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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트럼프 대통령

방민호 발행일 2019-07-09 제22면

우방 관계 해친다는 비판 '아랑곳'
김정은 치켜올리면서도 대북제재
사업가 출신… 협상 성공법 '자신'
평화 유지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아
기대·우려 함께 품고 기다려 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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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북한 쪽 지역으로 건너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북한 지역에 발을 디딘 첫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 말들이 아주 많았다. 미국의 지성인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고 했다. 유럽에서도 트럼프 당선은 무슨 재앙이라도 만난 듯 충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지금도 그는 미국의 언론 주도층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때문에 페이스북 같은 신종 '독립' 매체를 통한 직접 호소 방식을 즐겨 활용한다.

그가 한국인들의 관심 대상이 된 것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가 고작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 그의 이미지는 그렇게 긍정적이었던 것 같지 않다. TV 화면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과장된 것 같았다.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다기보다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바다 건너에서 보기에도 어째서 미국인들이 저렇게 안정감 없어 보이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걸까 하고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점이 없지 않았다.

원래 미국 공화당은 우파, 보수파라 하고, 민주당은 좌파도 더러 섞인 진보파라 생각하는 게 통상적이다. 당연히 미국 공화당은 한국으로 보면 현재의 야당에 가까운 정강 정책들을 가졌을 법하다. 민주당은 또 우리의 여당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그런 통념을 바꾸어 놓았다. 지금 민주당의 유력 후보 가운데 하나인 존 바이든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맹렬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그의 대북 유화 제스처가 일본과 한국 같은 전통적 우방들과의 관계를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김정은과 자신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북한이나 김정은에게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TV 앞에서 한국과 북한의 지도자들을 양옆에 세우고 사진을 찍은 그는 자신이 주도하는 대북 정책이 북한 수뇌부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했다.

한편으로 김정은을 치켜올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북 제재를 쉽게 끝낼 수는 없다는 그는 쥐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의 여유 같은 것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는 기자 회견 중에 국무장관 어디 있느냐며, 그가 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고개를 돌려 폼페이오를 찾았는데, 이 또한 미리 예정한 연기 같은 인상을 주었다. 한편으로는 김정은과 계속 협상을 하겠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폼페이오에 대한 신임을 거듭 재확인한다?

듣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사업가였다고 한다. 사업가라면 밀고 당기는 협상이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는 오랜 경험을 통해서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법을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듯도 하다. 그 하나의 예로 지난 대통령 선거 때의 인상적 기억 하나. 그는 공화당 지지자들을 향해 자신은 이기는 법을 알고 있다며 팔을 치켜세우고 흔들었던 것이다.

과연 트럼프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이기는 법을 알고 있는 그는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당선될 수 있는 전략을 찾고 있다. 외교 분야에서 그것은 아마도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아니면서도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장을 스스로 풀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가장 값이 싸게 먹히는 것은 말로 하는 것이니 그는 여유 있게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치켜올리 며 핵무장을 풀기만 하면 뭔가 획기적으로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실제로 그런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자신이 의도한 대로 핵무장을 당장 풀지 않아도 나쁠 것은 없다. 한반도 문제가 자신의 손안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자신과 마찬가지로 연기를 즐기는 북한의 지도자와 함께 자주 등장하면서 웃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입증하면 그뿐이다.

한국 정부도 그것이 꼭 나쁘지는 않다. 평화와 대화가 그로써 그만큼은 유지될 수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과연 어떻게 될까? 무대가 무대만은 아니라 현실이기를, 연기가 연기만은 아니기를 기대와 인내와 우려를 함께 품고 기다려 볼 뿐이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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