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우리 사회, 한옥처럼 삶의 다양한 층위 들여다봐야"

김훈 /JTBC '썰전' 방송 캡처

'남한산성', '칼의 노래' 등 굵직한 저서를 남긴 소설가 김훈이 우리 사회를 통렬히 비판했다.

김 작가는 지난 2일 경북 예천군 초간정에서 백두대간 인문캠프 둘째 날 행사로 열린 작품 낭독회에서 "인문학은 세상을 반성하고 돌이켜보는 기능이 있다. 무엇을 반성하는가. 일상을 반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일상이 올바른 것인지, 인간에게 맞는 것인지, 그것을 반성하는 게 인문학 사명이다"며 "물리학이나 수학, 화학, 자연과학은 세상을 반성하는 기능이 없고 세상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기능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틀 동안 안동과 예천에서 둘러본 한옥들을 언급하면서 전통 한옥에 담긴 인문학적 가치와 지향점을 논했다.

김 작가는 "전통 한옥은 공간 층이 매우 두텁고 깊은 데가 있다"면서 "물과 공기, 그런 원소들이 작은 공간 안에서 순환하면서 하나의 가옥, 건물을 이룬다. 이런 층위, 삶의 다양한 층위, 깊은 곳과 서늘한 곳, 따뜻하고 서늘한 곳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인문학적 소양의 기본이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식 주택, 특히 아파트에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한옥의 심층적 구조와 비교해 평면적이고 단순한 구조여서 거주하는 사람들도 입체적 혹은 심층적이지 못하고 평면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김 작가의 생각이다.

김 작가는 "우리 주거공간은 저런 깊이가 없다"면서 "아파트라는 건 민자 평면 하나다. 방바닥과 지붕, 현관에서부터 베란다까지 하나의 평면이고, 천장은 또 하나의 평면이다. 나의 천장이 남의 방바닥이고 나의 방바닥이 남의 천장이다. 남의 천장에 누워있는 것이다. 두 개의 납작한 평면 속에서 사니까 그런 공간이 인간의 정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그런 공간 속에서 마음과 상상력은 납작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낭독회에는 김학동 예천군수와 군민들이 참석했으며, 예천군 독서동아리 회원들이 김 작가 작품을 낭독했다.

김 작가는 전날 안동 하회마을 반송정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 본행사에서 강연했고 월영교와 병산서원을 돌아봤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