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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경기] 고래 보러 가자 '우영우 핫플'로… 김포 대명항 활기 넘친다

김우성
김우성 기자 wskim@kyeongin.com
입력 2022-08-21 21:19 수정 2022-08-2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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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공원' 외벽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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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회 고래가 하늘을 떠다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방영 훨씬 전부터 김포 대명항에는 고래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헤엄치는 고래를 보기 위해 외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카페에서 출발한 대명항의 한 복합문화시설은 연인·가족단위 방문객을 꾸준히 유인했고, 이들이 떠나지 않고 근처 관광자원과 식당을 찾아다니면서 지역에 이전에 없던 활기가 생겨났다.

추억 속 관광지, 부모님의 관광지였던 항구가 지금 젊어지고 있다.

강화도 가던 길목의 노후항… 젊음이 몰려들다
김포 대명항은 강화도를 오가는 초지대교 앞 경기도 최북단 항구다.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내세우는 관광지였으나 노후한 시설과 정체성 탓에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고 있었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더 넓은 강화바다가 나오는 입지조건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수도권에서 손가락에 꼽는 어판장이 있음에도 대명항은 '어르신들의 관광지'라는 인식이 강했다.

국내에 관광명소가 많지 않던 때부터 덕포진과 더불어 이름이 알려진 까닭도 있고, 항구 한쪽에 전시된 퇴역 군함과 군용기 등도 요즘 세대에 공감을 얻지 못했다. 부모님 모시고 어쩌다 들르는 관광지, 딱 거기까지가 대명항에 대한 냉정한 평가였다.

대명항이 줄곧 퇴보만 한 건 아니다. 명품 걷기코스로 인정받는 평화누리길 1코스가 중간에 조성됐고, 미술 조형물과 조경으로 항구경관이 꾸준히 업그레이드되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관광객이 증가할 만한 전환점은 좀처럼 마련되지 않았다.
강화가던 길목 경기도 최북단 어항
대형 어판장에도 어르신 명소 인식
2020년 정부 '어촌뉴딜' 공모 선정
118억 투입 관광어항 개발 프로젝트

대명항 전경
경기도 최북단 항구인 김포 대명항 전경. 디지털 전시시설로 탈바꿈한 함상공원 뒤로 문화광장과 멀티피셔리스몰 등 어촌뉴딜300 사업이 추진된다. /김포시 제공

이런 가운데 지난 2020년 말 정부는 '어촌뉴딜300' 공모사업 대상지로 대명항을 선정했다.

어촌뉴딜300은 낙후한 어촌의 필수기반시설을 현대화하고 지역 특화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으로, 김포시는 공모에서 대명항을 관광어항으로 개발하는 '바다나드리공원' 사업을 응모했다. 총 118억여원의 사업비(국비 70%·도비 9%)를 투입, 오는 2028년까지 연간 방문객 80만명과 연간 방문객 지출 600억원을 달성한다는 프로젝트다.

어촌뉴딜300이 발표되고 지역사회는 고무됐다. 단순 수산물 판매어항에 지나지 않던 대명항이 비로소 김포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발돋움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환영분위기 속에 청년들이 먼저 찾아왔다.

대명항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세대의 등장은 지난해 여름, 실내 층고 13m에 달하는 초대형 카페 '수산공원'이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실내에 들어서면 파도가 치는 듯한 바닥면을 거닐고, 가로세로 10m의 스크린을 통해 고래가 유영하는 영상을 상영한 이 카페는 인스타그램 등 청년들의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서울과 지척이라는 이점에 더해 '바다 항구'라는 대명항의 본질을 건드리자 젊은 세대가 반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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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수산공원' 내부 고래 영상을 상영하는 대형스크린.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반신반의하던 주민들, 예상치 못한 특수에 반색

수산공원 측은 인천에서 운영하던 수족관·동물원을 옮겨와 같은 해 9월 카페 옆 건물에 개장했다. 1천년에 한 번 나온다는 백자라, 살아있는 화석이라 부르는 피라루크, 알다브라코끼리거북 등 전 세계 희귀종을 갖추고 아마존강을 탐험하는 콘셉트로 운영했더니 아이들이 환호했다. 카페 및 동물원 주 고객층을 겨냥한 대형 키즈카페는 덤이었다.

수산공원 공사가 한창일 때는 지역의 시선이 좋지 않았다. 어획물 판매 또는 해산물 음식점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영업장에서 고객을 빼앗아갈 것을 우려했다.

주민들의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산공원은 바다를 테마로 하면서도 기존 상권과 겹치는 분야가 전혀 없었고, 대명항의 관광지도를 바꿔놓으며 주변 상권에까지 연쇄효과를 일으켰다. 타 도시에서 찾아온 수산공원 방문객들은 대명항 음식점과 어판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작년 실내 층고 13m의 초대형 카페
'수산공원' 오픈 SNS 타고 입소문
수족관·동물원 개장 연인·가족 발길
연계자원 탄탄·주변상권 특수 반색

그동안 가려져 있었지만 옛 교실의 정서를 체험할 수 있는 '덕포진교육박물관'과 식생활 유물을 전시한 '외할머니의 부엌 박물관', 디지털 전시시설로 탈바꿈한 함상공원 등 자녀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연계자원도 탄탄했다.

수산공원 측은 카페와 동물원에 매달 2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건물 외관 고래그림이 방영돼 또 한 번 화제몰이를 했다. 카페는 지역사회에 기여할 방법 중 하나로 해산물을 활용한 '김포빵'과 '매운탕탕빵'을 초창기부터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대명항 직판장
펄떡이는 제철 생선을 구매할 수 있는 대명항 수산물직판장. /김포시 제공

김현섭 수산공원 총괄사장은 "젊은 층 사이에 수산공원에 들렀다가 대명항과 인근 관광지까지 둘러보는 코스가 유행한다고 한다"며 "우리 쪽에 오셨던 분들이 그냥 떠나지 않고 대명항으로 가서 회도 드시고 또 젊은 층의 방문이 눈에 띄게 늘다 보니 주민들이 정말 좋아하신다"고 소개했다.

김포시는 어촌뉴딜300을 계기로 대명항이 경기인천권역 최고의 해양수산 문화관광 핫플레이스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관과 주차공간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곳곳에 관광포토존을 조성할 예정인데, 올해 안에 기본계획 실시설계를 끝내고 2023년 말까지는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대명항은 일대에 역사문화자원을 함께 보유하고 있어 문화복합 관광어항으로 잠재력이 컸던 곳"이라며 "때마침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김포 관광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발전시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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