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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대한민국 김치명인·명장 1호'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이사

박보근 박보근 기자 발행일 2019-06-19 제14면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던 시골김치, 우리가 지켜야할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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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 (주)한성식품 대표이사가 "한식의 중심인 전통 김치를 우리 스스로 지켜 나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집에서 담근 맛 모르고 자란 젊은 세대 '중국산' 맛에 익숙해질까봐 걱정
'손쉽게 만드는' 방법 알려달란 부탁 거절… 하루 이틀만에 만들 수 없어
10년 전 미국 전시서 냄새난다고 괄시… 지금은 '한국 김치' 해외서 환영
우리 스스로가 김치 귀하게 여기고 정부·언론등 '세계화' 발벗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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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사랑받는 강아지는 가정부에게도 사랑받고 집에 온 손님에게도 사랑받습니다.

반면 주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강아지는 모두에게 천대받습니다.

김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조상님들이 귀하게 여긴 김치를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순간 외국인들도 김치를 무시하게 되고 세계화도 불가능해집니다."



(주)한성식품을 설립한 김순자 대표이사는 김치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자부심을 아낌없이 뿜어냈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침대에 누워 잠이 드는 순간까지도 김치에 대한 생각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

심지어 철물점을 지나치다가도 김치를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공정을 생각한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대한민국 1호 김치 명인이자 명장의 자부심이 드러났다.

김 대표는 한국인의 김치를 세계인의 김치로 만들기 위해 지난 30년 인생을 김치에 바친 명실상부한 김치 장인이다.

1986년 직원 1명과 (주)한성식품을 설립한 김 대표는 김치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 그리고 손맛으로 금세 회사를 굴지의 식품회사로 키워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2007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로 선정 받은 뒤 2012년에는 김치명장 1호의 영예까지 안았다.

 

또 2012년부터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을 6년간 맡아 '김치 세계화'에 이바지했다.

요즘은 김치를 담가 먹는 집들도 줄고 김치를 담가도 그 양이 확실히 줄었다. 이에 김 대표는 국민들이 점점 전통김치의 맛을 잊어버리진 않을까 걱정했다. 

 

집에서 담근 김치 맛을 모르고 자란 젊은 세대가 혹여 중국산 김치 맛에 익숙해져 김치 종주국이란 말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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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 (주)한성식품 대표이사가 전통 김치 담그기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그는 "각 지방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김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김치 배우는 사람도 없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김치를 사 먹는다"고 아쉬워하며 "'전통 한국 김치를 어떻게 뿌리 내리느냐, 어떻게 전수하느냐' 고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젓갈·풀·육수·배즙·양파즙·무즙·조청·벌꿀·새우 가루·표고 가루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만큼의 재료와 정성이 들어간 김치는 계속 전수돼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철학이다.

김 대표는 젊은 세대에게 "어렸을 때 시골에 가면 할머니가 해주던 김치 맛이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김치는 항암작용이 뛰어난 건강식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치가 짠 음식의 대명사가 됐다. 

 

이에 김 대표는 "우리가 먹는 국의 염도가 평균적으로 2.3%에서 2.6% 수준이지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김치 염도는 1.6%에서 1.8% 수준"이라고 말했다. 

 

즉 김치가 짠 음식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김 대표의 반응이다. 저염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애꿎은 김치가 표적이 됐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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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시중에서 파는 김치들은 과거에 비해 점점 싱거워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10여년전 시중에서 판매한 김치 염도가 2.2% 정도였고 일반 가정집에서 담근 김치 염도는 서울이 2.8%, 부산이 3.6% 수준이었다"면서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김치 염도는 1.6%에서 1.8%인데 조금만 짜게 먹는 사람들은 바로 싱겁게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김치가 함유한 성분을 강조하며 김치는 여전히 건강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치에 풍부하게 담긴 칼륨이 몸에 축적된 나트륨을 배출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김치에 들어가는 미나리, 파, 무, 배추 등은 칼륨이 풍부해 몸을 정화한다"며 "김치에 들어있는 수십·수백 종의 좋은 유산균들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치를 무작정 깎아 내리기보다는 그냥 짜기만 한 음식과 건강한 발효식품과의 차이를 가려내고 연구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확고한 신념이다.

김 대표는 최근 쉽고 간단하게 김치를 담그는 것에 대해 "이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며 "시간과 과정을 무시하고 만드는 김치는 내가 생각하는 전통김치와 거리가 멀다"고 답했다.

실제 김 대표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치를 만드는 시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제작진으로부터 주부들이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김치 만들기를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과정을 건너뛸 수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에게 시간과 과정을 생략한 김치란 없었다.

김 대표는 "원재료가 되는 재료를 소금에 절여 수분을 밖으로 내보내면서 섬유질 관에까지 간이 밴 것을 저온에서 천천히 숙성시켜 유산균들이 나온 게 한 것이 바로 김치"라고 정의 내리면서 "1~2일 자고 난 뒤 완성되는 김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전통방법을 고집하면 공정이 많아지고 인건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때로는 내가 무식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요즘 맛을 내기 위해 김치에 넣는 화학조미료나 설탕량을 보면 가슴이 떨려서 넣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미료가 들어간 김치를 만들 바에야 차라리 김치를 팔지 않겠다는 김 대표의 당당함, 내가 먹을 수 없는 김치는 만들지도 팔지도 않겠다는 고집스러움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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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김치 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감사하게도 외국에서 김치 붐이 일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10년 전 미국에서 김치 전시를 할 때만 해도 냄새가 심하게 난다며 괄시받던 시절이 있던 적을 회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김치'가 왔다며 환영한다는 해외 분위기를 전했다.

김 대표는 해외에선 김치가 '건강에 좋다', '미용에 좋다', '다이어트 식품'이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동 아부다비에 있는 여학교에서 김치 체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면서 "우리 김치가 입점해 있는 백화점에서 최고 VIP 30명을 대상으로 김치 체험을 시켜줬는데 반응이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점점 세계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김치가 유독 한국 사람에게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김 대표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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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정부가 앞장서 김치의 존재 가치를 키우고 세계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언론매체 등 범국민적인 차원에서 김치의 위상을 올린다면 제빵학과가 생기듯 김치 학과의 신설도 환상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김치는 한식의 중심인데 우리가 스스로 김치를 귀히 여겨야 세계인들도 중국산·일본산 김치 대신 한국 김치를 선택할 것"이라며 "온갖 재료들이 다 들어가 있는 건강식품인 김치다. 이런 강점을 언론매체와 정부에서 홍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신창윤부장 shincy21@kyeongin.com 글·사진/박보근기자 muscle@kyeongin.com

■김순자 대표이사는?

▲ 1954년 출생

▲ 1986년 (주) 한성식품 설립

▲ 2000년 국무총리 표창

▲ 2007년 김치명인1호

▲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진흥심의 위원

▲ 2012년 김치명장1호

▲ 2012년~2018년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

▲ 2012년 고용노동부 국가기술자격 정책심의 위원

▲ 2012년 김순자 명인 김치 테마파크 원장 (김치교육훈련기관 1호)

▲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 수급조절 위원

▲ 2017년 금탑산업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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