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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의 중심' 수원 행궁동, 점집이 사라져간다

이시은
이시은 기자 see@kyeongin.com
입력 2022-07-03 19:52 수정 2022-07-0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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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구 세류동 반지하에 있는 한 점집.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한때 경기 남부권에서 '무속의 중심지'라 불렸던 수원 행궁동에서 무속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행궁동 일대에서 나타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이곳 터줏대감인 무속인들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3일 수원 팔달구 행궁동 일대의 무속인들은 한결같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상승해 원주민이 터전을 떠나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20곳 가량으로 추정되는 무속 점집 중에 3곳이 이곳을 떠나기도 했다. 그 원인으로 상승한 임대료가 꼽힌다.

행궁동 일대 권리금은 2천만원에서 많게는 5천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인근 S부동산 사장은 "월세 30만~40만원 하던 게 많게는 100만원으로 오르긴 했지만 수원에 있는 상가들 평균 수준"이라며 "무속인들은 권리금을 받고 행궁동 뒤편 주택가로 가려 할 거다"라고 했다. 


임대료 올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혐오시설' 여겨 일대 주민들 반색
일부는 오피스텔·주택으로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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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근처 오피스텔에 있는 한 점집.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이날 오전 만난 무속인 A(60대)씨는 "이 일대가 개발되면서 제자(동료 무속인)들이 많이 떠났다. 수원 외곽으로도 나간다"고 이야기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부추기는 원인은 경제적 요인뿐만이 아니다. 행궁동 일대 주민들은 점집이 사라지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28일 행궁동에서 만난 김모(50대 후반)씨는 "무당집은 혐오시설이라고 생각한다. 시민 입장에서는 '행리단길'로 발전하는 게 좋다"고 했다.

주민 김연태(80)씨도 "반지하에 세를 내놨는데 무당이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안 된다고 했다. 장구, 꽹과리 소리가 시끄럽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도 싫어한다"고 했다. 무속인들이 새로운 장소를 구하기 만만치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점집은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지난 29일 찾은 권선구 세류동 다세대주택 곳곳에 자리 잡은 점집들은 점집 '거리'라고 하기가 무색한 수준이다. 드문드문 있는 데다 대부분 반지하나 2층 이상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수원역 근처 한 오피스텔에 있는 C사 역시 주거동에 자리 잡고 있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거실의 모습은 여느 가정집과 다르지 않았다. C사의 무속인은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1층에는 가게를 안 내준다. 그래서 7층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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