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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도 없이 말만 앞선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공지영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9-11-28 제8면

경기…발전포럼 1주년 공개 토론
도교육청 '놀이수업' 비판 줄이어
공립유치원교사 근무여건 지적도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가 교육당국의 화두지만, 여전히 공립유치원 현장은 과도한 행정업무와 부족한 예산으로 '놀이수업은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과 공립유치원 교사들은 교육부가 강조하는 놀이수업의 철학 부재를 꼬집으며 실질적인 공공성 강화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사립유치원 비리사태를 계기로 경기도교육청이 발족한 '경기유아교육발전포럼'이 창립 1년을 맞아 27일 경기도융합과학교육원에서 그간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공개토론회를 가졌다.



100명이 넘는 공·사립유치원 교직원들이 참석하며 성황을 이룬 가운데, 1년 간 포럼을 통해 공공성 강화를 연구한 전문가들의 문제 지적과 함께 교육당국을 향한 공립유치원 교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 교육부와 도교육청이 추진한 '놀이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비판이 컸다.

김인엽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누리과정 도입, 유아학비 지원, 사립유치원 지원 및 강화, 처음학교로 및 에듀파인 시스템 도입 등을 추진했지만, 제도에 불과하다"며 "교사 역량 강화인지, 놀이와 같은 수업의 변화인지 구체적인 철학과 비전이 없으니 학부모 혼란만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또 공공성 강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유아학교'의 공교육적 개념이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등에 정의되지 않고 있으며, 현 정부가 기획 중인 국가교육위원회에 유아교육 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꼬집었다.

공립유치원 교사들의 근무여건도 놀이수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이유로 꼽혔다.

이경민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는 "놀이수업을 제대로 진행하려면 교사가 수업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현재 교사들이 수업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행정업무나 잡무에 시달리느라 수업 준비시간이 채 30분도 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영진 파주 천현초 병설유치원 교사도 "교육과정, 방과후과정, 행복한 울타리까지 기본 일정을 소화하고도 각종 행사계획, 공문 작성은 물론 유치원 회계까지도 교사가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행정실무사 하나 없는 병설유치원은 더욱 상황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공립유치원 교사들도 '놀이수업'의 이상만 강조하는 교육당국의 탁상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부천의 한 공립유치원 교사는 "공공성 강화에는 충분한 예산과 교사의 질이 확보돼야 하는데, 현재 도교육청은 초중고 모두 무상으로 지원하는 급식비를 공립유치원만 누락시켰을 만큼 예산이 부족하다"면서 "유아에게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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