊어질 수 있다. 집권 3년 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위기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일 수 있다. 지지율이 반등 국면으로 가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개혁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변화는 정치 패러다임이 바뀔 때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의 작동구조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현재 권력도 결국은 기존의 정치문법에 따라 움직인다.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불편하지만 현실을 보는 인식과 사고에서 보수와 진보 간의 시각차는 분명히 존재한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대결 구도는 정치부재를 가속화하는 구조적이며 결정적 요인이다.

이러한 정치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 한국사회가 보다 진전된 사회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반정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적대와 대립에 입각한 지지층 결집이라는 아날로그식의 정치의 생존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정당의 생성과 존재양태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결국 선거제도의 혁신으로 귀착된다.

국민들은 선거제도 개혁엔 동의하지만 국회의원 증원에는 부정적이다.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대체로 내용에 대한 이해 부족과 편견 때문이다. 이 제도는 불가피하게 국회의원 정수의 확대를 동반한다. 정치에 대한 무한불신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은 의원 정수 확대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에게 소요되는 예산을 동결하기 위하여 의원 1인당 경비를 줄인다고 해도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한국사회의 기득권 동맹의 공고화를 방치한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시대지만 절차적 차원의 민주주의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로의 진화는 요원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방관하고 일자리와 고용만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과장하는 수구야당의 태도는 반시대적이다.

소수와 사회적 약자들의 이해가 정당체제 내에서 반영되지 않는 지금의 구도에서 사회적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은 실질적으로 가능한가. 연동형 비례제의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어떠한 제도도 완벽하게 순기능적인 제도는 없다. 그러나 촛불혁명 때 주권자의 일반 의지를 담보했던 시민들의 요구와 주장은 현행 정당구도에서 수렴되거나 반영될 수 없다. 시민사회의 균열과 갈등이 조직화되지 않는다면 정당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서구의 부르주아 혁명을 가능케 했던 동인은 16~18세기에 발흥한 신흥 상공업 계급의 이해를 직접 정치영역에서 관철시키고자 하는 데에서 출발했다. 부르주아지들은 노동계급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구체제를 타파하고 기본권의 보호와 국가의 간섭을 배제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소외된 프롤레타리아도 그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치영역에서 대표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 보통선거다. 이러한 선거권의 확대가 바로 민주주의의 역사다. 정당은 PART라는 어원에서 보듯이 부분을 대표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은 어느 계층도 대표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는 대표성·책임성· 참여성이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어떠한 원리와도 친화적이지 않다.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정치영역에서 대표되지 않는 계층의 이해는 관철될 수 없다. 유치원 3법은 결국 말뿐인 패스트 트랙으로 넘어갔다. 그것도 1년의 유예기간을 둠으로써 여야 합의가 없다면 2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민생은 결국 정치영역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소수와 약자들의 이익은 대표되지 않을 것이다. 선거제도의 획기적 개혁만이 한국사회를 바꿀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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