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경인 WIDE] 현실과 맞지 않는 '아동학대 양형 기준'… 처벌규정 보다 세분화를

공지영·이시은 공지영·이시은 기자 발행일 2021-07-30 제3면

범죄유형 다양해 일률적용 불합리

03_2.jpg
29일 오후 지난 5월 양부의 학대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민영이의 유골함이 화성시 함백산 추모공원 봉안실에 안치돼 있다. 민영이는 지난 11일 오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을 거뒀다. 2021.7.29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특례법 유형 중상해·치사 등 일부뿐
고의성입증·사망여부만 주된 지표
죄질 대비 '처벌 경미' 가능성 높아
해외선 심각성 따라 법정형도 달라
"결과·연령별 양형기준 차등" 주장



'민영이 사건' 이후로 아동 학대 처벌 규정이 보다 세분화 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14년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신설로, 아동학대 치사와 중상해 등 일부 행위에 대한 양형 기준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현실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은 민영이 사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동학대는 사건별로 범행 동기와 피해자 연령 등 사건의 유형이 다양해 일률적인 적용이 어렵다. 하지만 특례법에 명시된 학대 유형은 중상해와 치사, 살해 등이 전부다. 학대 가해자에 대한 형량을 정할 때 고려되는 것도 고의성 입증, 아동 사망 여부 등이 주된 지표가 된다.

이 때문에 민영이처럼 학대 속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동을 위한 가해자 처벌 기준은 거의 없다. 오랜 학대로 사실상 정상적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없지만, 단지 아동이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 처벌 수위는 대폭 줄어든다. 사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의 고의성을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민영이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민영이를 치료 중인 의료진도 사실상 뇌사로 인정하는 분위기였지만, 검찰은 살아있다는 이유로 애초에 양부의 '살인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후 아이가 사망하며 결국 '살인죄'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기본양형 10∼16년인 살인죄 대신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되면 기본양형 4∼7년으로 형량이 줄어든다. 아동학대치사의 경우 최대 무기형을 선고할 순 있지만 양형 기준이 살인죄의 절반 수준이라 죄질에 비해 경미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부검 등을 통해 아동의 사망 원인을 살피겠다고 했지만, 학대 정황이 탄로날 것을 우려해 아이를 7시간 동안 방치한 이번 사건에서 처음부터 고의성을 입증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반면 해외에선 대체로 범죄 심각성에 따라 법정형을 다양하게 구분한다. 이 때문에 아동학대 처벌 수위는 일반 범죄보다 높은 편이다.

한 예로 미국 메릴랜드주는 아동에게 육체적인 상해를 입혀 사망 혹은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급 범죄로 취급한다. 사망(40년 이하 징역)과 중상해(25년 이하 징역) 혐의에 대한 형기 차이는 있으나 둘 다 죄질이 무겁다는 점에서 1급 범죄로 한데 분류했다.

영국에서도 고의성만 입증되면 아동에게 신체 손상 또는 부상을 입힌 가해자는 종신 구금형까지 처할 수 있다. 고의성과 별개로 아동이 학대로 중대한 신체적 손상이나 부상을 당해도 최고 5년의 구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

또 2014년 '신데렐라법'을 만들어 자녀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한 부모에게도 최대 징역 10년형의 처벌을 하고 있다. '훈육', '처벌불원' 등 아동 학대 사건을 둘러싼 법정 다툼에서 각종 형 참작 요소를 두고 있는 한국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 판결의 양형 분석' 연구 보고서에서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특수성을 반영한 보다 세분화된 양형기준 확보 및 준수가 요청된다"며 "최근 학계에서도 외국의 입법례를 고려해 아동학대 피해 결과에 따라 법정형을 세분화하거나 피해 아동의 연령에 따라 법정형 내지 양형 기준을 차등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현행 아동학대 양형기준은 범위가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아동학대중상해로 전체 아동폭력범죄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단순 아동학대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세우거나 전체 아동폭력범죄를 유형별로 분류해 각 유형에 따라 양형기준을 세우자는 의견도 제시된다"고 밝혔다.

/공지영·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2021073001001173000057311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