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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000건 넘는 '112 허위신고'… 행정력 낭비 심각한데 처벌 가벼워

김산
김산 기자 mountain@kyeongin.com
입력 2022-10-07 18:24 수정 2022-10-10 20:14

한 사람으로부터 수십 차례 허위신고를 접수하는 등 해마다 줄지 않는 상습 허위신고들로 인해 경찰의 행정력 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시의 한 파출소는 최근 저녁마다 수화기 너머 익숙한 목소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술만 취하면 어떤 불만이든 신고하고 보는 시민 A씨 때문이다. 늦은 저녁 다짜고짜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음주운전이 의심된다거나 골목길 주점이 불법 영업을 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오는데, 정작 차 번호나 주소지 등 구체적인 정보도 없이 '화풀이'만 듣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렇게 A씨로부터 접수된 신고 건수만 60여 건에 달한다. 관계자는 이전에도 한 사람의 상습 신고만 147건을 접수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혹시나 발생했을 사고 위험 때문에 매번 출동을 나가야만 하는데, 신고 민원이 급증하는 저녁 시간대의 악성 상습 신고들은 피로감이 몇 배는 된다며 호소했다.

이처럼 경찰의 행정력을 낭비시키는 허위신고는 공식 집계로만 매년 4천 여건이 넘는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2 기준으로 접수된 허위신고는 4천153건으로 2020년(4천63건)보다 90건 증가했다. 2016년부터 5년째 4천건을 넘겨 사실상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내용이 심각한 허위신고의 경우 경찰의 행정력을 심각하게 낭비시켜 문제가 크다. 지난 8월 수원 권선구에서는 한 여성이 '흉기를 들고 위협한다'는 신고 전화에 최단시간 내 출동하는 대응체계가 발령됐지만, 후에 단순한 자매 간 다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위중한 내용으로 허위신고가 들어오면 인근 순찰 인력과 기동대 등이 모두 투입돼야 해 여파가 크다.

하지만 여전히 처벌 수위는 가벼운 추세다. 허위신고는 정도가 심각하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형사입건되지만 대부분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벌금, 과태료 등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접수된 허위신고 중 2천807건(67.6%)이 경범죄로 처벌됐다. 이는 2019년(64.3%)과 2020년(63.4%)보다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허위신고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위급한 상황에 출동하지 못해 생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잦은 만큼 처벌 기준을 무겁게 바꿔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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