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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고 목 잠겨… 정부 야외근로 지침 '무용지물'

정운·김태양 정운·김태양 기자 발행일 2019-01-15 제7면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 거리의 주민·노동자들

호흡기 모자이크
경기·인천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14일 오후 수원시내 한 병원이 환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고용부 마스크 착용 가이드 불구
수량 부족 노동현장 권유에 그쳐
호흡기 약한 노약자 병원 북새통
아이들 외출자제등 '불안한 하루'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는 등 온종일 미세먼지 수준이 '매우 나쁨' 수준이었던 14일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정부 지침이 현장 곳곳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미세 먼지의 역습'에 시민들은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 마스크 지급 가이드라인 있으나 마나


인천 남동구의 한 공원에서 관리 일을 하는 근로자 A씨는 "지난달 개인별로 5개의 마스크가 지급된 이후 마스크 지급이 없었다"며 "마스크가 일회용이고 충분히 지급되지 않다 보니 개인이 마스크를 사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미세먼지가 심각하지만, 별도 지시가 없었고, 마스크 없이 일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이달 초 배포한 '옥외작업자를 위한 미세먼지 대응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을 사업주들이 지키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미세먼지 주의보·경보가 발령될 경우 사업주는 옥외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도록 했다.



안전보건공단 또는 식약처가 인증한 방진·보건용 마스크를 제공해야 하며, 작업 내용·시간 등을 고려해 수시로 교체할 수 있도록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지 않더라도 사업장에 마스크를 비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 지침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고, 마스크 지급을 골자로 하는 지침이 현장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천공항의 지상조업 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마스크를 쓸 경우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마스크를 사용하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다"며 "이렇다 보니 회사에서도 마스크를 비치해 놓기만 할 뿐 적극적으로 착용을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은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는 옥외작업자의 건강보호를 위해 사업주가 조치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이를 권고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배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정착되지 않은 곳이 있을 수 있다. 앞으로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홍보·교육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 "지옥 같은 하루"


평소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어 3개월마다 한 번씩 병원을 찾는 손모(53)씨에게 13일과 14일은 지옥 같았다.

손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다니는데 오늘은 마스크를 끼고 있어도 목이 잠기고 가래가 올라오는 등 증상이 심했다"며 "미세먼지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이민 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2시께 수원시 권선동의 한 이비인후과는 마스크를 쓰고 병원을 찾은 환자로 평소보다 붐볐다. 병원 관계자는 "독감 유행에 미세먼지까지 겹쳐 오전 진료 환자가 하루 평균 환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서구 가정동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 3남매를 키우고 있는 이모(48·여)씨는 출근하면서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녀들의 외출활동을 자제시켰다.

이씨는 "먼지에 민감한 편인데 잠깐만 밖에 있어도 목이 칼칼하고 간지러웠다"며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고 온다고 할 때 미세먼지가 너무 심한 것 같아서 말렸다"고 했다.

회사원 윤지영(38·여)씨는 "집 안에 미세먼지 전용마스크를 쌓아두고 생활하고 있다.

가족 모두 출근을 할 때면 마스크를 들고 나간다"며 "마스크를 쓰면 괜찮을 거로 생각해 여느 때와 같이 점심을 먹고 산책하려고 했는데 동료들이 말려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운·김태양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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