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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전 세계 '기생충' 열풍

이영재 이영재 발행일 2019-11-15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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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민음사 간)는 상위 20%가 미국 사회를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조목조목 비판한 책이다. 저자는 '상위 1%가 나머지 99%를 지배하고 있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상위 20% 중상류층의 위선적인 태도와 불공정한 행위가 불평등한 세상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 책이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은 이유는 미국 내에서도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예를 든 불평등의 사례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우리와 너무도 닮아서다. 저자는 '온실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경로로 간다'든가, '주택시장과 교육시장은 중상류층에게 유리하게 조작되고 있다'는 자극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많은 인턴이 연줄이나 특혜를 통해 들어오고' 심지어 '부유한 학생들에게 학비를 할인해 주기 위한 용도로 성적 장학금이 활용된다'며 마치 조국 사태로 구속된 정경심씨의 공소장을 보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기생충'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에서 3개로 시작한 개봉관이 461개로 또 603개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흥행 수익도 11일 현재 1천127만8천976달러(131억391만원)로 올해 북미 개봉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을 기록 중이다. 프랑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등에서도 역대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 1위를 달성했다. 뉴욕타임스가 '공포, 풍자로 그 어디에도 존재하는 계급 투쟁에 관련한 날카로운 교훈을 전달한다'고 호평하는 등 모든 언론마다 칭찬 일색이다.

지난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한국적인 영화'"라고 했다가 영화를 본 외신기자들이 '보편적인 불평등을 다룬 영화'로 전 세계에 타전하자 "엄살을 좀 떨었다"며 말을 바꿔야 했다. 불평등이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적을 초월하는 공통 관심사라는 것을 봉 감독이 잠시 잊은 것이다. 공교롭게 올해 전 세계 최고의 흥행작 '조커' 역시 계급 사회의 불평등을 다룬 영화다. 불평등한 사회는 이제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칠레에서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민심이 폭발했듯,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불평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기생충'은 이 점을 명쾌하게 꿰뚫어 봤고 전 세계인들이 이에 공감하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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