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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수 없는 요구에 벼랑끝… PC방·노래방, 보여주기식 밀접이용제한 행정명령에 골머리

고정삼 고정삼 기자 발행일 2020-03-23 제7면

자영업자 코로나19 사투 '도움 안되는 행정'

좌석격일제·안내문 등 노력 불구
마스크 실랑이에 증상확인 난감
사실상 단속 피하기 어려워 분통


유동인구가 많은 수원역 인근에서 2년째 PC방을 운영해온 서모(60대·여)씨는 월 임대료 200만원을 3개월째 못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찾아오던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매출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최근 서씨의 고심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 18일 경기도가 PC방·노래방·클럽형태업소 등 3대 업종을 대상으로 밀접이용제한 행정명령을 내리고, 24일부터 강력한 단속을 예고하면서다.

당국은 3대 업종에 7가지 방역 수칙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지켜야할 예방수칙이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워 300만원 이하 벌금과 영업금지 조치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토로한다.

방역에 필요한 비용을 사업자가 전부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발열·기침·두통 증상이 있는 유증상자 출입금지 등 실질적으로 지켜지기 어려운 예방 수칙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400석 규모의 PC방은 24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행정명령에 대비해 '좌석 격일제'에 들어갔다. 2m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홀수일과 짝수일에 앉는 좌석을 따로 지정했다. 또한 매장 내에 마스크 미착용 손님은 입실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놨으며, 이용자의 이름·연락처·출입시간 등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PC방 내 이용자 대부분은 불편을 이유로 마스크를 벗어두거나 함께 온 일행과 나란히 붙어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또 음식을 시켜 먹거나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울 때는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어 예방 수칙을 온전히 지키는 데 무리가 있었다.

PC방 아르바이트생 김모(26)씨는 "손님들이 도중에 마스크를 벗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확인하고 다시 착용해 달라고 부탁하는 과정에서 실랑이도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 "발열까지는 체온계로 확인해 보겠는데, 기침과 두통은 이용자가 숨기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푸념했다.

주로 무인으로 운영되는 코인노래방의 경우 인건비 절감을 통해 수익을 보전해 왔는데 그마저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팔달구의 한 코인노래방 업주 이모(38)씨는 "매출이 80% 정도 떨어진 상황에서 손님들의 발열·기침·두통을 일일이 확인하려면 다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 한다"며 "아무런 방역 지원도 없이 행정명령만 강제하는 것을 보면 문을 닫으라는 소리로 들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정삼기자 kjs5145@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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