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여건에서 만든 첫 장편… 완성 자체가 목표였던 영화
독립영화 '휴가'를 연출한 이란희 감독(오른쪽)과 남편 신운섭 프로듀서겸 배우. |
그가 주로 영화 시간표를 보고 영화를 선택해 보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그 영화 시간표에 자신의 작품을 올렸다. 그는 "상영 시간표를 보며 기분이 이상하고 신기하기도 했다"면서 "극장에 꾸준히 1~2명이라도 찾아와 영사기를 계속 돌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휴가'는 해고 5년 차, 천막 농성 1천882일째,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패소한 조합원 재복이 투쟁을 쉬고 '휴가'를 떠나며 마주하게 되는 낯선 일상을 차분하게 그렸다.
영화는 장기투쟁 사업장인 콜트·콜텍이 모티브가 됐다. 애초 이 영화는 지금처럼 조용한 영화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농성장에서 틀어도 될 만한 시끌시끌한 사회성 있는 영화로 만들려고 했단다.
하지만 첫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현장 노동자들에게 보여준 뒤 의견을 받아들여 크게 수정을 했다. 당사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이다.
시나리오 노동자 의견 받아들여 수정
"사회 지탱하는 작은 헌신 알려지길"
이란희 감독의 남편인 신운섭씨도 이 작품에서 프로듀서이자 배우로 영화에 참여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동창인 재복에게 모멸감을 주는 직장 상사의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신 프로듀서는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들과 교육부 관료, 재벌가 사람들이 이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 뭔가 꼭 크게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영화 속 '재복'이 만큼만 했으면 좋겠다"면서 "그냥 주변에 있는 힘든 동료,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을 보듬는 재복과 같은, 공공의 선을 위해 작은 헌신을 하는 많은 사람이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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