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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 온라인 공간, 범죄접근 무방비… 피해자, 청소년층이 가장 많아

변민철 변민철 기자 발행일 2022-03-21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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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지난해 12월 인천 연수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미성년자들에게 접근해 음란물을 촬영하도록 협박하고 유포한 고등학생 A군이 체포돼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A군은 지난해 초부터 SNS에서 친분을 쌓은 중·고등학생 7명을 협박해 나체 동영상과 사진을 찍도록 했다.

경찰이 A군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한 결과 수백 건의 성착취물이 발견됐고, 이 중 일부는 유포된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샀다.

작년말 인천서 또래 협박 착취물 제작
10대 일당 검거… 친밀감 형성후 범죄


지난해 11월에는 SNS 등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 인천의 20대 남성 B씨와 10대 남녀 등 총 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중 5명은 10대였다. B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이른바 'n번방'과 '박사방' 등을 통해 유포된 7만5천여 건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텔레그램으로 판매했다.

이들은 아동·청소년 5~6명에게 새로운 성착취물을 제작하도록 하는 등 잔혹한 모습을 보였다. A군과 B씨 등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성착취물 제작·배포 혐의 등으로 입건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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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다중이용시설 여자화장실 입구에 '불법촬영은 범죄입니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다. 'n번방 사건'으로 불리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발생한 지 약 4년이 지났지만, 유사한 또는 이보다 진화한 수법의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인지역 디지털 성범죄 대응 및 피해자 지원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피해자의 절반가량은 10·20대 여성이었다. 2022.3.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처럼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미성년자 등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에게 저지르는 디지털 성범죄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6~12월)와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2~12월)에 접수된 피해자 세부 현황 자료를 보면, 전체 463명 중 10대가 197명(42.5%)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10대 다음으로는 20대(113명) 피해자가 많았다. → 그래픽 참조

피해 '그루밍' 최다… 상습·지속 특징
"적극적 수사 가능토록 제도 개선을"


특히 A군 사례에서 보듯 온라인상에서 청소년 등 미성년자와 친밀감을 형성한 후 영상물을 찍어 유포하는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인천에 접수된 피해 유형 중에는 온라인 그루밍이 전체 96건 중 22건(22.9%)으로 가장 많았다. 그루밍 성범죄는 호감을 얻거나 신뢰를 쌓는 등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킨 뒤 성적으로 학대하는 범죄로, 특히 10대 청소년과 발달장애인 등이 취약하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종하기 때문에 상습적·지속적이라는 특징도 있다. 10대 청소년이 그루밍 성범죄에 노출되면 장기간 성적 학대를 받고 많은 양의 성착취물이 유포될 수 있는 것이다.

아동·청소년 인권단체 '탁틴내일' 이현숙 상임대표는 "10대 청소년은 범죄에 노출됐을 때 대처 능력이 성인에 비해 떨어져 범죄자들의 타깃이 되기 쉽다"며 "아이들의 디지털 정보 해석과 이해를 돕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인터넷 플랫폼과 연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정황이 포착되면, 경찰 등 해당 기관이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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