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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안녕하시개!-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를 가다] #4 나를 데려가시개!

이송 이송 기자 입력 2021-09-05 10:23:40

사람에게 상처 받았지만… 다시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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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위대성과
그 도덕성은 동물들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

#4 나를 데려가시개!
지난 7월19일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제98조의 2 신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민법상 '물건'의 정의에서 동물을 제외하는 내용을 추가해 동물과 물건을 서로 분리하자는 것이다. 개정안의 취지는 반려동물 가구가 늘어 생명체 보호와 존중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국민 인식이 변화한 만큼, 제도상 '물건'으로 취급받는 동물의 법적 지위 즉, '동물권'을 인정하자는 것으로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늙었다고, 병들었다고, 장애를 가졌다고, 너무 짖는다고 반려견들이 버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기견들은 뭔가 문제가 있어 키우기 어렵다는 편견도 존재한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건 어떤 개가 되든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유기견을 입양해 '슬기로운 반려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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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호더에게서 구조돼 사람을 피하던 '참깨'를 입양한 손예지씨가 모처럼 참깨와 함께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를 찾았다. /이송기자 snowsong@kyeongin.com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에서 만난 손예지씨. 손씨는 지난 4월에 입양된 '참깨'의 보호자로 간만에 센터를 찾았다. 수원에 거주하는 손씨는 입양을 결심하고 센터를 찾았을 때 다른 개들보다 까칠한(?) 참깨에게 마음이 갔다고 한다. 안산의 애니멀호더에게서 구조된 참깨는 사람 손길을 피하던 아이였지만 주저없이 데려갔다. 

그는 "우리 참깨가 많이 변했어요. 처음에는 남편도 무서워하던 애가 이제는 부르면 달려온답니다. 엊그제는 애견카페에 가서 친구들도 사귀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참깨가 입양 후 두달간 손도 못대게 해 목욕을 못 시켰는데 훈련사님이 직접 집으로 와 도와주셨죠. 사후 관리·교육 등을 지원받으며 이제는 참깨와 많이 친해졌습니다. 센터가 아무래도 공공시설이다보니 찾게됐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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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입양돼 꽃길을 걷고 있는 빙수(왼쪽). 좋은 보호자 가족을 만난 빙수가 김주아양과 벚꽃을 만끽하고 있다.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제공

또 센터 홈페이지(cafe.naver.com/ggpetadoptioncenter)에는 입양후 소식을 꾸준히 올리는 보호자들이 많다.



지난 3월 '빙수(센터에서 이름은 배추)'를 입양한 김성훈·김정은 부부와 9살 딸 김주아양 세 가족도 그런 경우다. 화성시 동탄에 거주하는 부부는 댕댕이를 좋아했지만 그동안 사정상 키우지 못했던 반려견에 도전키로 했고, 이왕이면 '우리를 더 필요로 하는 유기견을 키우자'고 의기투합(?)했다. 여러 곳을 알아보던 중 센터를 발견했다고. 몇달간 홈피에서 수많은 댕댕이들을 지켜보던 김씨 부부는 빙수를 봤을 때 한눈에 '우리 강아지다'라는 느낌이 와 입양을 결심했단다.

"남편도 저도 어린시절 짧게 개를 키웠던 경험뿐이라 초보견주나 마찬가지여서 걱정을 좀 했어요. 하지만 센터에서 댕댕이 성향 등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입양 후에도 관리, 훈련 등 꾸준히 상담·조언해 준다는 점에 용기를 내 빙수를 데려오게 됐죠"라고 밝힌 김정은씨는 빙수를 통해 가족들이 받는 위안과 힐링이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유기견을 키운다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하는 첫 말이 '문제 행동은 없느냐, 어떻게 감당하냐'였어요. 하지만 펫샵에서 데려와도 문제가 있는 강이지들이 있죠. 우리 빙수는 심장사상충을 앓고 있었지만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마음의 병이 있다면 우리 가족이 정성껏 고쳐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센터 도움으로 잘 지내고 있어요. 유기견이라고 해서 더 키우기 어렵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대하면 가족이 되죠. 유기견이라는 이유로 망설이지 말고 입양하세요. 행복이 큽니다"라고 강조했다. 봄에는 벚꽃 보러, 여름에는 바다 보러… 김씨가 센터 홈피에 올린 가족과 빙수가 함께 한 사진에는 따스함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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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에서 반려견을 입양한 보호자들은 소식을 꾸준히 홈피에 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옥자, 진달래(삼백이), 코코, 태식이의 입양후 사진.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제공

이외에도 1월에 좋은 보호자를 만난 진달래부터 옥자, 코코, 태식, 이티, 목포 등 많은 댕댕이들의 입양후 모습에서 유기견도 얼마든지 행복한 '제2의 견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유기견에 대한 편견과 망설임은 버리고 다가가 보자. 사람한테 상처받았지만 다시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 입양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9월3일 기준 센터 아이들을 소개한다.


삼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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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견인 삼식이는 1살로 추정된다. 수컷으로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 아직 사람보다는 강아지랑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소리에 많이 예민하고 큰 행동에 두려움을 느끼는 친구이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다가가 주실 수 있는 분을 찾는다.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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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다리가 매력적인 보통 크기의 닥스훈트 3살 사라는 어여쁜 아가씨로 중성화를 한 지 오래되어서 그런가 살이 많이 찐 편이다. 하지만 열심히 뛰어놀며 다이어트 중으로 센터에 와서 1.5㎏ 줄였다. 사람을 잘 따르며 배변도 잘 가리고 애교도 많다. 다만 집에 혼자 있거나 하면 분리불안이 생길 수 있으니 훈련도 같이 해줄 수 있는 보호자를 기다리고 있다.


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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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제공

4살 믹스견 신미는 10㎏ 정도 나가는 중형견. 소심한 신미는 행동이 크거나 소리가 나면 놀라는 경향이 있으나 "신미야~~"라고 부드럽게 부르면 얌전히 다가와 애교를 부린다. 깔끔한 성격으로 산책을 자주 해 주면 좋을 듯. 빛나는 금발 털은 테리어 계열 이중모여서 많이 빠지는 편으로 알레르기나 비염으로 털에 예민하신 분은 어려울 수 있다.


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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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서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제공

검은 털이 매력적인 팬서. 영화 '블랙팬서'에서 따온 이름이 잘 어울린다. 믹스견이고 야생생활을 했던 아이라 그런지 살가운 부분은 없지만 애교가 없지는 않다. 쓰다듬으면 가만히 있는 조용한 아이지만 여러 아이들과 같이 놀 때 다른 아이가 와서 애교부리면 샘을 내 다가오는 귀여운 팬서. 다리도 길쭉길쭉 얼굴도 잘 생긴 팬서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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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제공

8살 몰티즈 지니는 단발머리 같은 귀가 귀엽다. 1년 만에 센터에 다시 돌아온 지니는 작년에 처음 왔을 땐 경계가 심하고 낯을 가렸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모습이 없다. 몰티즈 평균 체형보다 통통한 편이어서 입양 후에도 꾸준히 운동을 시켜줄 수 있는 보호자를 찾는다.


 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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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제공

4살 요크셔테리어 넥스는 어깨도 떡 벌어지고 얼굴도 크고 잘생긴 아이. 패드에 배변도 잘 가리고 사람을 좋아하며 다른 개들과도 사이좋게 지낸다. 자주 짖는데 요구성, 관심받기 위한 경우가 많아 훈련하며 나아지고 있다. 똘똘해서 짖는 부분만 잘 통제하면 어느 집에 가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아이다.


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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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제공

미니핀을 닮아 작은 믹스견 허니는 사람을 좋아한다. 새로운 환경에선 긴장하고 겁이 있는 편이라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안아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 하거나 요구성 짖음이 간혹 있으니 분리불안 해소를 위한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털은 많이 빠지는 편이지만 애교 많은 허니가 함께 할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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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제공

7살 푸들 모아는 애교 많고 얌전하다. 사회성이 굉장히 좋아 이름을 부르면 해맑게 뛰어와 안긴다. 짖음도 많이 없다. 미용, 목욕, 빗질 등도 굉장히 잘 기다려 주는 아이라 관리 부분에서 어렵지 않으며 연륜에서 묻어나는 신사 마인드와 귀염둥이 애교를 듬뿍 가지고 있다. 굉장히 활발한 분위기의 집보다는 약간 조용한 분위기의 보호자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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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일 기준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입소견들.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제공

각각의 매력으로 모두가 귀여운 댕댕이들. 초롱초롱하고 순진한 눈망울로 말한다. '너무 걱정 말고 나를 데려가시개'.

/이송기자 snow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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