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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20대 남성, 2명 중 1명 고용…고용률 20대 여성 비해 2배 ↓

김동필 김동필 기자 입력 2021-02-05 17:44:09

작년 1월 대비 12월 취업자 15만6천명 ↓ '20대 여성' 약 2배
같은 기간 고용률도 58.1->54.3% 3.8% 포인트 뚝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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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2월 20대 남녀 고용률(%)

'2명 중 1명만 고용'

2019년 서울의 한 4년제 사립대학교를 졸업한 A(29)씨의 일과는 단순하다. 잠에서 깨면 컴퓨터를 켜고, 입사지원서에 들어갈 자기소개서 작성을 도와주는 J사이트에 접속한다. 오늘 마감하는 공고와 앞으로 나올 공고를 쭉 찾아본 뒤 J사이트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해당 기업 자기소개서 문항에 맞춰 기계적으로 자기소개서를 써 내려간다. 그 중엔 지난해 지원했던 대기업·공공기관도 포함돼 있다. 문항이 겹치면 감사하다. 경험은 한정돼 있고, 지원할 수 있는 직무도 비슷해서 작성이 쉽기 때문이다. 그렇게 쓰다 밥 시간이 되면 집에서 적당히 차려 먹는다. 이후엔 똑같이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NCS 공부를 한다.

코로나19 이전엔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생활 경험을 쌓기도 했다. 그러나 곧 그마저도 사라졌고, 일부 있는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 채용 정보엔 우대사항에 '여성'이 적혀 있다. A씨는 "하반기에 토익 점수가 만료되는데, 그게 제일 걱정"이라며 "올 상반기 내로 취뽀(취업뽀개기)하는 게 1차 목표"라고 전했다.

30대 초반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B(32)씨는 지난 2018년 하반기에 대학교를 졸업했다.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졸업을 유예한 채 공무원시험시장에 뛰어들었다. 2번의 시험은 1문항, 2문항 차이로 합격 문턱을 넘지 못했고, 그는 그렇게 3번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B씨는 "이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변에 어쩔 수 없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친구들이 한 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청년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1월에 비해 12월 20대(20~29) 남성 취업자는 15만6천명이 줄었는데, 이는 동기간 20대 여성의 약 2배에 달한다.

5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50대 취업자는 2천143만명으로 지난해 1월의 2천209만7천명보다 66만7천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률은 72.5%에서 70.8%로 1.7% 포인트 떨어졌다.

연령대별 취업자수는 20대 24만1천명, 30대 21만4천명, 40대 15만5천명, 50대 5만7천명이 줄었다. 고용률도 20대 3.8%, 30대 1.5%, 40대 1.3%, 50대 0.6% 포인트 떨어졌다.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연령대는 20대 청년이었다. 지난해 1월 기준 375만1천명이던 20대 취업자는 12월 351만명으로 24만1천명이 줄어든 것이다. 고용률도 58.1%에서 54.3%로 3.8% 포인트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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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2월 남녀 취업자수(단위 : 천명)

성별로 분류하면 20대 남성이 여성보다 2배 가량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남성 취업자는 184만명에서 186만4천명으로 15만6천명 줄었는데, 이는 20대 여성 취업자 감소분(8만6천명)의 약 1.81배에 달한다.

고용률도 20대 남성이 57.4%에서 52.4%로 5% 포인트 떨어지는 동안 20대 여성은 58.8%에서 56.2%로 2.6% 포인트 떨어져 약 2배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도 20대와 비슷했는데, 남성 취업자 12만7천명이 줄어드는 동안 여성 취업자는 8만8천명 감소했다.

40대부터는 역전됐다. 40대 남성 취업자는 5만7천명, 40대 여성 취업자는 9만8천명 줄었다. 50대 남성취업자는 되려 2만명 늘었다. 50대 여성취업자는 7만7천명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자 고용노동부는 '청년'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4일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업계 인사·채용 담당자·대학 관계자 간담회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청년(15~29) 고용률은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감소했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할 의욕을 잃고 비경제활동인구로 유입되는 청년도 많아졌다"며 "기존 청년 대책 중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은 더욱 개선하고, 새로운 내용이 필요한 경우 보완해 관계부처와 함께 1분기 내 청년 고용상황에 따른 추가 대책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도 '여성 일자리' 개선에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오는 3월부터 관계부처와 여성 일자리 개선을 위한 '포스트코로나 시대 여성 일자리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 연령대를 살펴보면, 지난해 여성 취업자 수는 2019년 대비 약 14만명이 줄었는데, 이는 남성(8만여명)의 1.75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지난 여름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도 '코로나19 확산과 여성고용' 보고서를 발간해 2019년 12월에 1천180만5천명이던 여성 취업자 수가 2020년 4월 1천128만7천명으로 감소했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고용 충격을 가장 크게 받아 2명 중 1명만 고용 상태인 20대 남성 청년에 대한 직접적인 대책을 논하는 기관은 어디도 없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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