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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재능기부·봉사로 인생2막… '영원한 선생님' 이춘화씨

황성규 황성규 기자 발행일 2019-07-30 제20면

언니·오빠 만학도들과 '즐거운 한글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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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통해 인생 2막을 연 영원한 선생님 이춘화씨는 넘치는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에너지를 받는다며 활짝 웃었다.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장애인 특강·부적응 학생 상담 등…
초교 교사 퇴직후 7년간 쉬지 않아
"바쁘지만 활력소 찾고 에너지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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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긴요, 바쁘게 지낼 수 있어서 감사하고 즐겁답니다."

40여년간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이춘화(71)씨는 지난 2012년 2월 교편을 내려놨다. 교사 생활은 그만뒀지만, 교사 시절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린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인생 2막'을 장식해가고 있다.

퇴직 이후 그는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지금도 일주일을 요일별로 쪼개, 매일 고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루는 장애인 고용센터에서 매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펼치고, 또 하루는 초등학교를 찾아 부적응 학생들에게 교육과 상담을 병행하는 일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수원지방검찰청 형사조정위원회 위원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는 매주 두 차례가량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주말에도 다문화 가정 등 지역 내 소외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보수 없이 가르침에 나선다.

이씨가 최근 가장 열정을 갖고 참여하는 일은 만학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한글 봉사'다. 그는 앞서 군포 대야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이야기 들려주기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지난해 말 건물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돼 이를 잠시 쉬게 됐다.

때마침 과거 교사 시절 봉사회에서 인연이 닿았던 동료 퇴직교사로부터 한글 봉사 요청이 들어왔고,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제안을 수락했다. 매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군포 금정동에 마련된 조그만 공간에서 2시간씩 학생들을 만나는 그는 요즘 이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말한다.

이씨는 "늦은 나이에도 이분들처럼 배움에 도전한다는 자체가 너무 멋지고 대단한 일"이라며 "퇴직 이후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지만, 이런 곳에서 활력소를 찾고 내 삶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한글 교실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는 내내 미소가 가득했다. 이씨는 나이와 관계없이 학생들에게 '언니',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즐거운 수업 분위기를 이끌었다. 2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사이 이씨의 얼굴에 묻어나던 미소는 어느새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옮겨져 갔다.

퇴직 전보다 훨씬 바쁜 일상을 사는 이씨의 시간은 거꾸로 가고 있는 듯했다. 전직 교사로서의 재능과 사명감을 가치 있는 일에 쏟아부으며 그 속에서 보람을 찾고, 이를 삶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 그는 천생 선생님이었다.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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