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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약속 지키지 못한 채…" 인천 유나이티드 故 유상철 명예 감독 추모 발길

김태양
김태양 기자 ksun@kyeongin.com
입력 2021-06-08 17:47

故 유상철 감독 분향소 추가2
故 유상철 감독의 대표팀 등번호 6번을 새긴 유니폼을 입은 한 서포터즈 시민이 8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1층 VIP 출입구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2021.06.0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9년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뒤 팬들과 함께 기뻐하던 유상철 감독님의 모습이 계속 떠오릅니다."

8일 낮 12시 40분께 인천축구전용경기장 1층 로비. 췌장암 투병 끝에 하루 전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명예감독)의 임시분향소가 차려지자 소식을 전해 들은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구단 측이 마련한 임시분향소에는 유상철 전 감독의 영정이 놓여 있었고, 한쪽에는 그의 생전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상이 모니터를 통해 나오고 있었다.

유상철 전 감독의 영정 앞에서 조문하고 나온 팬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그늘이 져 있었다.

임시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은 입구에 마련한 화이트보드에 구단 스카프과 하얀 국화꽃다발을 놓고 한참 동안 유 전 감독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가져온 구단 스카프에는 '유상철 감독님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편히 쉬세요. 감사합니다'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유 전 감독의 국가대표팀 등번호 6번을 새긴 인천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또 다른 시민은 조문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들 황인서(9)군과 함께 임시분향소를 찾은 황종연(45)씨는 "유상철 감독님은 성적이 좋지 않아 힘든 상황 속에서도 훈련이 끝나면 항상 팬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며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에게도 많은 조언을 해줘 우리 부자에겐 추억이 참 많은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김주현(39)씨는 유상철 전 감독이 인천 유나이티드에 처음 부임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유상철 감독님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응원하는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응원하는 구단의 감독으로 왔을 때 정말 기뻤다"며 "병마와 싸우는 상황에서도 팬들에게 1부리그 생존이라는 선물을 줬고 이후 건강하게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어제와 오늘 유독 환하게 웃고 있는 유상철 감독님의 생전 모습이 생각난다"고 울먹였다.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는 '인천 붉은악마'의 협조를 구해 유상철 전 감독을 추모하는 현수막을 국가대표 A매치 등이 열리는 경기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유상철 감독 분향소5
8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1층 VIP 출입구에 마련된 故 유상철 감독 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조문을 하고 있다. 2021.06.0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온라인에서도 추모 물결… 유상철 감독 제자 인천 출신 이강인도 SNS로 애도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애도하는 물결이 온라인 상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에는 유 전 감독을 추모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팬은 "2002년 폴란드전 쐐기골을 넣고 대한민국 건국 이래 월드컵 첫 승을 선물한 상철이형 덕분이 우리 가족뿐 아니라 전 국민이 기뻐한 게 어느덧 20년"이라며 "못다 한 꿈 부디 하늘에서 이루시길"이라고 적었다. 다른 팬은 "하늘나라에서는 4강 신화 그 이상을 이뤄내는 것과 감독님처럼 좋은 축구선수가 배출돼 맹활약하는 것을 편히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 CF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도 유 전 감독을 애도하는 글을 본인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했다. 인천 출신인 이강인은 7세였던 2007년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 시즌 3'에 출연하며 유 전 감독과 사제의 연을 맺었다.

이강인은 "유상철 감독님, 나이 7살, 축구 선수라는 꿈만으로 마냥 천진했던 시절 슛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감독님을 처음 만나게 됐고 감독님은 처음으로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제게 베푸셨던 드높은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명복을 빌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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