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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감] '수원화성 세계유산축전' 준비하는 권재현 총감독

김성주
김성주 기자 ksj@kyeongin.com
입력 2022-08-16 21:26 수정 2022-08-17 10:58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사대문에 장인들 이름 새겨져… 노동의 가치 예술로 표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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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시민들의 삶에 활기를 더한다. 십 수년간 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쓴 이유다. 하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19 위기는 오랜 기간 공들인 축제문화를 흔들었고, 심지어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시켰다.

이 와중에 진행된 수원화성 세계유산축전은 시민들의 이목을 이끌면서도 코로나19 이후 축제문화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세계유산축전 공모사업'에서 1위를 차지한 '수원화성 세계유산축전'을 총괄 기획하고 있는 권재현 총감독(안양대 교수)에게 수원화성 세계유산축전의 의미와 대한민국 축제 문화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묻는다.

10월 2~23일 행사 개최… 세계인의 문화유산이란 사실 알리겠다
왕의 시선 탈피 '장인이 주인공'… 그들 우대한 정조 업적도 높여
축조 참여한 이들 직능별 소개… 마당놀이·성안마을 재연 등 준비
축제, 지속가능성 중요… 카페 등 현대적 취향의 지역상권과 연계


■ 수원화성 세계유산축전


세계유산축전은 국내 유네스코 등재 세계유산을 주제로 해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세계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 지난해 수원시는 10월 한 달간(2~23일) 수원화성이 보존하고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호흡하도록 세계유산축전을 꾸렸다.



권재현 총감독은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면서 행사 당일까지 '상황이 나아질까', '아닐까'를 동시에 고민하면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세계유산축전을 준비하던 모두가 어려웠지만 준비했던 것 중에 시민들에게 보여드리지 못한 것은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대부분의 축제가 취소되거나 또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그 규모를 대폭 줄였던 것을 고려하면 다른 축제 기획팀에서는 듣기 어려운 소감이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행사에 10만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방문했고, 아무런 사고 없이 성료했다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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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 권재현(안양대 교수) 총감독이 올해 진행되는 세계유산축전과 코로나19 이후의 축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22.8.16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권 총감독은 "수원은 이미 (흥행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방문객 숫자에 집중하지 않아 본질을 지킬 수 있었다"면서도 "주민들이 수원화성의 가치를 이해하고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어 가능했다"고 성과의 공을 돌렸다.

실제 지난해 행사에는 60·70대 어르신들이 자율적으로 '수원화성 방역단'을 꾸려 관람객들을 만나는 등 시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권 총감독은 "올해 세계유산축전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제한적으로 보여드릴 수밖에 없던 콘텐츠를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수원화성이 주민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가고 있음을, 또 수원화성이 한국의 문화유산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지키고 누려야 할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 사람들의 수원화성


세계유산축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장인'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성을 주제로 한 축제는 '왕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이 그간 흔히 접했던 방식이다. 하지만 세계유산축전에서는 '장인의 시선'으로 수원화성을 마주할 수 있다.

권 총감독은 "왕의 시선으로 문화유산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수원화성의 주인공은 정조대왕뿐 아니라 당시의 과학자들, 장인, 시민, 심지어 자연까지 포함된다"며 "수원화성의 경우 사대문에 장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명예), 품삯도 능력에 따라 상당히 높게 책정돼 있었다(기술우대)"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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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그램, '성 안 사람들'에 참여한 시민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단순히 왕의 시선을 피해 차별화된 콘셉트로 축제를 구성한게 아니라는 뜻이다.

권 총감독은 이어 "당시의 DNA가 지역에 남아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수원에 뿌리를 내린 것 아닌가 싶다"며 "장인을 강조하면 장인을 우대하던 정조대왕의 업적도 함께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계유산축전에서는 수원화성을 축조한 장인들을 직능별로 소개하고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수원화성에 깃든 226년의 이야기, 수원화성 축성과 함께한 장인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공연이 펼쳐진다.

현재 성안 사람들의 이야기와 과거 축성의 숨은 공신, 장인들의 뒷이야기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코믹 마당놀이, 수원시민들이 '원행을묘정리의궤' 속 성안마을 인물을 재연하는 프로그램 등이 축제 현장을 찾은 이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권 총감독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노동의 가치를 예술적 방식으로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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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그램, '쓰담쓰담'에 참여한 시민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이 말하는 축제


한국의 고령화사회 진입과 인구 감소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전국의 지자체들이 그 돌파구 중 하나로 축제를 주목하고 있다. 청년 인구가 지역을 찾으면서 발생되는 지역 상권활성화 등은 축제가 화합의 장을 넘어 지역 전반에 생기를 불어넣는 촉매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수많은 축제 가운데 일부만이 빛을 보고 대부분 몇 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다. 유지되는 축제 중에서도 지역에 활기를 더하기에 미비한 축제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권 총감독은 "축제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지속가능성"이라며 "주민들이 참여하고 축제의 경험이 지역에 쌓여 사람들을 모으고 발전된 형태로, 트랜드를 쫓아갈 수 있다. 이는 결국 자체 콘텐츠 생산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수원화성의 강점 중 하나가 60년 가까이 축적된 수원화성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다. 수원화성문화제와 능행차, 지난해 크게 성공한 미디어페스티벌까지 수원화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뚝심있게 추진되면서 무형의 자산이 지역에 쌓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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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총감독은 이어 이른바 '핫플'이라고 하고 현대적 취향의 지역 상권 등과의 연계를 강조했다. 그는 "행궁동은 카페와 공방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SNS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축제를 보기 위해 지역을 찾은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갈 곳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성공 요소 중 하나"라고 밝혔다.

아울러, 수원이 문화재청과 함께 세계유산축전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중앙정부와 연계해 역량을 키울 것을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권 총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계유산축전을 진행하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시민들의 노력"이라며 "사람과 사람들이 만날 때 생기는 다양한 에피소드로 축제를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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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권재현 총감독은?

▲현 안양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문화학박사)
▲2022년 한국전통미술융합진흥원 디지털융합위원회 위원장
▲2021~2022년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 총감독(수원시/문화재청)
▲2021년 유네스코 ICLC 세계시민 평생학습박람회 총감독(인천 연수구)
▲2021년 DMZ 포럼 개회식 총괄연출(경기도)
▲2021년 경기도 기본소득 박람회 개막식 총괄 연출(경기도)

▲2020년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 컨설팅위원(한국관광연구원/문체부)
▲2018년 독도문화대축제 총감독(독도재단)
▲2013년 시드니국제영화제 개폐막식 총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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