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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중국 리스크' 직격탄 받는 인천항

정운 정운 기자 발행일 2022-05-13 제11면

'제로 코로나' 출구 헤매는 중국… 대륙 기침에 '몸살'앓는 국내 해운

한중카페리30년 기획 신국제여객터미널
송도국제도시에 건립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한중카페리 여객 편의 등을 위해 2020년 6월 개장했으나, 아직 이용객은 한 명도 없다. 한중카페리 선박은 2020년 1월부터 화물만 운송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중이지만 유독 코로나19 한복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가 있다. 미국과 함께 'G2'라 불리며 세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국이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진자를 최소화하는 'ZERO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면서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만 나와도 해당 사업장을 일정 기간 봉쇄하고 대규모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치고 있다.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물류, 해상여객 분야 등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봉쇄 조치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인천항이다. 인천항은 1992년에 이뤄진 한중수교 이전인 1990년부터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를 운항하는 등 중국과 교류가 활발한 도시다.

인천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다양한 교통인프라로 연결돼 있어 의존도가 높아 코로나19로 '중국 리스크'가 극대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루즈 부두
인천항만공사가 크루즈 활성화를 위해 건립한 크루즈 전용 터미널과 부두. 지난 2019년 2월 인천항에 기항했던 크루즈 웨스테르담호에서 승객들이 하선하고 있는 사진. 2020년부터 이 터미널을 찾은 크루즈는 한 척도 없다. /인천항만공사 제공

1천200억원 투입했지만, 4차례 이용에 그친 크루즈 터미널
크루즈는 인천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이다. 인천항은 2000년 이후부터 크루즈 유치를 위해 힘을 기울였고 2013년에는 95차례 인천항을 기항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인천항은 수도인 서울과 가깝고, 중국과 연결성이 좋다는 측면에서 크루즈 산업이 활성화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부와 인천항만공사는 1천200억원을 투입해 크루즈 전용 터미널과 부두를 건립해 2019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같은 해 4차례 크루즈가 기항했으나, 이후 2년 넘게 이 터미널을 찾는 크루즈는 없었다. 2020년 초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크루즈 입항을 금지했고, 아직 이어지고 있다. 
1200억 투입 크루즈 터미널 등 2019년 기항 4차례뿐
올 하반기 '입항 금지' 해제돼도 中 고객들 기약 없어
국제여객터미널 2020년 개장후 한중카페리 여객 '0'
컨화물 中 비중 60% 2030년 500만TEU 목표 '빨간불'
"물동량 감소세… 항로 다양화로 中 의존도 낮춰야"
정부는 크루즈 입항 금지 조치를 하반기에 해제할 것으로 보이지만 크루즈 산업 활성화가 조속히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즈 산업의 가장 큰 고객인 중국 때문이다. 인천항에 기항했던 크루즈는 대부분 중국에서 출발하거나 중국 도시를 기항한다. 인천항의 크루즈 산업이 활성화하기 위해 중국이 중요한 이유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일환으로 크루즈 입·출항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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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크루즈 전용 터미널. /경인일보DB

한중 교류 상징인 한중카페리 여객은 '0'
인천항만공사는 지난 2020년 6월 송도국제도시에 국제여객터미널을 새롭게 지어 운영에 돌입했다. 기존 인천항 제1·2국제여객터미널이 좁고 불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건립한 것이다.



신국제여객터미널과 카페리 선박이 접안하는 부두는 정부가 1천400억원, 인천항만공사가 5천305억원 등 총 6천705억원을 투자해 건설했다.

새로운 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 터미널을 이용한 여객은 한 명도 없다. 개장에 앞서 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한중카페리 여객운송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한중카페리는 2년 넘게 여객 없이 화물만 운송하고 있다.

인천항 한중카페리는 한중 교류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한중수교(1992년)보다 2년 앞선 1990년에 인천~중국 웨이하이 노선을 오가는 한중카페리가 운항을 시작했다.

이후 노선은 늘어나 인천항은 10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평택과 군산까지 합하면 모두 16개 한중카페리 노선이 개설됐다. 2019년 전국 한중카페리 이용객은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중카페리 선사는 모두 한중 합작이다. 이 때문에 운항 재개를 위해서는 중국 측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중국의 방역정책 영향으로 운항 재개는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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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내부. 2020년 6월 개장 이후 한중카페리 이용객은 1명도 없다. /경인일보DB

2030년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
인천항만공사는 2030년까지 5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의 컨테이너를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인천항은 이를 위해 인천 신항 1-2단계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항의 이러한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인천항 컨테이너 화물 중 중국 비중은 60%에 달한다. 올해 초 중국이 닝보항을 봉쇄한 데 이어, 상하이항을 봉쇄하면서 인천항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주요 항만 운영이 중단되면서 주변에 있는 대체 항만으로 선박들이 몰렸고,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인천항을 기항하는 항로를 운영하는 선사들도 인천항을 거치지 않고 다른 곳으로 화물을 돌린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인천항의 물동량 감소세가 장기화하면 올해 목표로 했던 350만TEU 달성이 어려울 뿐 아니라, 장기 목표인 2030년 500만TEU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항만공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물류 흐름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인천항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않는 이상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할 경우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천연구원 김운수 연구위원은 "부산항이나 광양항과 달리 인천항만 전년 대비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는 중국 비중이 크다는 인천항의 특성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중국 영향을 벗어나긴 어렵다. 다만 다양한 항로를 추가로 개설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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