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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뇌관 터진 구로구 보험사 콜센터

김민재·배재흥 김민재·배재흥 기자 발행일 2020-03-11 제1면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 길게 늘어선 줄
10일 수도권 최대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앞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찾아온 입주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 건물 콜센터 직원 확진자는 10일 정오 기준 경기 14명, 인천 13명 등으로 접촉자를 포함하면 총 50명으로 추산된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경기 14명등 확진자 무더기 발생
마스크 없이 상담 밀착근무 환경
열악한 업무여건 개선 시급 지적


서울시 구로구의 한 보험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수도권 방역망에 비상이 걸렸다.

대구·경북지역 등 감염병 확산 속도가 주춤한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감염병에 특히 취약한 콜센터 상담사들의 업무여건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과 관련 있는 확진자는 총 50명이다.

가족 등 4명을 제외하고 콜센터 상담사로 일했던 사람들은 모두 46명으로 지역별로는 경기도 14명, 인천 13명, 서울 19명이다. 다만 확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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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에 있는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 사례로 추정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10일 오후 빌딩 입구에 임시 폐쇄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지금까지 집계된 확진자는 모두 콜센터가 있는 건물 11층에서 근무했거나 이들과 접촉했던 사람들이다. 방역당국은 현재 같은 층에서 근무했던 207명에 대한 검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층을 포함해 이곳에서 일하던 상담사는 600~700명에 이른다. 

 

방역당국은 집단감염을 일으킨 원인으로 비말(침방울) 전파에 취약한 콜센터의 '노동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의 상담사가 다닥다닥 붙어 하루 8시간을 일하는 데다, 고객 민원이 우려되는 탓에 기본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하기 힘든 분위기다.

앞서 집단감염 진원지였던 종교 예배 공간처럼 사람 간 비말 전파가 용이한 환경이었다는 얘기다.

인천시가 진행한 1차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11층에는 7~9명이 한 팀으로 총 7개 팀이 근무했다고 한다. 또한 마스크를 쓰면 전달력이 떨어지는 탓에 근무 당시에는 상담사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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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앞 선별진료소에서 구로구보건소 관계자들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관련 업계 종사자들도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애초 불가능한 콜센터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맞물리면서 감염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빡빡한 근무시간에 시달리는 콜센터 상담사들에게는 밖에 나가지 않고 가지고 온 도시락을 함께 먹는 문화가 있다.

구로구 콜센터에서 처음 확진된 직원도 넉넉하지 않은 점심시간 때문에 사무실 안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던 것으로 방역당국 역학조사 결과 드러났다. 함께 도시락을 먹었던 동료 직원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현철 직장갑질 119 운영위원은 "고객들의 불만을 책임지는 건 상담사들이기 때문에 애초 마스크를 쓰고 상담할 수 없어 특히 감염에 취약하다"며 "고육지책이지만, 상담사 간 간격을 띄워놓는 등 전국 30만~40만명으로 추산되는 콜센터 상담사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재·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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