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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안녕하시개!-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를 가다] #1 자원봉사 어디까지 해봤어?

이송 이송 기자 입력 2021-08-15 17:58:05

귀여운 댕댕이들과 즐겁게 놀고 좋은일도 하고… '힐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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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나만 없어 댕댕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1천448만명, 반려동물 가구는 전체 가구의 29.7%다.

국민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시대, 키우고 싶어도 사정상(?) 키우지 못하고 있는 기자의 눈에 회사 근처에 위치한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이하 센터)가 들어왔다.



수원시 팔달구 경수대로.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센터는 개를 형상화한 귀여운 간판이 독특하다.

광역지자체가 직접 유기견의 입양을 지원하는 시설이 도심 한복판에 있다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래, 한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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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대로변쪽이 아닌 뒤쪽에 정문이 위치해 있다. /이송기자 snowsong@kyeongin.com


 #1 자원봉사 어디까지 해봤어?

"앞치마라던가 제가 준비해야 할 건 없나요."

"없어요. 그냥 편한 복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에 자원봉사를 가기 전날, 센터 주무관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별로 준비할 것도 없다는 데 괜시리 마음이 들떴다.

얼마만에 만나보는 댕댕이들인가!

18년 전쯤, 기르던 개를 시골에 사는 지인의 지인한테 보낸 것이 마지막이었다. 시골 마당에서 자유롭게(?) 지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지만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이 마음 한구석에 조금 남아있다. 

나이 들수록 무겁게 느껴지는 '반려견 입양의 책임감'
사정상 키울수 없는 사람도 자원봉사 통해 교감 나눠
나이가 들수록 개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책임을 요하는 일인지를 새삼 느끼다보니 키우고 싶어도 선뜻 실행이 어렵기만 하다.

'대신 자원봉사라도 해보자. 댕댕이들도 보고 좋은 일도 하고 일석이조 아닌가'. 그렇게 센터를 찾았다.

아침 9시, 다른 봉사자가 먼저 와 청소를 시작하고 있었다. 얼른 센터에서 주는 자원봉사자용 '노란조끼'를 입고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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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의 역할중 하나인 청소. 견사 유리문을 열심히 닦고 있다. /이송기자 snowsong@kyeongin.com

 


센터 자원봉사는 오전과 오후로 나뉜다. 각각 2명 정도의 자원봉사자들이 3시간 동안 활동한다.

오전은 9시~12시까지로 맨 먼저 해야할 일은 '청소'다.

견사, 동물보호실, 놀이터, 로비 등을 소독제를 희석한 물로 구석구석 닦고 이후 맹물로 한두번 더 닦는다. 유리문이나 유리창도 닦는다.

센터에서 주는 노란조끼 입고 합류한 첫 임무 청소
견사·보호실 등 구석구석 소독하고 닦으며 '땀방울'
물 그릇도 씻고 채워 자리에 놓는다. 밤새 개들의 대소변이 놓인 배변패드도 정리하고 낮에 주로 활동하는 놀이터와 로비 곳곳에도 새로 깔아놓는다.

집보다 꼼꼼하게 정성을 다해 청소를 하고 나니 살짝 땀이 난다. 여기까지가 1단계 '청소 미션'이다.

자, 이제부터는 2단계 '관찰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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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에 입소한 개들이 놀이터와 로비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밤식이, 펑키, 목포, 삼식이, 사라, 마마. /이송기자 snowsong@kyeongin.co

 

청소하는 동안 사무실에 격리됐던 댕댕이들이 문을 열자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거나 격하게 반겨주는 아이도 있고 한번 보고는 휙 가버리는 아이도, 구석을 찾아 숨는 아이도 있다.

볼일을 보거나, 물을 마시거나, 신나게 뛰거나, 서로 장난치거나… 제각각 행동한다.

힘든 일은 없지만 주의력이 필요한 단계다.
2단계 '관찰미션'… 볼일 보거나 맘껏 뛰노는 댕댕이들
물 채우고 대변 치우고… 힘들진 않지만 '주의력' 필요
물그릇이 비워지면 채워줘야 하고, 대변을 보면 치워주고 패드도 교체해야 한다. 혹여 바닥에 실수한 경우 청소도 한다.

특히 따끈따끈(?)한 대변을 치울땐 변 상태가 무르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센터 직원들한테 알려준다. 대변으로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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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봉사자들이 배변패드를 새로 깔고 물그릇에 물을 채워놓으면 댕댕이들이 볼일을 보거나 물을 마신다. /이송기자 snowsong@kyeongin.com

구석에 웅크린 개들에게는 조용히 다가가 손을 내밀거나 이름을 불러주며 지켜본다. 유기견들이다 보니 간혹 학대나 마음의 상처로 사람을 피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사람의 손길이 익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말 신기하게도 처음엔 매우 까칠하고 도망 다니기 바빴던 아이들이 어느새 한 걸음씩 다가온다. 역시 사랑만이 답인가 보다.
구석에 웅크린 개들에도 손내밀고 이름 부르며 살펴
도망다니기 바쁘던 아이들 어느새 한 걸음씩 다가와
또한 개들이 '마킹(marking)'이나 '마운팅(mounting)'을 할 경우 제지하는 등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한 기본예절을 교육하는 일도 거든다. 거창한 교육은 아니니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 살짝 터치하면서 "안돼"라고 말해주면 된다.

마킹이란 개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여러 장소에 소변을 누는 행위로 소변 냄새를 남겨 자신의 활동영역을 표시하는 행동이다. 이런 습관이 있으면 가정에 입양될 경우 집안 곳곳을 청소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마운팅은 성적 또는 놀이의 개념이거나 주도권·지배성을 나타내기 위해 다른 개들의 등에 올라타는 행동을 말한다. 대개 우위성, 사회적 지배성을 전하는 행동으로 다른 개한테 이럴 경우 상대 보호자가 불쾌하게 여길 수 있으므로 이것도 제지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밖에 입질하면서 무는 경우, 의자 등을 물어뜯는 경우가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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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심이에게 마운팅을 시도하는 목포. 암컷이어도 주도권 등의 이유로 마운팅의 본능이 있다. '목포야 안돼!'. /이송기자 snowsong@kyeongin.com

댕댕이 똥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털 따위가 좀 묻어도 괜찮다면 봉사활동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오후 봉사는 1시30분~4시30분까지로 좀 더 수월하다. 대청소가 아니라 청소기 등으로 털만 청소해주면 되기때문.

다만, 주말 봉사때에는 방문객들이 많아 좀 더 신경써야 한다. 토요일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보니 입양을 앞두고 개들과 친해지기 위해 또는 상담받으러 오는 방문객들이 평일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주로 가족단위로 오는데 새로운 사람들이 오면 흥분해서 짓는 아이들이 있다. 이럴 경우 보호실로 격리하고 살펴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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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자원봉사의 '묘미'. 펑키와 밤식이를 쓰다듬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송기자 snowsong@kyeongin.com

사회성 활동을 핑계삼아 귀여운 댕댕이들을 마음껏 쓰다듬어 주고 놀아주다 보니 자원봉사 3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그새 좀 친해진 것 같다.
강아지들과 쓰다듬고 놀아주다보면 3시간 금방 흘러가
약간의 수고스러움 들지만 되레 '따스한 위안' 얻고 가
다음 봉사땐 어떤 아이들이 입양을 갔을지, 어떤 새로운 아이들이 와 있을지, 그새 얼마나 자라고 변해있을지 궁금해진다.

약간의 수고스러움이 동반되지만 따스한 마음의 위안을 얻고 가는 봉사.

댕댕이를 좋아하시나요? 그럼 도전해보세요.

/이송기자 snow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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