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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롤모델 백년가게-#20 이천 김성래피자] 박명수 피자와 '한판', 96년부터 이어온 피자 맛은?

배재흥 배재흥 기자 입력 2021-09-20 14:02:31



경기도·인천지역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기사를 클릭했다면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보통의 사람들이 오랜 기간 일군 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소상공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백년가게란? - 중소벤처기업부가 100년 이상 존속을 돕고자 지정한 30년 이상 업력(국민 추천은 20년 이상)의 소상공인 및 소·중소기업.
도 넘은 중국 문화공정… 과거 이탈리아 피자까지?
이천 지역 피자 '터줏대감…담백한 피자로 명성
동네 노인들도 소주 안주로 자주 시켜먹어
한때 가맹사업 전국 8곳 확장하기도
"아들과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 운영하고파"
중국의 '문화공정'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복과 김치 등 한국의 고유한 문화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터무니 없는 주장에 헛웃음이 나오지만, 중국의 진심이 엿보여 마냥 두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해외화제] 피자 기원 법정싸움 이탈리아, 중국에 판정승'

지난 1991년 6월 2일 충청도 지역일간지 <중부매일>에 실린 기사의 제목입니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역사고증법정에서 '피자라는 음식을 처음 만들어낸 것은 서로 자신들의 조상들'이라고 주장하는 이탈리아인들과 중국인들 간의 격렬한 설전이 오갔습니다.



이 법정에서 중국인들은 13세기 자국의 한 고관 부인이 간식용으로 피자를 처음 만들어 먹은게 시초라고 주장했는데요. 베네치아 상인인 마르코 폴로가 동방여행을 하다 고관 부인의 아이디어를 훔쳐 이탈리아에 정착시켰다는 게 중국인 측 의견이었습니다.

물론, 판정관들은 이탈리아인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만, 중국의 역사관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 보여 씁쓸함마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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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래 대표.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피자엔 소주다

피자라는 음식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80년대 중반 무렵입니다. 피자헛 등과 같은 피자 전문점이 한국에 들어온 시점이죠. 1990년대는 피자의 대중화가 이뤄진 시기입니다. 오늘 소개할 '김성래피자'도 1996년 이천시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김성래 대표의 집안은 서울우유를 유통하는 일을 오랜 기간 해왔다고 합니다. 피자 가게에 치즈를 납품하기도 했으니, 이 당시 남들보다 피자라는 음식에 익숙했던 것이죠. 레스토랑 등에서 요리 경력을 쌓던 그는 치즈 납품을 하던 형의 권유로 피자 가게를 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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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래피자에서 피자 만드는 모습.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요리, 미용, 세탁업이 내 스타일에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에는 양식을 배우면 돈을 잘 번다고 하니까 조리학원에서 요리를 배우며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요리 경력을 쌓았죠. 서울 홍대(홍익대학교) 근처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던 중에 이천에 납품을 갔던 형이 이곳에서 피자집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줘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김 대표가 SK하이닉스 공장 인근에서 1996년 피자 가게를 처음 시작했을 때, 이천 시내를 포함해 모두 5곳 정도의 피자 가게가 있었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건 김성래피자만이 유일합니다. 또한, 자본을 앞세운 대형 피자 브랜드 틈바구니 속에서도 25년 동안 살아남았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장사가 잘됐어요. 딸이 복덩이지요.(웃음) 제가 느끼한 걸 잘 못먹어서 제 입맛에 맞춰서 그런지 저희 피자는 느끼하지 않아요. 동네 노인분들이 소주에 안주 하시려고 저희 피자를 주문하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피자엔 소주가 맞습니다.(웃음)"

그는 김성래피자가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90%가 '운'이라며 겸손함을 보였습니다. 좋은 치즈를 골라 아낌없이 넣고, 피자의 베이스가 되는 흑미찹쌀 도우와 토마토 소스를 직접 제조해 정성스런 피자를 만드는 것. 김성래피자가 지역의 최장수 피자 가게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건 맛있는 피자를 만들기 위한 10%의 노력 덕분이었을 겁니다.

레스토랑을 꿈꾼다

김 대표는 한때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이천을 시작으로 서울 상암과 인천, 수원 등 8곳에 가맹점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본점을 포함해 이천 지역 3곳만 남았습니다.

"서울 상암동 같은 경우는 연예인들이 자주 와 먹어서 유명했어요. 근처에서 개그맨 박명수 씨가 피자 체인점 할 때거든요. 오히려 우리 피자를 많이 먹었죠.(웃음)"

좀 더 사업을 확장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한데, 그는 그리 큰 미련을 가지고 있지 않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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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바이트 살사 쉬림프 피자.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40대 초반까지는 좋았어요. 몸도 따라주고, 장사도 좀 잘 되고. '아, 이러다 건물 짓겠네' 라는 생각까지 들었죠. 근데 이제 나이를 좀 먹다 보니까 힘에 부치더라고요. 몸이 힘들다고 느껴지면서 욕심을 내지 않았던 거 같아요. 이젠 '아 내 집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요."

그는 '내 입으로 말하기 창피하다'며 얼굴을 붉혔지만, 한 지역에서 변함없이 피자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이젠 자신이 묵묵히 걸어온 길을 아들과 함께 걷고 싶다는 마음도 내비쳤습니다.

"아들이 조리학과에 다니는데, 지금은 군대에 가 있어요. 군대 전역하고 공부 마치면 뭐 할거냐고 물어보니 피자집을 이어받겠다고 하더라고요. 아들이 요즘 젊은 애들 입맛에 맞춰 가게를 잘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피자집을 기반 삼아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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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앞에 선 김성래 대표.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피자라는 음식이 생소했던 시절, 이천 지역에 4~5개에 불과했던 피자 가게가 지금은 20곳 넘게 생겼습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김성래피자 역시 이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그는 변함없는 맛을 약속했습니다.

"직접 만든 소스와 도우로 양심껏 피자 가게를 운영해 왔어요. 싼 재료 대신 좋은 재료로 느끼하지 않은 피자를 정성껏 만들었다고 자부하거든요. 김성래피자를 꾸준히 사랑해주시는 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김성래피자 주소: 이천시 부발읍 경충대로 2091 (161필지). 영업시간: 오전 11시~저녁 11시(첫째, 셋째 주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031)636-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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