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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안산 단원을 '맨땅에 헤딩'… '이슈 메이커' 김남국 당선자

강기정 강기정 기자 발행일 2020-04-22 제11면

"복권 사지마, 잘 살게 해 줄게"… 청년 국회의원은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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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안산 단원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남국 안산단원을 국회의원 당선자가 "정치에 갓 입문한 청년 정치인으로서 국회, 정치 개혁을 통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당이 전략공천 선택… 3선 중진 상대 이겨야 한다는 목표 뚜렷
'성인 팟캐' 논란 검찰수사 줄악재… 유세중 '붕어빵' 응원 큰 힘
검찰개혁·민생문제 해결 장기 과제… 공부 급선무 독서실행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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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속 치러진 4·15총선의 막이 내렸다. 소방관, 운동선수 등 다양한 이력을 앞세운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너나 할 것 없이 힘겨운 당내 경쟁, 상대 후보와의 진흙탕 싸움 등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다툼을 치열하게 벌였다. 

 

최대 표밭인 경기도에서도 241명이 도전했고 이 중 평균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59명만이 금배지의 주인공이 됐다.

이들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국회의원 당선자는 선거 첫 도전 만에 안산 단원을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82년생의 젊은 변호사는 선거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조국 내전', '팟캐스트 논란' 등 숱한 이슈로 전 국민의 눈길을 끌었다. 

 

이슈 메이커였던 그는 선거 기간 오히려 말을 아꼈고, "솔직히 지역을 잘 모르지만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바치겠다"는 약속처럼 묵묵히 단원구 곳곳을 다녔다. 인터뷰도 어렵사리 성사됐다. 

 

"많은 분들이 당선되면 기쁘지 않겠냐고 묻는데 기쁜 건 잠깐이었던 것 같다"는 그는 "민생을 챙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안산단원을 더민주 김남국 당선자 인터뷰30

■ 선생님 꿈꾸던 청년 변호사, 여의도로 가기까지

김 당선자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학교다. 그의 모교라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찍은 사진을 10년 동안 해놨을 정도로 학교라는 곳을 좋아했다"는 그는 "원래 꿈은 선생님이었다. 정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잠깐 정치에 관심을 가졌기도 했지만, 내가 있을 곳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는 그는 2012년 변호사가 되면서부터 줄곧 각종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참여연대에서 일했고 박근혜 정부 당시 민주당의 국정농단 진상조사단 등에도 참여했었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 방안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 그가 전 국민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해온 그는 조국 사태의 면면을 기록하기 위한 '조국 백서' 필진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 당선자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민생 문제, 검찰 개혁 등 여러 현안과 관련해 많은 부분을 시민사회단체, 국회의원들과 일하며 바꾸려고 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바꾸는 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개별적 사안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더 나은 쪽으로 바꾸는 데 도전하자는 생각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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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를 던지는 과정부터 녹록지 않았다. 당초 염두에 뒀던 곳은 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강서갑이었다. 

 

금 의원이 조 전 장관의 임명을 반대했었던 터라 당내 '조국 대전'이라는 논란마저 일었다.

 

잡음이 커지자 당은 결국 그를 안산 단원을에 공천했다. '낙하산 후보' 논란이 뒤따랐다. 

 

왜 안산 단원을이었는지 묻자 김 당선자는 "당초 청년 후보 전략 공천 지구로 묶여있었다. 당이 여러 전략적 선택을 한 결과"라면서 "우선 3선의 중진 의원을 이겨야 한다는 목표가 뚜렷했다. 또 과거 반월·시화공단을 배경으로 성장하는 도시였던 안산이 지금은 성남, 용인, 화성 등에 비해 주춤한 부분이 있다. 다시 한 번 활력 넘치는 곳으로 만들자는 측면에서 청년을 전략공천한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낯선 곳에서 시작하는 첫 선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 선거 막판 성인 팟캐스트 출연 논란에 총선 당일에는 그에 따른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점마저 종일 보도됐다. 

 

'악재'가 이어진 와중에 극적으로 승리를 거머쥔 그는 "도움을 요청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 당선자는 "체력적으로 힘든 건 없었다. 그런데 선거라고 하는 건 후보 혼자서 절대 할 수가 없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치러야 하는데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선거를 치르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게 엄청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유세 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김 당선자는 "어떤 분께서 막 뛰어오셔서 바통을 넘기듯이 뭔가 주려고 하시는데 보니까 붕어빵이더라. 차가 빨리 가서 받진 못했지만 그런 응원들이 정말 큰 힘이 됐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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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권을 사지 않아도 되는 사회

당선을 확신한 순간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뭐였는지 물으니 "국민들의 선택이 무겁고,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 당선자는 "저를 선택한 이유가 제가 잘났거나 상대 후보보다 뛰어나서 그랬겠나. 제가 청년이고 정치신인이니까 그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는데 더 잘하라는 의미가 컸을 것"이라며 "기대한 바를 충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대를 넘어서서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안산단원을 후보가 되자마자 그는 단원구 주민이 됐다. 

 

지난 20일 안산 사무실에서 만난 김 당선자에게 "지금은 서울에서 안산으로 왔다갔다하는 거냐"고 묻자 "저, 저기 뒤 아파트에 살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 와보니 안산은 정말 좋은 곳"이라는 김 당선자에게 이유를 물으니 "일단 맛집이 많다. 이 사무실이 있는 건물만 해도 맛집이 여러 곳 있다"며 웃었다. 

 

"선거기간 공원을 다녀보니 여의도 벚꽃 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그런데 정주여건만 좋아서는 안 되고 좋은 일자리가 있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아침부터 날이 흐리다 결국 비가 내렸던 일요일, 그는 지역 산악회 모임에 있었다. 

 

"주말 내내 당선 인사 다니느라 바빴다"는 김 당선자는 "만나는 분들 마다 '당선되니 기쁘냐' '소감 한번 말해봐라'고 하시는데 사실 당선되고 둘째 날부터는 숨이 턱턱 막혔다"고 털어놨다. 일단 공부를 해야겠다고 했다. 

 

"근처에 보니 24시 독서실이 있던데 1일권이 1만원이더라. 현안과 관련된 책을 좀 많이 읽고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을 공부하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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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검찰 개혁에 대해 (제 역할을) 기대해주시는데 21대 국회가 반드시 풀어가야 할 과제인 것은 맞다. 그런데 장기적 목표는 검찰 개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게 원래 목표"라고 말했다. 

 

"저는 솔직히 변호사가 되면 제 인생의 모든 문제가 풀릴 줄 알았다. 그런데 직업을 갖는 것만으로는 해결되는 게 아무 것도 없더라. 변호사 되고도 2년 동안은 원룸에서 살았다"는 그는 "학생 때는 복권을 사는 걸 이해 못 했는데 직업을 가져보니 왜 로또를 맞고 싶어하는지 알겠더라. 주거비나 의료비, 양육비 등 숨만 쉬어도 들어가는 돈들이 조금만 덜 들어가는 구조라고 한다면, 성실하게 일하면 미래가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제대로 하는,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 돼서 '복권을 사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게 이제 막 '직업 정치인'이 된 37세 청년의 꿈이다.

글/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김남국 당선자는?

▲1982년 광주광역시 출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수료 ▲(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자문위원·부위원장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공수처 수사권 조정 TF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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