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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장 '코로나19 後'를 말하다

박경호 박경호 기자 발행일 2020-03-18 제11면

주춤하는 中 외교굴기, 한국에 협력적 태도로 '방향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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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초부터 임기를 시작한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장은 "중국 관련 인천이 가진 여러 관계와 역할 속에서 인천대 중국학술원이 공헌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계경제 '치명타' 美·유럽과 관계 한계 직면 주변국과 해빙 필요
중앙정부 '입김' 대대적 방호물품 지원 '한중 사드 경색' 변곡점
'해양 실크로드'에 밀접한 인천… '일대일로 프로젝트' 연구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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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로 명명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에 이르러 전 세계로 확산하는 중이다.

 

사회시스템이 마비되고 있는 국가가 속출하고 세계 경제는 요동치고 있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과 가까운 대한민국도 8천명이 넘는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모든 국가적 역량을 코로나19 대응으로 집중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국제 정세는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코로나19 최대 발병지인 중국의 대내외적 변화와 미국·유럽의 확산 추세, 그에 따라 한국이 어떠한 영향을 받을지는 팬데믹이 지속하는 현재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한중관계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정치 전문가인 안치영 국립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장에게 '코로나19와 한중관계'에 관해 물었다. 

 

인천대 중국학술원은 박사 학위를 소지한 전임 인력만 11명으로 국내 중국학 관련 연구기관 중 가장 많은 전문가가 있다. 

 

안치영 원장은 이달 제3대 원장으로 취임해 중국학술원을 새롭게 꾸려 나가고 있다. 

 

인터뷰는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수가 8천236명을 기록한 지난 16일 오후 2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대 중국학술원 원장실에서 진행했다. 

 

조형진 중국학술원 부원장이 동석해 중간중간 부연했다. 인터뷰 내용은 당시 코로나19 상황이 기준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시진핑 체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나.




최근 중국에서 이전과는 다른 정치형태가 보인다. 

 

공식적으로는 지난달 중순께 중국 공산당 이론지인 '구시'(求是)에 시진핑 주석이 올해 1월 말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한 발언록이 실렸는데, 이처럼 빠르게 발언록이 나오는 경우가 없었다.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중국 지도부 내부에서도 여러 이견이나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추론할 수 있다. 중국 인터넷에서도 민감한 용어는 문자를 바꾸거나 다른 코드를 넣는 방식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권력이 집중화된 시진핑 체제가 코로나19를 초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실책이 있었다.

 

권력의 과도한 집중으로 인해 중앙정부와 우한시 같은 지방 사이 의사소통 자체가 원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중국 내부에서도 나온다. 

 

또 다른 측면을 보면, 중국에 급속도로 번진 코로나19를 지금의 집중된 권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할 수 있다. 

 

거의 불가능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의 일반 인민들도 그런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의 집중화된 권력은 코로나19 사태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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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19가 국제 정세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상황이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변화하는 상황에 적합한 예측은 불가능할 것 같다. 

 

초기에는 코로나19가 중국과 한국에 아주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생각했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으나, 중국은 현재 기준으로 일정 정도 수습되는 것으로 보이고, 한국도 관리가 가능한 상황인 것처럼 보인다. 

 

다만, 일본은 전혀 어떠한 상황인지 알 수 없고.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은 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때 세계 경제에서 어떠한 국가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면 코로나19 초기인 1월과 2월에 생각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충격이 동아시아보다 훨씬 클 개연성이 있다. 지금은 모든 예측 자체가 무용한 상황이긴 하다.

이와 관련, 인터뷰에 동석한 조형진 부원장은 "애초 중국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에서 오히려 유럽이 가진 약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위기상황에서 소비 진작과 인프라 촉진 등으로 국내적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중국이나 한국이 더 익숙하다"며 "하지만 중국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한 '일대일로( 一帶一路) 프로젝트'나 유럽과의 관계 개선 등은 코로나19로 인해 막힐 것"이라고 부연해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한중관계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의 부상'을 추진하다가, 코로나19 이후에 중국의 대외적인 영향이 약화하는 과정이 있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특히 서구와의 관계가 한계에 부딪힌 시점에서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빠르게 개선할 필요를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추론한다.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마늘파동'(2000년), '동북공정' 등 몇 차례 굴절을 겪었다. 가장 큰 전환점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였다. 

 

지금 상황에서 과도한 추측일 수도 있으나, 코로나19가 사드 이후 경색된 한중관계의 국면을 중국 입장에서는 다시 전환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중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가 전면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내 중국에 관한 비판적 여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관련 방호물자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한국이 중국에 지원했던 규모보다 훨씬 더 큰 보상을 하고 있다. 중국 웨이하이는 인천시가 보낸 마스크 2만장을 20만장으로 되돌려 보냈다. 

 

중국 동포들까지 대구에 현금과 물품을 지원하는 등 여러 층위에서 중국의 대(對)한국 지원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시스템에서 중앙차원의 한국에 대한 정책 방향 전환이 있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국부적인 게 아니라 전면적으로 코로나19 관련 한국에 대한 협력적인 태도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정부는 어떠한 입장을 가져야 하나.


시진핑의 일본 방문은 연기됐지만, 한국 방문은 조건만 가능하다면 진행할 수도 있다. 

 

여기서 조건은 정치적 조건이 아니라 코로나19 관련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상황이라고 본다. 한국 입장에서는 외교적 전략의 수정이 필요한 게 아니다.

 

현 한국정부는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모두 우호적으로 가져간다는 게 원칙이다. 중국은 사드 문제로 인한 제약을 지금까지 풀고 나오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한중관계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는데, 중국이 바뀌면 한중관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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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공항을 낀 관문으로서 인천은 중국과 밀접하다. 앞으로 인천대 중국학술원의 역할은.


대외적으로는 한중관계에서 인천이 중요하고, 인천에서는 인천대의 역할이 중요하고, 그 속의 중국학술원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대가 많다. 

 

그러한 기대에 부합할 만큼의 충분한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반성이 조금 필요하다. 2014년 설립 이후 50권 가까이 책을 냈으나, 형식적이고 양적인 성과를 특화할 질적인 성과로 전환해야 할 시기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관련 연구가 중요하다. 인천은 항구도시이자 해양도시인데, 일대일로가 중국의 실크로드 가운데서도 '해양 실크로드'에 밀접한 인천의 특성을 결합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동아시아 해양도시 간 협력하고 연계한 연구와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중국학과 관련해서 정치·경제 등 현재의 문제가 주요하게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이해하는 주요한 키워드는 '역사'와 '전통'이다. 시진핑 체제 들어서 특히 더욱 강조되고 있다. 

 

중국학술원이 가진 중요한 뿌리는 중국의 역사·문화·전통에 관한 연구인데, 이를 현재의 문제와 어떻게 연결해 이해할 것인가도 특화할 수 있는 영역이다. 최근 들어 상당히 중요해진 이슈 중 하나가 한국·중국·일본의 '상호 혐오'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한·중·일의 평화와 발전이 불가능한 장애에 부딪힐 수 있다. 

 

앞으로 한중일 협력의 기초로 중요한 영역이 될 것이다. 물론 무척 어려운 연구과제이고 논란도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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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안치영 원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신대학교 학술원 전임연구원을 거쳐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인천대 중국학술원 중국자료센터장 등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 민간 조직 정책문건'(학고방·2015), '덩샤오핑 시대의 탄생: 중국의 역사재평가와 개혁'(창비·2013), '중국의 민주주의: 공산당의 당내민주 연구'(나남·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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