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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건너온 서학… 소남 윤동규의 '필사본'

김성호 김성호 기자 발행일 2022-02-11 제11면

■ 소남 선생이 필사한 곤여도설┃페르비스트 지음. 박혜민·허경진 옮김. 보고사 펴냄. 322쪽. 2만원

소남선생이필사한곤여도설 표지
실학(實學)은 실제로 소용되는 학문을 일컫는 말이다. 조선에서는 1600년대 중반부터 1800년대 초반까지 나타난 새로운 사상적 학풍을 뜻하기도 한다. 조선의 실학은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성리학의 관념성과 경직성을 비판했다.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은 조선의 대표적인 실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성호 이익의 제자가 많은데 가까운 곳에 살며 수시로 찾아가 가르침을 받고 저술을 도운 제자는 소남(邵南) 윤동규(尹東奎·1695~1773)다.

소남은 성호가 어떤 책을 읽으라 권하면 빌려다 베껴 읽었다고 한다. 소남이 베낀 책은 또 다른 후배들이 빌려 읽었다. 소남의 서재는 인천 도림동에 있었다. 이 서재는 성호 학파 '콘텐츠의 허브'였던 셈이다. 


'중국 중심 세계관' 붕괴·조석 원리 밝혀
실학자 '성호 이익' 제자 메모 등 수록


윤동규 종가에 있던 서학 관련 책들이 천주교가 박해를 받던 시기를 거치며 다 사라졌다. 현재는 '곤여도설(坤輿圖說)' 한 권만 남아있다.



곤여도설은 벨기에 출신 선교사 페르비스트(南懷仁)가 청나라에 머물며 서양에 가보지 못한 동양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만든 책이다.

곤여는 수레처럼 모든 것을 싣고 있는 큰 땅이라는 뜻인데, 서양 지리학이 들어오면서 현재 '지구'(地球)의 뜻으로 쓰였다. 조선의 학자들은 이 책을 읽고 중국이 천지의 중앙이 아님을 알았고, 밀물과 썰물이 달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 '소남 선생이 필사한 곤여도설'은 윤동규의 필사본을 번역해 독자들이 읽기 쉽게 옮긴 책이다. 책은 곤여도설 상·하권을 한글로 옮겼고, 원문과 영인본도 포함했다. 윤동규가 책을 읽으며 남긴 메모도 볼 수 있다. 연세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박혜민 박사와 허경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이 책을 옮겼다.

이들은 머리말에 "이 책을 시작으로 윤동규 관련 책이 번역돼 성호학파의 새로운 연구방향이 알려지기 기대한다"고 글을 남겼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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