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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난해한 코로나 지원금 3중구조, 국민 몰라도 되나

경인일보 발행일 2020-04-01 제19면

정부가 그제 발표한 1천400만 가구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이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우선 지원범위인 소득 하위 70%에 대한 선정 기준이 없는 바람에 국민 전체가 지원금 수급 대상 여부에 대해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는 국민 문의에 다운됐을 정도다. 정부는 지금부터 기준을 만들어 5월에야 지급한다고 하나, 정부가 확정한 기준은 또 한번 거대한 시빗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총선 전에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지급 혼란은 총선 후에 겪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광역·기초자치단체에 긴급재난지원금 20%를 부담시킨 점 또한 후폭풍이 심각하다. 특히 도민 전체에 재난기본소득 1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경기도와 이에 덧붙여 주민 전체에 별도의 자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경기도 시·군은 정부 지원금에 보태야 할 재정문제로 속앓이에 들어갔다. 특히 자체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한 일부 시군은 지급계획을 보류하는 실정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와 관련 어제 도, 시·군의 재난기본소득을 받는 지역은 정부의 지원금에서 지방부담분을 제외하고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즉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인 정부지원금에서 도와 시·군의 재난기본소득을 받는 지역은 20만원을 제한 80만원을, 도 재난기본소득만 받는 지역은 10만원을 제한 9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 지사의 희망일 뿐 정부가 확정한 바는 없다. 만일 이 지사 제안이 수용된다면,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한 도와 시·군은 정부 지원금에 보태야 할 돈을 미리 당겨 생색을 낸 셈이 된다. 전체 재원의 일부겠지만 '기본소득'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반면에 재난기본소득 지급 대열에 빠져있던 기초단체는 생색도 내지 못한 채 정부지원금에 재정만 보태는 꼴이 된다. 기왕에 문제가 됐던 정부, 광역단체, 기초단체 코로나 지원금 수급액의 형평성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소득하위 70%인 4인가구에 대해 이 지사 기준대로 지급하면 포천시에서는 280만원, 수원시에서는 130만원을 받게 된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이런 혼란을 부른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의 중구난방식 지원정책을 쫓아가다 보니 일어난 일이다. 정부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대비한 플랜 A, B, C가 없었다. 여당의 강력한 요구만 있었다. 꼬리가 머리를 이끄는 행정을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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