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예산 30배 늘었지만 정책 '현실 괴리'… "그 돈 어디에 썼나"
시는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인 반면 낳은 자녀들을 잘 키우는 것 또한 저출산 해소를 위한 최대 관건'이라고 봤다.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고 있는 부모들이 여러 제약 때문에 실생활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수원시는 더 많은 다자녀 가구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상 생계·주거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차량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최근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생계급여에는 다자녀 가구가 적용받을 수 있는 차량 기준을 새로 만들었고, 주거급여의 경우 차량 가액을 기존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올리는 등 일부 기준을 완화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작년에도 정부에 비슷한 내용으로 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예산이 맞물려 있고 기준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다자녀 가구들을 상담하다 보면 경제적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인데,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기준 때문에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정책과 현실의 괴리
정부는 나름의 목표와 기준을 세워 육아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민경씨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가지고 추진되는 정부의 정책은 현실 부모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2018~2022 육아정책 분석과 과제(Ⅲ)'는 부모 1천731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육아정책 수립 실태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담았다.
설문에 참여한 부모들에게 '우리나라 육아 정책 의제에 육아 관련 사회적 이슈나 문제, 그리고 부모들의 욕구가 반영되고 있는지'를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4명은 '그렇지 않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다. 반면 긍정적인 답변은 18.6%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정책이 의도하는 서비스 성과가 잘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엔 전체 응답자 중 40%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고, '어느 정도 적절하다'거나 '매우 그렇다'는 응답은 16.8%에 그쳤다.
결혼 전부터 결혼, 임신 전, 임신, 출산, 육아, 가족에 이르기까지 개인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워나가는 과정 하나하나에 예산을 들여 지원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다.
부모의 체감도가 이렇게 낮다는 건 정부가 저출산 관련 정책에 투입한 막대한 예산과는 무관하게 정책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걸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를 정책의 방향성과 연결지어 분석하는 의견도 있다. 올해 육아 지원 등을 포함한 저출산 정책에 편성한 예산은 46조원가량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간접 지원'에 쓰인다. 고용, 교육과 관련한 예산까지 포함하면 간접 지원 비율은 60%를 넘는다.
결국 출산과 육아 등 부모들이 실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직접 지원' 정책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편성된다. 이는 결국 부모들의 육아 정책 체감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육아정책硏 설문 '정책 긍정적' 답변 18.6%뿐
40%가 '의도한 서비스 성과 잘 이뤄지지 않아'
올 저출산 예산 46조중 절반 이상 '간접 지원'
실생활 필요한 '직접 지원' 적어 체감도 하락
육아정책연구소의 '2018~2022 육아정책 분석과 과제(Ⅲ)'에 따르면 2019년 부모들이 꼽은 '저출산정책에서 가장 성과를 보인 과제' 1순위는 '아동수당 도입 및 연령 확대'였다.
아동수당에 불만족한 의견의 73.2%도 '현금 지원수준이 낮아서'였다. 상대적으로 직접 지원 예산의 비율이 적은 탓에 부모들의 선호도가 반영된 육아 지원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육아정책연구소 김근진 부모교육연구팀장은 "저출산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은 상당히 많지만, 절반 이상이 주거지원과 같은 간접 지원 예산이다 보니까 실제 출산과 육아를 하는 부모들에 대한 직접 지원 비율이 낮아지는 추세"라며 "저출산 예산 대비 부모들이 체감하는 효과가 낮아지는 데는 이런 측면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팀장은 "아동수당은 2018년에 도입해서 점차 지급 대상 연령을 올렸다. 부모들의 평가가 좋은 지원 정책에 속하는 편인데, 금액이 높지 않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선 체감도가 낮다"며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등 양적 측면의 보육서비스는 확대되고 있으나 질적 측면에서 부모들이 만족할 만큼의 보육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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