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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다 계획이 있는' 박영정 연수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

김영준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20-03-11 제11면

씨 뿌리기 마친 '문화도시 연수구' … 꽃 피는 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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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정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주민들에게 '재단이 있어서 예술·문화 활동하기에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재단의 기반을 튼실히 다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연말 '옥련 문화마을 전략' 區에 제안… 도시형 커뮤니티 강화도
코로나19로 가려진 사업계획들… '올해는 워밍업하는 시기' 전망
국제기구와 협력 통해 북한 생태프로젝트 '사진전 교류'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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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의 문화예술 발전과 문화도시 구현, 연수구민의 문화적 권리 신장'이라는 미션을 내건 연수문화재단이 지난해 12월 4일(법인등기일) 설립했다.

인천의 기초자치단체 중 부평구와 서구에 이은 세 번째 문화재단이다.

재단의 초대 대표이사로 박영정(59) 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장이 선임됐다.



박영정 대표이사와 연수문화재단은 올해 비전을 '생(공생)·동(공동)·감(공감) 넘치는 문화도시 연수'로 정하고 조용한 출범 속에서 업무를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출범식을 예정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인해 3월 11일로 연기했으며,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자 연기된 출범식도 생략하기에 이르렀다.

국가의 재난 극복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출범식을 전격 취소하고 지역 예술인과 구민들을 만나는 것도 잠시 미뤄둔 상태이지만, 박 대표이사를 비롯한 22명의 재단 직원들은 올해 추진할 사업들에 내실을 기하며 준비 중이다.

인터뷰 공감 박영정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연수구 동춘동의 '연수구 문화의집'에 마련된 재단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나 재단 출범과 올해 사업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대표이사는 "출범식을 통해 멋지게 출발을 알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지만, 조용한 출범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근황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10일 부임한 박 대표이사는 3개월 정도의 시간을 연수구에서 보냈다.

그는 "인천 부평구와 서구에서 30년 정도 거주했지만, 연수구는 처음으로 송도에 행사 참석차 다녀간 몇 번의 기억뿐"이라면서 "외지인으로서 3개월 동안 연수구 문화에 대해 열심히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재단의 각종 공연과 생활문화사업 등은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됐지만, 예술활동지원사업은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 공모를 했으며, 이달에 지원 단체와 예술인을 선정해 4월에는 활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22억원 정도 적립된 연수구의 예술활동 지원을 위한 기금을 재단이 운영합니다. 기초문화재단이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몇 곳 없을 겁니다. 올해 지원금은 1억6천만원 정도인데, 50개 단체(예술인)가 지원해서 경쟁률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재단의 역할 중 지역 예술가를 지원하고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수구에선 재단 설립 이전에도 다양한 문화사업들을 해왔다.

박 대표이사는 앞서 말한 지역 예술인 지원이나 축제 등 이관된 기존 사업들을 잘 안착시키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으며, 다음 목표로 운영체계와 행정 시스템의 체계화를 통한 재단의 빠른 안정화를 꼽았다.

또한 '문화도시 지정 사업 추진'과 '옥련 문화마을 조성 전략 컨설팅'을 올해 핵심 사업으로 꼽았다.

인터뷰 공감 박영정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특히 옥련 문화마을 조성 사업은 연수구가 쇠락하는 옛 송도유원지 일대를 '문화 메카'로 부활시키기 위해 시동을 건 도시재생 프로젝트이다.

옛 가천인력개발원(연면적 3천458㎡·부지면적 1만989㎡)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2022년까지 가칭 '연수아트플랫폼'을 단계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공간 조성은 전적으로 연수구 문화예술과가 담당하며, 재단은 업무협력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역문화컨설팅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곳이 가천대 길병원 연수원을 포함한 옥련동 일대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말쯤에는 '옥련 문화마을 조성 전략'을 구에 제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와 협력해 연수원의 활용 방안을 구체화 시킬 생각입니다. 개인적 생각으론 가칭 '연수아트플랫폼'이 중구에 있는 인천아트플랫폼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곳으로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청량산 자락의 아름다운 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합니다. 또한 문화도시 지정 사업도 구와 우리 재단이 협력해 추진 중입니다. 

 

연수구는 아파트가 전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죠. 전통적 마을 분위기와 다르지만, 문화활동에 대한 참여가 적극적이고 교육열도 높습니다. 그런 걸 기반으로 해서 빌딩 숲에 문화가 넘치는 숲으로 만들고, 도시형 문화 커뮤니티를 강화한다면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를 꾀한 문화도시로 지정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박 대표이사는 올해 1년은 연수문화재단에게 워밍업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이후엔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업계획들을 알리지 못하고 있어요. 금요예술무대, 토요문화 한마당 등 기존 문화 이벤트들의 첫 무대가 이르면 4~5월 시작될 예정인데, 공개적으로 재단과 구민이 만나는 첫 행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연수구를 대표하는 축제로 능허대축제가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시민참여형 축제'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재단이 운영하는 진달래생활문화센터 등을 통해 평상시에 지역 주민들이 문화 역량을 축적하고, 그 결과를 축제에서 발표하는 방식으로 연결할 계획입니다.

 

송도불꽃축제도 바닷가의 특성을 살려 여름축제로 만들 계획입니다. 서해안을 대표하는 불꽃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인터뷰 공감 박영정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박 대표이사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원에서 국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제강점기 연극사가 주 전공 분야다. 일제 치하에서 활동했던 예술인들 다수가 해방 후 월북했기 때문에 박 대표이사의 연구도 북한의 공연과 문화에까지 이르렀다. 

 

당시 북한 문화에 대한 국내 연구자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련 논문도 많이 썼다. 

 

재단 차원에서 북한을 비롯한 국제 문화교류에 관한 견해를 들을 수 있었다.

"송도국제도시를 안고 있는 연수구는 다양한 국제문화교류,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트 페어, 공연예술제 등을 개최할 수 있는 최적지입니다.

 

다만 대규모 축제나 전시회는 인천시, 인천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연수구와 연수문화재단이 협력하는 방식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재단에서는 예술인, 기획자 워크숍 등 규모는 작지만, 파급력이 강한 사업을 개발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연수구의 해외 자매도시와의 문화교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북문화교류와 관련해서는 아직 준비된 사업이 없습니다. 남북관계도 좋지 않은 상황이고요. 하지만 인천시가 추구하고 있는 평화도시 프로젝트에 동참할 계획이며, 연수문화재단에 역할이 주어지면 적극 이행할 예정입니다. 

 

개인적 아이디어인데, 송도에 있는 국제기구들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 관련 생태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일례로, EAAFP(동아시아대양주철새이동경로파트너십) 사무국이 지난해 북한 서해안에 있는 문덕철새보호구에서 워크숍을 진행한 바 있는데, 관련 철새 이동 경로에 있는 도시들 간의 사진전시회를 기획해 순회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인터뷰 공감 박영정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박 대표이사는 부임 이전에 문화 단체와 조직에서 여러 역할을 맡았지만,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개관에 도움을 주는 등 출범하는 공적 기관의 규정과 설계에 관한 자문 역할을 많이 했다. 

 

신생 문화재단을 이끌게 된 각오와 역할에 관해 질문했다.

"눈으로는 멀리 미래를 보면서 연수구 문화 발전의 종합적인 방향과 틀을 잡고, 발로는 연수문화재단 운영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재단이 직접 파이를 키우거나 성과를 높이기 보단 '재단이 있어서 예술·문화 활동하기에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주민들에게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수동에 들어설 문예회관 시대가 오기까지 기초문화재단으로서 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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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박영정 대표이사는?


전남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건국대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랜 기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활동하면서 공연예술정책, 예술인 복지, 북한 문화 등에 관해 연구했다. 

 

'창의 한국', '새예술정책', '문화비전 2030-사람이 있는 문화' 등 정부의 중장기 문화비전 수립에 참여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비상임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문체부 문화예술교육지원위원회 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서울문화재단 비상임이사, 부평구 축제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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